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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깊어가는 가을날의 순천 송광사 풍경

by 푸른가람 2011.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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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 속의 깊은 절, 선암사를 뒤로 하고 승보사찰 송광사를 찾았습니다. 순천 사는 분들이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렇게 멋진 두 개의 절을 지척에 두고 언제든 찾아갈 수 있으니까요. 조계산이 명산은 명산인가 봅니다. 송광사는 진각국사 부터 조선시대 초기에 이르기까지 무려 16명의 국사를 배출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름난 스님들이 이곳에서 수행을 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삼보 사찰 가운데 승보사찰로서의 명성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불, 법, 승의 삼보야 불교 신자들에게야 의미가 있는 것이겠지만 제가 송광사를 언제든 다시 찾고 싶은 사찰의 하나로 마음에 두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근처의 선암사가 승선교에서 바라보는 강선루의 풍경, 일주문에 이르는 푸른 숲길 등 멋진 풍광을 자랑하고 있다면 송광사에도 이에 못지 않은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줍니다.




바로 이 곳, 삼청교와 우화각이 제일경이 아닐까 생각을 해봅니다. 지난해 처음 송광사를 찾았을 때의 느낌을 잊을 수가 없네요. 그때는 한여름이었고 그래서 송광사는 온통 푸른 빛으로 기억됩니다. 마치 푸른 숲과 푸른 물로 가득찬 느낌이었습니다. 거기에다 계곡을 세차게 흐르는 물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게 들리는 듯 합니다.





깊어가는 가을날의 송광사는 분명 한여름에 보여주었던 모습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품고 있습니다. 좀더 깊어지고 한층 여유로워진 느낌입니다. 삼청교에서 한가롭게 정담을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송광사 경내를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걷는 사람들에게서도 가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국의 여러 사찰들을 돌아다녀 봤지만 송광사 처럼 독특한 느낌을 주는 곳을 찾아보기도 쉽지 않습니다. 거의 모든 절들이 계곡을 끼고 있긴 하지만 마치 물로 둘러쌓인 중세 유럽 성곽의 축소판처럼 느껴진다고 할까요. 송광사를 가게 되면 언제나 이 우화각 근처에서 한참을 머물게 됩니다.






가을이라 그런지 침계루 앞을 흐르는 계곡의 물이 많이 줄었습니다. 미처 보지 못했던 침계루 벽체의 꽃무늬도 무척 인상적이네요. 그 전에는 왜 눈에 띄지 않았는지 이상할 정도입니다. 또 하나 독특한 것이 있다면 송광사의 현판들입니다. 일주문, 관음전도 그렇고 삼청교 천정에 붙어 있는 현판도 모두 파란색 바탕으로 되어 있어 시원스런 느낌을 줍니다.






매번 송광사를 찾을 때마다 시간에 쫓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오고 가는데만 많은 시간이 소요되다 보니 좀더 여유롭게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게 쉽지가 않네요. 다음에 송광사를 찾을 때는 조계산을 두발로 넘나들며 선암사와 송광사만을 고스란히 담고 돌아가고 싶습니다. 시간이 남는다면 불일암에도 잠깐 들러 법정스님의 흔적을 살짝 느껴보고 와도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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