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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울창한 소나무숲이 반겨주던 법흥사 적멸보궁

by 푸른가람 2011.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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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흥사 얘기를 하기 전에 먼저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을 알아보고 가는 게 옳은 순서일 것 같습니다. 5대 적멸보궁이란 것은 신라 선덕여왕때 자장율사가 중국에서 부처님의 사리, 정골, 치아, 가사 등을 가져 와 모셔 놓은 다섯 곳의 사찰을 얘기합니다. 부처님의 진신을 모시고 있기 때문에 주전에 불상이 따로 있지 않고 진신을 향한 방향으로 불단만 놓여져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설악산 봉정암, 오대산 상원사, 취서산 통도사, 태백산 정암사와 이곳 사자산 법흥사가 바로 우리나라의 5대 적멸보궁으로 이름이 높은 사찰입니다. 이번에 영월 법흥사를 다녀 왔으니 이제 남은 것은 설악산 봉정암을 오르는 것 뿐이겠네요. 설악산은 큰 맘 먹지 않으면 가기 힘든 곳이라 언제 그 완성을 보게 될 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법흥사를 가기 전에는 사실 조금 기대를 가졌던 것이 사실입니다. 5대 적멸보궁에 어울리는 규모와 위세를 갖춘 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전국의 수많은 사찰들 다녀보고서 느낀 것이지만 절이라는 것이 반드시 얼마나 많은 당우를 가지고 있고, 신도 수가 얼마나 되고, 수도하는 승려가 많고 적음에 따라 결코 그 등급이 나뉘는 것은 아닙니다.





법흥사 자체는 작은 절이 아닙니다. 하지만 아래쪽 대웅전이 놓여있는 넓은 평지쪽은 조금 어수선한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뭔가 많이 비어져 있는 느낌인데, 지금 한창 그 허전함을 채우기 위한 공사가 군데군데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소실과 중건을 거듭해 와야만 했던 법흥사의 역사가 지금도 계속 반복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기억에 남는 것은 전각 지붕 위에 피어나 있던 가을꽃입니다. 기와를 가지런하게 올려놓은 지붕이 마치 정원인 양 각자 아름다움을 뽐내는 모습들이 이채롭기도 하고, 한편 정겹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법흥사 주변을 감싸안아주고 있는 울창한 소나무 숲의 푸르고 싱그런 느낌도 좋습니다.


법흥사에 왔으니 적멸보궁에 올라가 봐야겠지요. 법흥사 입구에서 대웅전을 지나 적멸보궁에 이르는 길은 그리 멀지 않습니다. 오르는 길가의 양편에는 하늘로 향해 뻗어있는 소나무숲이 있어 적멸보궁에 이르는 발걸음을 가볍게 해 줍니다. 이 길을 무심히 걷노라면 세상의 잡다한 소음도 묻혀지고, 번뇌도 저절로 사라질 것 같습니다.



산길을 조금 걸어 오르다 보면 드디어 적멸보궁에 이르게 됩니다. 적멸보궁다운 기품이 느껴집니다. 단정하게 지어진 적멸보궁 안에서는 마침 법회가 한창인 듯 했습니다. 혹여 방해가 될 까 절로 발걸음이 조심스러워집니다. 쉼없이 이어지는 독경 소리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복잡한 마음을 씻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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