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포대 하면 푸른 바다와 넓은 백사장을 떠올렸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매년 휴가철 TV뉴스 화면에서 보던 경포대 해수욕장은 경포대와는 조금 떨어진 위치에 있었다. 경포대는 경포호를 낀 나지막한 언덕 위에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인지 생각보다 눈에 확 드러나진 않는다. 주변에 무성한 나무들로 인해 조금 답답한 느낌도 있었다.
날씨 좋은 날 누각에 올라가 바라보는 경포호 모습은 무척 인상적일 것 같았다. 하필 내가 간 날은 안개도 많이 끼고 뿌연 하늘 탓에 제대로 경포호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할 기회를 갖지 못한 것이 아쉽다. 바닷가와 바로 인접해 있어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기수역이라 독특한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경포대는 강원도 강릉시 저동에 위치하고 있으며 고려시대 말기인 1326년에 건립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71년 12월에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6호로 지정되었는데 율곡이 열살 때 지었다고 하는 경포대부를 비롯하여 숙종의 어제시와 여러 이름난 문인들의 기문, 시판 등이 걸려 있다.
특히 제일강산(第一江山)이라는 글자가 눈에 띄는데 주지번이라는 사람이 썼다고 전해진다. 자세히 살펴보면 제일이라는 글자와 강산이라는 글자의 필체가 조금 다른 것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강산이라는 글자가 없어져 후대에 다른 사람이 다시 썼다는 얘기가 전한다. 구석구석 걸려있는 선인들의 멋진 필체를 구경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경포대 바로 옆에는 현모양처의 대명사로 통하는 신사임당의 동상이 서 있다. 동상을 보며 실제로도 저런 모습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무척 자애로운 인상에 기품이 느껴진다. 잠깐이면 둘러볼 수 있는 경포대를 뒤로 하고 바로 앞의 경포호로 발걸음을 옮겼다.
호수를 둘러싸고 체육시설이 잘 조성되어 산책과 운동을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그저 해수욕장의 모습만 상상했던 내게 경포호와 경포호는 색다른 느낌으로 남을 것 같다. 혹여라도 하늘이 파란 날에 다시 경포호를 찾게 된다면 호수를 한바퀴 휘 둘러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풍경 몇컷을 카메라에 담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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