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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비 내리는 서석지에서 반가운 연꽃을 만나다

by 푸른가람 2010.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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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지는 연꽃이 활짝 피는 7월 중순이 가장 아름답다고 했다. 시기는 잘 맞춘 거 같은데 날씨가 도와주질 않는다. 지난 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새벽부터 이내 빗줄기가 굵어지더니 쉼없이 내리고 있다. 이런 빗속에 연꽃이 피긴 했을까? 피었다 한들 내리는 빗속에 제대로 구경이나 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도 있었지만 가보지 않고 나중에 후회하는 것보다는 나을 거 같아서 서석지로 차를 몰았다.




입구의 은행나무는 여전히 풍성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7월 한여름의 연꽃도 물론 아름답겠지만 역시 가을에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가 품어 안고 있는 서석지의 모습이 더 멋질 것 같다는 생각이 또한번 들었다. 우산을 받쳐들고 입구를 지나니 연못부터 살펴 봤다. 연분홍빛 꽃잎을 활짝 펴든 연꽃들이 보였다. 아직 만개하진 않은 듯 보였다. 하루이틀 지나면 완전히 만개할 듯 싶다. 가장 아름답다던 7월의 서석지는 올해도 보긴 어려울 것 같지만 이것만으로도 빗속을 뚫고 찾아 온 보람은 충분히 있다.  





넓은 연잎 한가운데 빗물들이 모여 작은 연못을 이루었다. 수면위에 걸터앉은 연잎에도 작은 물방울들이 올망졸망 모여 있다. 서석지 연못을 가득 채운 연잎의 녹색이 경정의 고풍스러운 무채색과 어울려 더욱 싱그럽게 느껴진다. 오래된 건물에 마치 새로운 호흡을 불어 넣어주는 듯 느껴지기도 한다.





서석지는 이번이 네번째 방문인데도 그때마다 찍은 사진들을 보면 매번 비슷비슷한 느낌이다. 좀더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고 생각은 하지만 사람마도 좋아하는 구도나 스타일이 어느 정도는 정해져 있어서 그 틀을 벗어나기가 좀처럼 쉽지 않은 것 같다. 경정 마루에 한참을 앉아 내리는 비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주변의 정적 덕분에 빗방울이 연잎에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 마루바닥이 먼지도 없이 깨끗한 걸 보니 누군가의 손길이 늘 이곳을 돌보고 있는 것 같다. 문득 지난해 6월쯤 서석지를 처음 찾았을 때 이 마루에서 지금의 나처럼 하염없이 앉아계시던 할아버지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건강히 잘 지내고 계실거라 그렇게 생각하련다.




처마 아래서 비를 피하며 경정을 한바퀴 돌아봤다. 처음에 한국의 3대 정원이라는 기대를 안고 이곳에 왔다 약간은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생각보다 규모도 작았고, 건물들도 너무 낡고 잘 관리가 되지 않은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었다. 그런데 두번째 느낌이 다르고, 세번째 방문 때의 느낌이 또 달랐다. 첫인상은 별로였지만 만날수록 좋아지는 '진국'같은 사람이라고 할까.



나홀로 서석지 감상을 맘껏 하고 발길을 돌릴 때 쯤 한무리의 방문객이 서석지에 들어왔다. 연못에 옹기종기 피어난 연꽃들을 보더니 환호성을 지른다. 사실 그들도 나처럼 이 빗속에 큰 기대없이 이곳을 찾았을텐데 생각지도 않던 풍경을 접하게 되니 저절로 감탄이 나왔을 거다. 2010년 여름날의 서석지는 연분홍빛 연꽃이 더해져 더욱 풍성한 느낌으로 기억될 것 같다. 아주 만족스런 여행이었다.

[서석지와 관련된 이전 포스팅 보기]
상서로운 돌을 쌓아올린 한국의 3대 정원 영양 서석지 : http://kangks72.tistory.com/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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