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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동아보살이 죽어서도 지키고 있는 선무도의 본산 골굴사

by 푸른가람 2010.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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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바다 근처의 아늑한 함월산에 자리잡고 있는 골굴사는 한국의 소림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선무도와 템플스테이, 그리고 마애여래좌상도 골굴사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들이다. 워낙에 이런저런 방송 프로그램이나 신문 보도로 많이 알려진 덕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골굴사의 역사를 살펴보면 6세기 무렵에 서역에서 온 광유성인 일행이 이 곳에 12개의 석굴을 짓고 가람을 조성한 인공 석굴사원이다. 중국의 돈황석굴과 비슷한 형식이지만 그 규모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아담하다 하겠다. 함월산 석회암 절벽 군데군데 석굴이 뚫려있고, 맨 위에 보물 제 581호로 지정되어 있는 마애여래좌상이 조각되어 있다.




이 불상은 높이가 4m에 폭이 2.2m 정도인데 비바람으로 인한 훼손을 피하기 위해 지금은 투명한 플라스틱 가림시설이 설치되어 있어 자연스러운 맛은 많이 떨어진다. 불상에 이르는 길은 협소하고 가파르다. 난간을 부여잡고 연신 땀을 닦아가며 오르니 마침 스님이 정성스레 불공을 드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경건하게 느껴져 셔터 누르는 소리마저 죄송스러울 정도였다.



꼭대기에서 아래를 내려보니 아찔하다. 좁은 길을 내려오다 발이라도 헛디디면 다치기 십상이다. 그래도 역시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시원하기 그지없다. 마애여래좌상과 석굴을 둘러보고 내려오면 관음굴을 만나게 된다. 이 관음굴은 바깥에서 보기엔  벽도 있고, 기와가 얹힌 지붕까지 있어 온전한 건물로 보이지만 내부는 온전히 석굴의 형태다.





대적광전은 지어진 지 얼마되지 않아 보인다. 법당 앞에는 비교적 넓은 공간이 있는데 이 곳에서 새벽 예불을 올린다고 한다. 한여름에는 괜찮겠지만 한겨울 매서운 추위를 무릅쓰고 새벽 예불을 드리는 분들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대적광전 오른편으로 마애여래좌상이 보이고, 불상을 향해 힘든 걸음을 옮기고 있는 사람들 행렬이 안스럽다.





골굴사 입구에 세워져 있는 역사상이다. 역시 선무도를 연마하는 곳이다보니 절 곳곳에서 무예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선무대학 건물이 우뚝 서 있는데 전통적인 우리 사찰의 모습과는 조금 달라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왼쪽으로 조금 올라가다 보면 공양간과 요사채가 나온다. 아마도 템플스테이를 하면 여기서 머무는 것 같다. 조금 올라가다보면 바로 대적광전의 모습을 볼 수 있을만큼 절 자체의 규모는 크지 않은 편이다.



산을 오르는 길에 백구 한마리가 보이길래 그 유명한 '동아보살'인가보다 하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나도 몇해전 TV에서 보며 신기해 하던 기억이 나는데 올해 음력 2월에 입적하였고, 지금은 동아보살을 기리는 동상이 길가에 세워져 있다. 잠시 묘한 기분을 느꼈다. 조금만 일찍 왔더라면 마지막 모습이라도 볼 수 있었을텐데 아쉬웠다.




무려 20년 동안이나 골굴사에서 수행하며 20여차례나 강아지를 분양하고 1,200만원을 보시해 대적광전과 선무도 대학을 세우는데 큰 공덕을 쌓았다고 비에 적혀 있다. 사람 나이로 치면 100살이 넘는 세월을 골굴사와 함께 했으니 어찌 그 정이 크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런 연유로 죽어서도 이렇게 동상으로 서서 골굴사를 찾아오는 사람들을 반기고 있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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