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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442

천불천탑의 사찰 운주사, 따스한 품과 같은 절로 남아주길.. 굳이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1년만에 다시 운주사를 찾은 것도 가을이었습니다. 어느 때고 나쁘지 않겠지만 구름이 머무는 절, 운주사는 가을이 제격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이 절은 말로는 참 설명하기 힘든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어서 매번 다음에 꼭 다시 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듭니다. 지난해 가을에는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오후 느즈막히 운주사에 왔었습니다. 가을 하늘은 청명하기 그지 없었고, 운주사 하늘에 머물러 있는 하얀 구름이 절 이름과 참 잘 어울린다는 인상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렇게 마음에 쏙 드는 절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을까 하는 아쉬움과 이제라도 알게 되었으니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교차하기도 했었네요. * 천개의 불상과 석탑으로 가득찬 화순 운주사( http://kangks72.tis.. 2011. 11. 19.
따사로운 가을 햇살 같았던 화순 쌍봉사 쌍봉사는 천불천탑의 절, 운주사와 더불어 화순을 대표하는 사찰입니다. 지난해 운주사를 다녀 갔을 때는 일정에 쫓겨 아쉽게도 쌍봉사를 다녀가지 못했었는데 이번에 와보니 과연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쌍봉사는 아주 작은 절입니다. 주변에 큰 도회지도 없고 해서 조용하고 한적한 산사의 느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아마도 선암사와 송광사라는 큰 절을 다녀온 직후여서 그런 느낌이 더 강했는 지도 모르겠네요. 날마다 수백 수천의 신도와 관광객이 운집하는 절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넉넉함과 여유라고나 할까요. 따사로운 가을 햇살이 절 구석구석에 내려앉아 한가로이 경내를 노니는 사람들의 마음을 보듬어 주는 듯 합니다. 쌍봉사는 전남 화순면 이양면 증리 계당산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대한불교.. 2011. 11. 13.
깊어가는 가을날의 순천 송광사 풍경 깊은 산 속의 깊은 절, 선암사를 뒤로 하고 승보사찰 송광사를 찾았습니다. 순천 사는 분들이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렇게 멋진 두 개의 절을 지척에 두고 언제든 찾아갈 수 있으니까요. 조계산이 명산은 명산인가 봅니다. 송광사는 진각국사 부터 조선시대 초기에 이르기까지 무려 16명의 국사를 배출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름난 스님들이 이곳에서 수행을 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삼보 사찰 가운데 승보사찰로서의 명성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불, 법, 승의 삼보야 불교 신자들에게야 의미가 있는 것이겠지만 제가 송광사를 언제든 다시 찾고 싶은 사찰의 하나로 마음에 두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근처의 선암사가 승선교에서 바라보는 강선루의 풍경, 일주문에 이르는 푸른 숲길 등 멋진 풍광을 자랑하고 있다.. 2011. 11. 13.
깊은 산 속의 깊은 절, 순천 선암사 '깊은 산 속의 깊은 절'이란 표현은 유홍준 교수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빌어온 것입니다. 유 교수님은 선암사를 소개하는 글을 마무리하면서 우리나라 산사의 미학적 특질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깊다는 표현은 사실 산이나 절에 어울리지는 않다고 해야 겠지만 우리가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기도 하고, 또한 이 말처럼 우리땅의 풍광을 잘 나타내는 것도 없다고 생각됩니다. 선암사는 5년만에 다시 찾게 되었습니다. 그 세월만큼 여러 변화가 있었겠지만 그저 호젓하기만 했던 첫 방문 때와는 달리 이번에 다시 찾은 선암사의 느낌은 다소 번잡함과 소란스러움이 있었습니다. 누구나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는 가을이기 때문이겠지요. 주차장에는 관광버스가 가득이었고 한층 넓어진 숲길에는 알록달록한 옷들로 치장을 한 사람들로 .. 2011. 11. 8.
