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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천불천탑의 사찰 운주사, 따스한 품과 같은 절로 남아주길..

by 푸른가람 2011.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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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1년만에 다시 운주사를 찾은 것도 가을이었습니다. 어느 때고 나쁘지 않겠지만 구름이 머무는 절, 운주사는 가을이 제격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이 절은 말로는 참 설명하기 힘든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어서 매번 다음에 꼭 다시 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듭니다.








지난해 가을에는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오후 느즈막히 운주사에 왔었습니다. 가을 하늘은 청명하기 그지 없었고, 운주사 하늘에 머물러 있는 하얀 구름이 절 이름과 참 잘 어울린다는 인상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렇게 마음에 쏙 드는 절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을까 하는 아쉬움과 이제라도 알게 되었으니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교차하기도 했었네요.
* 천개의 불상과 석탑으로 가득찬 화순 운주사( http://kangks72.tistory.com/819 )

 


 


 


 


 


아무도 찾는 이 없는 이른 아침의 절은 고요합니다. 무수한 욕심과 번뇌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마음 까지도 이내 고요해지는 듯 합니다. 이 고요함과 평화로움이 언제까지라도 계속되면 좋을테지요. 스님의 목탁 소리와 이따금씩 울려 퍼지는 풍경 소리만이 산사의 적막을 일깨웁니다. "말씀은 가만가만, 걸음은 조용히" 라는 푯말이 없더라도 누구나 저절로 발걸음을 조심하게 됩니다.


 




새로운 것은 없습니다. 달라질 것도 없습니다. 물론 일주문 앞의 불상이나 석탑에 대한 보수 공사가 진행중인 것도 있고, 운주사 주변을 관광지로 개발하려는 공사의 모습도 보입니다. 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지다 보니 아무래도 지자체에서는 이곳을 이름난 관광명소로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들만도 합니다.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마도 다음에 운주사를 다시 찾게 된다면 그때는 이곳이 조금 달라져 있을 것 같습니다. 예전보다 좀더 많은 관광객들의 발걸음과 말소리가 절의 고요함을 깨워주겠지요. 정제된 조형미와는 거리가 먼, 투박함과 애달픈 민초의 삶이 그 속에 투영되어지는 불상과 불탑들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위로를 받고, 또 위로를 하고 돌아갈 수 있을까요.




운주사에 오면 이 와불을 꼭 만나보고 가야 합니다. 돌처럼 누워 계시는 이 부처님이 일어서는 날 세상이 뒤바뀌고 천년간 태평성대의 시대가 온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이 역시도 현실의 고난함을 한줄기 희망의 빛으로 견뎌 내고자 했던 싶은 사람들의 간절한 바람이 아니었을까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운주사를 돌아 나오며 이 불상들을 말없이 한참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치 사람을 보는 듯 합니다. 그래서 따뜻하게 안아주고 위로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속에서 나 또한 위로받고 구원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랜 세월동안 깨어지고, 갈라지고 으스러진 불상과 불탑처럼 상처를 품에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운주사는 따스한 품과 같은 절이 되었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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