본문 바로가기
풍경을 그리다

수많은 돌탑과 소나무로 기억되는 비슬산 유가사

by 푸른가람 2011. 3. 18.
728x90


대구에 살면서도 유가사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한번쯤 가봐야지 하는 마음은 있었는데 한시간이면 족한 그 거리가 지금까진 왜 그리 멀게 느껴졌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직 봄을 느끼기에는 이른 계절이지만 서둘러 유가사를 찾았던 데에는 얼마전에 읽었던 '절은 절하는 곳이다' 라는 책에 연유한 바가 크다.




이 책 표지에 바로 유가사가 나온다. 스님이 비슬산을 향해 합장하고 있는 모습이 시선을 잡아 끈다. 사진 한장에서 강렬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다. 나를 이른 봄날의 유가사로 이끈 것이 바로 그 사진이었다. 나 역시 사진을 몇년간 찍어 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느끼게 되는 것은 사진이란게 실제는 결코 사진(寫眞)이 아니라 사실의 왜곡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유가사는 돌과 소나무의 절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무수히 쌓아올린 수많은 돌탑들과 푸른 기운이 물씬 뿜어져 나오는 소나무들이 남긴 이미지가 강렬하기 때문이다. 또하나 절을 둘러싼 담장이 없어서인지 유가사를 찾는 중생들을 넉넉한 품으로 안아주고 있다는 따뜻한 기분을 느끼게 만들어 준다. 담장이 없다는 것은 어쩌면 비슬산 자체가 유가사이기도 하다는 것을 얘기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유가사에는 여러 스님들의 시비가 곳곳에 새겨져 있어 또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유가사 입구에는 일연스님의 시비가, 천왕문 가까이에는 백담사 조실 오현 스님의 시비가 있다. 국사당 옆에는 육조 혜능스님의 계송이 새겨진 시비도 있다. 시와는 담을 쌓고 지내는 나이긴 해도 한동안 멈춰서서 숨을 고르며 찬찬히 읽어본다. 잠시 풍류를 즐기는 한량이 되어보는 것도 좋으리라. 소설가 정찬주는 풍류란 바람으로 마음을 읽는 것이라 했다.







해질 무렵의 빛은 강렬하고 따뜻하다. 소멸하기 전 마지막 기운을 다 쏟아붓기 때문이라 생각해 본다. 이 강하고 따뜻한 빛을 받아 겨우내 움츠리고 있던 생명들이 다시 화려한 색을 드러낼 것이다. 절에는 시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시(詩)란 말씀 言자와 절 寺자가 결합된 말이니 과연 맞는 말인 것 같다. 다음에 다시 유가사를 찾을 때에는 나도 비슬산 자락을 바라보며 시 한편을 읊어보리라 다짐하면서 해지는 비슬산을 내려왔다.






* 유가사 소개

유가사는 대구시 달성군 유가면 양리 비슬산에 위치하고 있으며 조계종 제9교구 본사인 동화사의 말사이다. 신라 흥덕왕 2년인 872년에 도성이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절이 한창 흥할 때에는 3천여명의 스님이 기거했다고 전해지나 임진왜란때 불에 탔다. 이후 몇차례 중창을 거듭했으며 1976년부터 대대적 불사를 일으켜 지금에 이르렀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