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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하동8경의 하나인 쌍계사의 가을

by 푸른가람 2011. 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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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하동 땅의 이름난 고찰 쌍계사는 이전부터 찾고 싶던 곳이었습니다. 지난 봄에는 지척에까지 왔다가 인파에 쫓겨 다시 차를 돌려야 했던 기억도 있네요. 그 유명한 십리벚꽃길의 끄트머리에 쌍계사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벚나무들을 보면서 벚꽃이 만개한 섬진강 가의 봄풍경을 떠올려 보게 됩니다.






경남 하동군 화개면 운수리 지리산 자락에 있는 쌍계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13교구 본사로 관장하고 있는 말사가 무려 43개, 암자도 4개에 달할 정도로 큰 절입니다. 쌍계사 일원이 경상남도 기념물 제21호로 지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지리산이 큰 산은 큰 산인 모양입니다. 지리산 자락이 품고 있는 쌍계사, 화엄사, 연곡사, 내원사, 천은사 등 이름난 절만 해도 헤아리기 힘들 정도니까요.








신라 성덕왕 23년(723년)에 의상대사의 제자인 삼법 스님이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절의 원래 이름은 옥천사였었는데 이후 나라에서 쌍계사란 이름을 내렸다고 하네요. 쌍계사는 차의 재배지로도 유명한데, 840년에 진감국사가 당나라에서 차의 종자를 심고 대가람을 중창한 역사가 있습니다.



쌍계사에 이르는 숲길도 참 풍성하니 좋습니다. 제가 산중의 고찰들을 좋아하는 이유에는 아마도 이처럼 좋은 숲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굳이 부처님께 절을 하고 무언가를 간절히 기도하지 않아도 상쾌하고 싱그러운 숲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 속의 때가 지워지는 듯하니까요. 부디 이 아름다운 산사의 숲길들이 앞으로도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아 있어주면 좋겠습니다.






일주문을 지나 금강문, 천왕문을 통과하는 것이 사찰의 정통적인 배치 형태이긴 하지만 쌍계사처럼 세개의 문이 일직선 상에 배치되어 있는 절은 이전에 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조금은 어그러지게 이어지기도 하고, 숲길의 형태대로 구불구불하게 연결거나 한 두개의 문이 생략된 것도 많은데 쌍계사에서는 정통의 권위가 느껴지는 듯 합니다.




세 개의 문을 지나는 사이에도 역시 숲은 제각각의 멋을 지닌 채 우리들을 반겨 줍니다. 사철 푸른 대숲에는 청량한 가을 바람이 불어주고 있었고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나무는 자신을 닮으라 무언의 가르침을 주는 듯 합니다. 단풍나무 잎들은 하나둘씩 붉게 물들어 갑니다. 지금쯤이면 쌍계사가 온통 울긋불긋 가을색으로 갈아 입었겠네요.





천왕문을 지나면 정면에 팔영루가 있고 이 누각을 지나면 쌍계사의 유일한 국보인 진감국사 대공탑비(국보 제47호)가 계단 한가운데서 그 위용을 뽐내고 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계단과 약간 어긋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말끔하게 잘 정돈된 계단과 오랜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대공탑비가 뭔가 이질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기는 합니다.







쌍계사의 본전인 대웅전을 지나면 나한전이 나옵니다. 본사답게 많은 당우들을 보유하고 있는 쌍계사이지만 제게는 유난히 나한전이 눈에 들어 옵니다. 대웅전에 비하면 규모가 한참 적을 뿐더러 누추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 오래된 느낌이 맘에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게 되네요.





가을을 알리는 코스모스가 쌍계사 제일 깊은 곳에서 피어 있습니다. 붉디 붉은 강렬한 색감이 깊어가는 가을을 제대로 표현해 주는 것 같습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쌍계사를 내려오는 길에 만난 단야식당 앞의 노란 은행나무도 인상적입니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이 식당의 밥맛을 보지 못하고 돌아왔다는 것입니다. 다시 쌍계사를 찾을 때면 미리 예약이라도 해야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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