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양정을 처음 찾았던 때만 하더라도 망양정 앞에서면 푸른 동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왔었다. 지금은 주위의 나무들이 너무 커버려서 시야를 많이 가리는 것이 못내 아쉽기는 하다. 왕피천과 동해바다가 합쳐지는 해안의 모습은 가히 일품이었었다. 단순히 기분 때문인지 몰라도 이십여년 전과는 많이 달라진 듯 하다. 예전엔 조금 정리가 덜 된듯 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느낌이 좋았었는데 지금은 뭔가 조금 어색하다.
관동팔경중 하나인 울진 망양정은 경북 울진군 근남면 산포리에 위치해 있다. 원래 위치는 울진군 기성면 망양리에 해변 언덕에 있었는데 조선 성종때 평해군수 채신보란 사람이 망양정이 낡았다 하여 망양리 현종산으로 옮겼다가 조선 철종 11년(1860년)에 현재의 위치(울진군 근남면 산포리)로 다시 옮겼다고 한다.
자료를 찾아보니 이후에도 여러차례 울진군에서 개보수를 했지만 심하게 낡아 2005년에 완전해체하고 새로 지었다 한다. 왠지 망양정이 예전 느낌이 아니다 싶었는데 역시 그런 사연이 있었던 것이다. 깨끗하고 세련되어 보이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십수년전의 오래전 추억이 다 사라진 듯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울진 망양정은 간성의 청간정(淸澗亭), 양양의 낙산사(洛山寺), 강릉 경포대(鏡浦臺), 통천의 총석정(叢石亭) , 고성 삼일포(三日浦), 삼척 죽서루(竹西樓)와 역시 이곳 울진의 월송정(越松亭)과 더불어 관동팔경으로 꼽혀 왔는데, 그 중에서도 망양정의 경치가 으뜸이라 하여 조선 숙종은 관동제일루라는 현판을 하사하였다고도 한다. 물론 지금의 위치가 아닌 과거의 망양정이 어떠했을지 알 수가 없으니 제대로된 비교는 어렵겠지만 솔직히 양양 낙산사에 비할 바는 아닌 것 같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새로운 것보다는 예전의 오래되고 낡은 것에 대한 애착이 더 커지는 것 같다. 그것은 아마도 앞으로 담아갈 것보다 이미 담겨진 추억들이 더 많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 얻을 것보다 잃을 것들이 많은 나이가 되면 그 추억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는 것이 무척이나 애달픈 일이 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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