하동8경의 하나인 쌍계사의 가을 경남 하동 땅의 이름난 고찰 쌍계사는 이전부터 찾고 싶던 곳이었습니다. 지난 봄에는 지척에까지 왔다가 인파에 쫓겨 다시 차를 돌려야 했던 기억도 있네요. 그 유명한 십리벚꽃길의 끄트머리에 쌍계사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벚나무들을 보면서 벚꽃이 만개한 섬진강 가의 봄풍경을 떠올려 보게 됩니다. 경남 하동군 화개면 운수리 지리산 자락에 있는 쌍계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13교구 본사로 관장하고 있는 말사가 무려 43개, 암자도 4개에 달할 정도로 큰 절입니다. 쌍계사 일원이 경상남도 기념물 제21호로 지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지리산이 큰 산은 큰 산인 모양입니다. 지리산 자락이 품고 있는 쌍계사, 화엄사, 연곡사, 내원사, 천은사 등 이름난 절만 해도 헤아리기 힘들 정도니까요. 신라 성덕왕 23.. 2011. 11. 6.
드라마 '무사 백동수' 촬영지 요선정과 요선암 원래 염두에 두고 떠났던 여행지는 아니었습니다.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가운데 한 곳인 영월 법흥사를 다녀오는 길에 이정표를 보고 우연히 찾게 된 곳이 바로 이 요선정과 요선암이라는 곳이었습니다. 곳곳에 흔하디 흔하게 있는 정자와 바위 정도가 아닐까, 그리 큰 기대를 갖지는 않았는데 실제 가본 느낌은 기대 이상 이었습니다. 1984년에 강원도 문화재자료 제41호로 지정될 정도면 여느 정자들처럼 조선시대 정도에 세워져 꽤 오랜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 요선정은 지어진 지 채 백년도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영월지방에 살고 있던 주민들이 숙종, 영조, 정조가 내린 현판이나 어제시를 봉안하기 위해 1913년에 정자를 지었던 것이 요선정의 유래 입니다. 요선정이란 이름이 붙은 것은 조선 중기의.. 2011. 11. 4.
울창한 소나무숲이 반겨주던 법흥사 적멸보궁 법흥사 얘기를 하기 전에 먼저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을 알아보고 가는 게 옳은 순서일 것 같습니다. 5대 적멸보궁이란 것은 신라 선덕여왕때 자장율사가 중국에서 부처님의 사리, 정골, 치아, 가사 등을 가져 와 모셔 놓은 다섯 곳의 사찰을 얘기합니다. 부처님의 진신을 모시고 있기 때문에 주전에 불상이 따로 있지 않고 진신을 향한 방향으로 불단만 놓여져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설악산 봉정암, 오대산 상원사, 취서산 통도사, 태백산 정암사와 이곳 사자산 법흥사가 바로 우리나라의 5대 적멸보궁으로 이름이 높은 사찰입니다. 이번에 영월 법흥사를 다녀 왔으니 이제 남은 것은 설악산 봉정암을 오르는 것 뿐이겠네요. 설악산은 큰 맘 먹지 않으면 가기 힘든 곳이라 언제 그 완성을 보게 될 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법흥사.. 2011. 10. 31.
최참판댁에서 내려보던 악양 평사리 들판의 기억 벌써 이곳을 다녀온 지도 몇주가 훌쩍 지났네요. 역시 세월은 빛의 속도로 흐르고, 그 중에서도 가을은 참으로 빨리 지나가 버리는 것 같아 늘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대한민국 땅은 넓고, 가봐야 할 곳은 많은데 올가을 하동 최참판댁을 다녀올 수 있었던 것은 제겐 그래도 큰 행운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직도 그 가을 아침의 기억이 마치 눈앞에 보이는 듯 생생합니다. 서늘한 바람 속 하동 최참판댁에 올라 발 아래 펼쳐진 악양 평사리의 황금빛 가을 들판을 바라보던 그때의 감흥이 말입니다. 앞으로도 그때의 잔잔하지만 깊은 감동은 잊혀지지 않을 것이 분명합니다. 언제고 다시 찾고 싶은 곳에 이곳 하동 평사리를 추가해 두어야 하겠습니다. 사진으로 그때 느낌을 제대로 살릴 수 없다는 한계가 아쉽습니다. 좀더 사진을 잘 찍.. 2011. 10. 30.
