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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사진으로 한눈에 둘러 보는 관동팔경

by 푸른가람 2010.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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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동팔경 중 제일은 어디일까 하는 호기심을 가지고 시작한 여행이 드디어 3년여만에 끝났다. 사실은 '가을로'라는 영화에 나왔던 월송정의 풍광에 매료되어 시작한 것이지만 영화 속 모습이 아닌 실제는 어떨까 하는 궁금증을 풀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이곳저곳을 다니게 되었다. 듣던 것보다는 별로인 곳도 물론 있었고, 그 반대인 경우도 있었다.

관동팔경을 다 돌아보면 좋겠지만 휴전선 이북에 있는 삼일포와 총석정은 여건이 되지 않아 다음으로 미룰 수 밖에 없다. 제목을 엄밀하게 적자면 한눈에 보는 관동육경 정도가 맞을 것 같다. 통일이 되고 남북간에 자유로운 왕래가 가능해진다면 나머지 두 곳도 직접 눈으로 보고 그 느낌을 적어보고 싶다.

* 관동팔경 : 관동지방(대관령 동쪽의 강원도)의 8대 명승지로 고성 삼일포, 통천 총석정, 간성 청간정, 양양 낙산사, 강릉 경포대, 삼척 죽서루, 울진 망양정, 평해 월송정을 말한다. 월송정 대신 흡곡 시중대를 들기도 한다.



평해 월송정(越松亭)

경북 울진군 평해읍 월송리에 있다. 고려시대 건축된 것으로 전해지나 지금 남아 있는 건물은 1980년에 복원된 것이다. 현판은 최규하 전 대통령의 친필이다. 바닷가 백사장이 끝나는 작은 언덕에 세워져 있고 주위에 수백년 넘은 해송이 숲을 이루고 있어 풍광이 뛰어나다. 한여름에도 솔숲에 들어가면 더위를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다.



월송정에서 백사장을 조금만 걸어 나가면 바로 동해의 푸른 바다와 만날 수 있다. 백사장의 폭은 그리 넓지 않고, 바로 수심이 깊어져 물놀이 하기엔 조금 위험해 보이는 해변이다. 해안을 따라 세워져 있는 철조망이 과거에는 이 곳이 군사시설보호지역으로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되었던 곳임을 보여준다. 바로 인근의 평해사구는 특이한 자연지형으로 울진군에서 생태경관보호지역 지정을 추진하기도 했다.



* 관동팔경 중 제일 먼저 찾게 되었던 곳이고, 울진에서 근무하게 된 연유로 자주 찾기도 했었다. 뭐라 그럴까 언제 가도 편하고 아늑하면서도 또 시원한 느낌을 주는 곳이 아닌가 싶다.  봄이면 월송정에 이르는 진입로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또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어떤 이는 관동팔경에서 이 월송정을 빼고 통천 흡곡의 시중대를 넣기도 한다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월송정이 다른 어느 곳에도 뒤질 게 없다고 본다.

[관련 포스팅]
솔잎 향과 바다 내음이 물씬 풍기는 곳 - 월송정 : http://kangks72.tistory.com/180


푸른 바다와 소나무숲, 그리고 월송정 : http://kangks72.tistory.com/382

 




울진 망양정(望洋亭)

경북 울진근 근남면 산포리에 있다. 원래 위치는 울진군 기성면 망양리에 있었으나 오래 되어 허물어진 것을 조선시대 평해군수가 지금의 위치로 옮겨 새로 지었다 한다. 지금 건물은 이후에도 여러차례 중건을 거듭하다 지난 2005년에 완전히 해체하고 새로 지은 것이라 고풍찬연한 모습은 전혀 느낄 수 없다.


바다를 바라보는 정자라는 이름처럼 왕피천과 동해가 만나는 바닷가 높은 곳에 세워져 경치가 아주 훌륭하다. 지금은 많이 자란 나무 탓에 주변 풍경이 가리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나무를 잘라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조선시대 숙종 임금이 관동팔경 가운데 경치가 가장 뛰어나다 하여 관동제일루 라는 현판을 하사했다고 할 정도이다.



* 십수년 전에 처음 망양정을 찾았을 때와 지난해 다시 찾았을 때의 느낌이 너무나 달랐다. 깔끔하게 정리된 모습은 나쁘지 않았지만 너무 새것같아 왠지 어색했다. 망양정을 찾는 사람들은 빼어난 풍광 뿐만 아니라 그 속에 배어 있는 역사의 숨결도 느끼고 싶어 하지 않을까. 조금 아쉬운 건 아쉬운 거고, 그래도 휴가철에 바로 아래에 있는 망양정 해수욕장을 찾게 된다면 빼놓지 말고 이곳에도 올라보시길 추천 드린다.

[관련 포스팅]
관동팔경 중 제일이라는 울진 망양정 : http://kangks72.tistory.com/422

 




삼척 죽서루(竹西樓)

강원도 삼척시 성내동에 있다. 창건연대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고려시대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의 건물은 조선시대에 중창된 것이지만 몇차례 수리되는 동안 원형이 훼손되었다. 오십천이 흐르는 절벽 위에 세워져 있어 누각에서 보이는 주변 풍광이 여유롭고 시원하다.




관동팔경 가운데 유일하게 강가에 세워져 있다는 점과 유일하게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는 점이 특이롭다. 죽서루라는 이름은 옛날 이 루의 동쪽에 대나무숲이 있었고, 그 숲안에 죽장사라는 절이 있어 죽서루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얘기도 있고, 죽서루 동편에 죽죽선녀의 유희소가 있었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말도 있다.



