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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따사로운 가을 햇살 같았던 화순 쌍봉사

by 푸른가람 2011.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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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봉사는 천불천탑의 절, 운주사와 더불어 화순을 대표하는 사찰입니다. 지난해 운주사를 다녀 갔을 때는 일정에 쫓겨 아쉽게도 쌍봉사를 다녀가지 못했었는데 이번에 와보니 과연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쌍봉사는 아주 작은 절입니다. 주변에 큰 도회지도 없고 해서 조용하고 한적한 산사의 느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아마도 선암사와 송광사라는 큰 절을 다녀온 직후여서 그런 느낌이 더 강했는 지도 모르겠네요. 날마다 수백 수천의 신도와 관광객이 운집하는 절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넉넉함과 여유라고나 할까요. 따사로운 가을 햇살이 절 구석구석에 내려앉아 한가로이 경내를 노니는 사람들의 마음을 보듬어 주는 듯 합니다.





쌍봉사는 전남 화순면 이양면 증리 계당산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대한불교 조계종 제21교구 본사인 송광사의 말사로 신라 경문왕때 철감선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철감선사의 도호(道號)를 따서 쌍봉사라 불렸습니다. 이 절에서 선문9산의 하나인 사자산문의 기초를 닦은 것으로 유명한데 그래서인지 일주문에 쌍봉사자문이라는 현판이 붙어 있나 봅니다. 





대웅전 건물이 이채롭습니다. 높이가 12m에 이르는 쌍봉사 대웅전은 상륜부를 제외하고는 우리나라에서 3층 목탑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건물이었는데 1984년에 신도의 실수로 소실되는 아픔을 겪었다고 합니다. 지금의 대웅전은 그 이후에 새로 지은 것 같은데 대웅전 앞에 심겨진 감나무에 붉게 익은 감들이 풍성스럽게 달린 모습이 참 정겹게 느껴지네요.





작은 절이지만 넉넉한 품을 가진 절이라는 느낌입니다. 남아 있는 당우는 많지 않지만 낮은 담장 아래 마치 어깨동무하고 있는 듯한 고목들이 어느덧 완연한 가을빛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절을 품어안고 있는 뒷산은 높지도 낮지도 않은 적당한 높이에서 자애로운 눈빛으로 쌍봉사와 들판을 바라보고 있는 듯 합니다.



극락전 앞 단풍나무의 나뭇잎들이 울긋불긋 물들어가고 있습니다. 한 가지에서도 한창 푸른빛에서 붉은 빛까지 다양한 빛깔을 지닌 잎들이 마치 그라데이션을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아마도 지금쯤이면 저 풍성하던 잎들도 다 떨어져 버렸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태어나면 소멸하고, 차면 기우는 것이 세상 섭리인 것처럼 떠나는 모습마저 아름다운 자연을 닮고 싶은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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