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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부처님이 모셔져 있는 영천 만불사

by 푸른가람 2010.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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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곳에 있음에도 일부러  가보지 않았던 곳이 영천 만불사였다. 개인적인 경험 탓에 조금 부정적인 첫인상을 가진 곳이었다. 절이라기 보다는 종교를 내세워 돈벌이를 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만불사는 그 이름에 걸맞게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부처님을 모시고 있는 사찰이다. 사찰 측 설명에 의하면 20만 부처님이 봉안되어 있다고 한다.





말이 쉬워 20만이지 정말 어마어마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숫자도 숫자거니와 높이 33m에 달하는 아미타대불의 위용도 대단하다. 이 불상은 해발 236m의 산 중턱에 있어 인근의 경부고속도로나 국도 상에서도 사방 팔방 훤히 보인다. 또한 표면을 도금 처리하고 100여개의 직,간접 조명시설까지 갖추고 있어 밤에도 그 위용을 뽐내고 있다.




법주사나 낙산사의 대불과 더불어 최대 규모를 자랑했었지만 최근에 강원도 홍천에 있는 연화사에 높이 36m의 동양 최대 규모 아미타대불이 새로 만들어져 그 자리를 내어주게 됐다. 굳이 저렇게 높고 거대한 불상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 생각도 들지만 불자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끌 수 있는 관심거리가 되는 건 확실한 것 같다.




대구서 경주를 오가는 국도변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도 뛰어나다. 그동안은 애써 외면해 왔지만 이날따라 왠지 한번 들러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발길을 옮겼다. 입구에서부터 참 독특한 느낌이었다. 마치 동남아쪽 사원에 온 듯한 이국적인 색채도 강하게 풍겼고, 역시 지어진 지 얼마되지 않은 듯한 모습도 군데군데서 느낄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절을 세운 지 30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고, 지금도 대웅전 등 많은 새로운 건물들을 지어가고 있는, 말 그대로 현재진행형의 사찰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만나는 사찰들이야 멀게는 신라시대부터 고려시대에 이르기까지 천년여의 세월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고찰이라 만불사에서 느끼는 문화적 충격은 사뭇 크다.





누군가는 만불사를 일컬어 공원같은 절이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이곳을 한바퀴 둘러보고 나니 과연 그렇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좀더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망자들의 편안한 휴식을 위한 공원이 아닐까 싶다. 군데군데 묘역을 따라 조성해 놓았다. 정확하게 얼마나 많은 돈이 들 지는 모르겠지만 묘도 쓸 수 있고, 불상도 만들 수 있고, 심지어 종에도 그 이름을 넣을 수 있다.





그런 이유로 만불사를 돈냄새 나는 절이라고 비난하기도 하지만, 사실 돈 있는 사람들로서는 망자들을 위한 아주 좋은 종교시설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해본다. 깊은 산중에 성묘하러 가려면 얼마나 힘든지 다들 알 것이다. 그래서 명절 때나 겨우 묘를 찾아 성묘를 하고 조상들께 인사를 드릴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절에 모셔놓으면 찾아오는 사람들도 좋고, 돌아가신 분에게도 늘 부처님과 함께 할 수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발바닥을 만지면 업보를 씻을 수 있는 황동와불열반상도 있고, 금빛 찬란하게 빛을 발하고 있는 인등대탑도 이채롭다. 범종각의 작은 종은 누구나 종을 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절이 맘에 든다는 건 결코 아니다. 들어설 때부터 되돌아 나올 때까지 마음이 어색함은 어쩔 수 없었다.






다름은 다름으로 이해해야 한다. 다르다는 것이 틀린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지금까지 익숙해져 있던 것과 다르다는 이유로 비난할 수는 없다. 직접 만불사를 둘러보니 이전에 들었던 거부감은 많이 누그러진 것 같다. 만불사는 군데군데 볼거리가 많고 인공적으로 잘 꾸며져 있는 곳이지만 그래도 내겐 여전히 오래되고 낡은 산사의 풍경소리가 그저 마음 편하고 정겹게 느껴지는 건 너무 고루한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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