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풍경을 그리다

깊은 산 속의 깊은 절, 순천 선암사

by 푸른가람 2011. 11. 8.
728x90


'깊은 산 속의 깊은 절'이란 표현은 유홍준 교수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빌어온 것입니다. 유 교수님은 선암사를 소개하는 글을 마무리하면서 우리나라 산사의 미학적 특질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깊다는 표현은 사실 산이나 절에 어울리지는 않다고 해야 겠지만 우리가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기도 하고, 또한 이 말처럼 우리땅의 풍광을 잘 나타내는 것도 없다고 생각됩니다.







선암사는 5년만에 다시 찾게 되었습니다. 그 세월만큼 여러 변화가 있었겠지만 그저 호젓하기만 했던 첫 방문 때와는 달리 이번에 다시 찾은 선암사의 느낌은 다소 번잡함과 소란스러움이 있었습니다. 누구나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는 가을이기 때문이겠지요. 주차장에는 관광버스가 가득이었고 한층 넓어진 숲길에는 알록달록한 옷들로 치장을 한 사람들로 넘쳐 났습니다.






선암사에 이르는 숲길은 참 아름답습니다. 바로 옆으로 계곡을 끼고 도는 길을 걷고 있노라면 쉼없이 흐르는 물 소리와 상쾌한 산 공기만으로도 복잡한 마음들이 씻겨지는 것 같은 평안함을 느끼게 됩니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역시 유홍준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깊은 산사에 어울리지 않게 지나치게 넓다는 것일 겁니다.




"좋은 길은 좁을수록 좋고, 나쁜 길은 넓을수록 좋다."




이 아름다운 숲길의 끝자락에 그 유명한 승선교와 강선루가 놓여 있습니다. 승선교 아래 계곡에서 강선루를 바라보는 느낌은 여전히 좋습니다. 처음 승선교를 찾았던 이유 역시 바로 승선교를 눈으로 직접 보고싶다는 간절한 마음 때문이었는데, 그 먼길을 찾아온 노고가 전혀 아깝지 않을만큼 훌륭한 풍광을 자랑합니다. 가히 선암사의 제1경이라 불릴만 합니다.



"냇물이 잔잔히 흐를 때는 무지개다리가 물 속의 그림자와 합쳐 둥근 원을 그린다. 그럴 때 계곡 아래로 내려가보면 그 동그라미 속에 강선루가 들어앉은 듯 보인다."는 유홍준 교수의 설명 그대로입니다. 보물 제400호로 지정되어 있는 이 승선교를 한참 바라보고 있노라면 주변에 널린 돌들로 어쩌면 이리도 단정한 다리를 만들었을까 신기한 생각이 듭니다.  



원래는 진입로를 따라 오다 아래 쪽의 작은 돌다리를 건너 왼편으로 건너온 후 윗쪽의 큰 승선교를 지나 다시 계곡 오른편으로 건너오게 디귿자 형태의 동선으로 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것이 오른편에 새로 넓은 진입로가 만들어지면서 지금은 이 승선교를 건너지 않고 바로 강선루를 지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승선교가 선암사의 제1경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그에 못지 않은 멋진 포인트가 바로 조계문에 이르는 길이 아닌가 싶습니다. 선암사 일주문은 여타 절과 달리 S자 형태로 살짝 휘어진 형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가을인데도 아직은 온통 푸른 빛을 지닌 울창한 숲을 지나 조계문에 닿는 그 순간이 선암사를 찾을 때 느끼게 되는 두번째 행복인 것 같습니다.




지난번에 선암사를 찾았을 때는 이곳저곳에서 벌어지는 공사 때문에 급하게 자리를 떠야 했었는데 이번에도 조용히 선암사를 찬찬히 둘러보기에는 어려웠습니다. 대웅전 앞마당에서 큰 행사가 열리는 모양입니다. 형형색색의 연등이 경내를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선암사와의 인연은 딱 이정도인 것인지 아쉬운 생각이 드네요.




다음에 선암사를 찾게 된다면 봄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 유명한 선암사 고매화를 볼 수 있을테니까요. 지금은 꽃은 커녕 잎까지도 모두 떨어진 앙상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맞고 있지만 다시 시간이 흘러 봄이 되면 온통 화려한 자태를 뽐내줄 겁니다. 다시 몇해가 지나서일 지 기약할 수는 없지만 그 모습을 보러 꼭 다시 선암사를 찾을 겁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