어느 휘량(輝凉)한 가을날의 원주 구룡사 가을을 참 좋아합니다. 원래 태어난 달이 10월이기도 하거니와 사물을 더욱 풍성하고 돋보이게 해주는 가을 빛과 서늘한 바람이 한량없이 좋기 때문입니다. 마침 딱 그런 휘량(輝凉)한 가을날에 오래전부터 마음 속에 품고 있었던 원주 구룡사를 찾았습니다. 가을날에는 어떤 곳을 가도 만족감을 느낄 법하지만 이날의 날씨는 환상적이었다라고 밖에 표현을 못하겠네요. 구룡사에 대해서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리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곳에 있지만, 그 근처를 여러 번 지나면서도 또 이상하게 저와는 인연이 닿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매번 다음 기회로 미루다가 그렇게 2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다소 즉흥적인 선택이었지만 이 좋은 가을날에 구룡사를 가기 않았더라면 많이 후회할 뻔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구룡사라는 절.. 2011. 10. 23.
서늘한 가을바람 속 향기로 남아있는 지리산 천은사 인연이 닿았더라면 아마도 일년 전에 천은사를 찾았을 것이다. 이제서야 이렇게 좋은 곳을 알게 된 것이 아쉬울 정도다. 지리산의 넉넉한 품 속에 안긴 듯 자리잡고 있는 지리산 천은사는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있어야 할 것은 다 갖추고 있는 넉넉한 절이라는 느낌이 든다. 지금껏 전해 내려오고 있는 구렁이 설화가 이 고찰의 오랜 역사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듯 하다. 천은사는 조계종 제19교구 본사인 화엄사의 말사로 전남 구례군 광의면 방광리 지리산 서남쪽에 자리잡고 있다. 화엄사, 쌍계사와 더불어 지리산 3대 사찰로 손꼽힐 정도다. 신라 흥덕왕 3년(828년)에 인도의 덕운 스님이란 분이 중국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왔다가 전국의 명산을 찾아 다니다 이곳에 천은사를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나 창건에 관한 정.. 2011. 10. 9.
숨겨진 보물, 용문사의 초가을 풍경 제게 예천 용문사란 절은 숨겨진 보물과도 같습니다. 2년전 우연히 이곳을 찾았던 날 이후 가끔 시간 날 때마다 이곳을 찾곤 했었는데 매번 그 느낌이 다른 곳이기도 합니다. 고운사의 말사로 절 자체가 크게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처음 가보면 생각보다 큰 규모와 볼거리가 풍성하다는 데 놀라게 될 겁니다. 용문사에도 가을이 성큼 다가선 느낌입니다. 제게 용문사는 한여름의 푸른빛과 붉은 꽃잎이 대비를 이루던 곳이었는데 이제 계절의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감흥을 발견할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서둘러 찾아온 차가운 기운에 이끌린 붉은 단풍이 조만간 이 숲길을 온통 울긋불긋하게 단장해주면 용문사를 찾는 즐거움이 또하나 늘어 날 것 같습니다. 일주문을 지나 잘 정돈된 돌.. 2011. 10. 3.
도리사 천진동자불 얼굴 속에 피안이 있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도리사를 찾았던 날은 늘 마음이 무거웠던 것 같다. 이 또한 내가 도리사를 찾게 되는 인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도리사는 절 입구까지 아스팔트로 잘 포장되어 있어 차로 오기 무척이나 편하지만 내게는 첩첩산중에 외로이 고립되어 있는 섬처럼 느껴진다. 그 느낌은 군대가기전 친구들과 찾았던 소매물도 꼭대기에서 그림처럼 펼쳐진 바다를 보던 것과 비슷하다. 지난해 도리사를 처음 찾았던 날은 부처님 오신 날 전날이어서 그런지 조금은 번잡한 느낌이었다. 경내는 형형색색의 연등이 원래의 주인들을 밀어내고 있었고, 선원이며 다원이며 사람들이 모여 앉을 수 있는 곳이면 사람들의 소리가 끊임없이 새 나오고 있었다. 세속의 번잡함을 잠시 잊어볼 요량으로 찾았던 절에서 풍경소리며 독경소리는 이내 묻혀버려 아.. 2011. 8.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