* 관동팔경 하면 자연스레 푸른 동해 바다를 떠올렸을 법한데 삼척 시내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다. 시원한 바다는 없지만 대신 오십천의 푸른 빛과 시원한 강바람을 맞을 수 있으니 그리 나쁘진 않다. 영화 '외출'의 촬영장소이기도 한데, 푸른 빛이 완연한 계절 보다는 한겨울 설경이 잘 어울릴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관련 포스팅]
오십천 강가에 세워진 유서깊은 죽서루 : http://kangks72.tistory.com/696

 




강릉 경포대(鏡浦臺)

강원도 강릉시 저동의 경포호 북쪽에 있는 누각이다. 고려시대 말기에 지어진 것으로 전해지며 강원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정면 6칸, 측면 5칸이며 기둥은 모두 28개다. 율곡이 열살 때 지었다는 경포대부, 숙종의 어제시를 비롯하여 수많은 시인, 묵객의 글들이 경포대 구석구석에 남아 있다.




죽서루가 강가에 세워져 있다면 이곳 경포대는 경포호수를 바라보며 서 있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 섞이는 기수역이다보니 특이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는 경포호는 경치도 무척 아름다워 경포대를 중심으로 한 8경이 따로 있다고 한다.  녹두일출() ·죽도명월() ·강문어화() ·초당취연() ·홍장야우() ·증봉낙조() ·환선취적(篴) ·한사모종()이 그것인데 시간내서 하나하나 그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경포대 누각에 서서 안개가 자욱한 경포호수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느낌이 괜찮았다. 날씨가 화창한 날이면 파란 하늘과 어울어지는 동해의 푸른 바다가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할 것 같다. 어쩌면 여름 휴가철에 경포대 해수욕장에서 물놀이만 하다 정작 경포대 구경은 안하고 돌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경포대 주변에 오죽헌, 선교장 등도 둘러보고 초당두부 맛도 꼭 보시길 권해 드린다.

[관련 포스팅]
강릉의 상징 경포대에서 경포호를 바라보다 : http://kangks72.tistory.com/692

 




양양 낙산사(洛山寺)

강원도 양양군 강현면 전진리 오봉산에 있는 통일신라시대의 사찰이다. 신라 문무왕 11년(671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몇차례 중건을 거듭하고 6.25전쟁때 소실되었던 것을 1953년에 다시 지었다. 우리나라 3대 관음기도도량으로도 유명해 전국 각지에서 불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지난 2005년 강원도 양양, 고성 일대의 산불로 인해 모든 전각과 낙산사 동종까지 모두 불타고 녹아 내렸던 것을 지난 몇년간의 노력으로 과거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큰 산불 속에서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던 홍련암과 일출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의상대도 낙산사의 자랑거리다. 또한 동양 최대라는 해수관음상도 빼놓지 않고 둘러봐야 할 명소다.




* 역시나 유명한 사찰이다보니 사람들이 발길이 끊이질 않는 곳이다. 입구에서부터 한바탕 주차전쟁을 치르고, 붐비는 사람들로 고즈넉한 산사의 느낌을 찾긴 어려운 것 같다. 부산의 해동용궁사처럼 바닷가의 사찰들은 하나같이 화려하고 사람들 냄새가 많이 나는 것이 공통점인 것 같다. 낙산사에 오면 세월과 자연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지난 2005년 산불로 모든 것을 잃었던 이곳이지만 지금은 그 흔적을 찾기가 힘들 정도가 됐다.

[관련 포스팅]
화마의 상처를 딛고 푸르름을 되찾은 양양 낙산사 : http://kangks72.tistory.com/690 

 




간성 청간정(淸澗亭)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청간리에 있다. 설악산에서 흘러나온 청간천과 동해가 만나는 작은 언덕 위에 세워져 있어 누각 위에서 바라보는 동해의 풍경이 뛰어나다. 특히 아침 일출과 낙조가 많은 시인, 묵객의 심금을 울릴 정도로 아름답다 한다. 정자의 창건 연대는 알려져 있지 않으나 갑신정변 때 불타 없어진 것을 1930년에 지역주민이 재건한 것으로 전해 진다.



원래 청간정의 현판은 조선시대의 유학자인 우암 송시열이 좌의정으로 있을 때 이곳을 들러 썼다고 하나, 지금 걸려 있는 현판은 1955년에 이 정자를 보수토록 지시한 이승만 대통령이 친필로 적은 것이다. 1971년 12월 16일 강원유형문화재 32호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7번 국도에 인접해 있으며 주차장도 잘 마련되어 있어 둘러보기가 용이하다.




* 과거에는 모르겠지만 지금 청간정에서 바라보는 주변의 풍광은 극히 제한적이다. 좌우측 해변을 따라 철책이 둘러져 있고 이런저런 건물들로 어수선한 모습이다. 청간정이 좋았던 점은 누각에서 맞는 차가울 정도로 시원한 바닷바람이다. 한여름에도 한기를 느낄 정도니 올여름 이곳에서 책 한권 들고 신선놀음 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이곳에서라면 무더위는 잊어도 좋다.

[관련 포스팅]
푸른 동해와 시원한 바닷바람을 즐길 수 있는 간성 청간정 : http://kangks72.tistory.com/688

 


또 누군가는 질문할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과연 관동팔경 중 제일은 어디냐고? 애시당초 내가 품었던 질문 자체가 어리석은 것이었기에 당연히 그에 대한 답은 찾을 수 없었다. 어차피 아름다움의 기준은 각자의 마음속에 있는 것. 그래서 무엇이 무엇보다 낫고, 못하다의 구분 자체가 필요없다고 느끼게 하는 곳들이 바로 이 관동팔경이 아닐까 한다. 그 아름다움을 찾아 떠나보는 것, 그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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