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풍경을 그리다

새해 첫날, 고운사에서 절하다

by 푸른가람 2012. 1. 3.
728x90


새해 첫날에 의성 고운사를 찾았습니다. 계절을 가리지 않고 봄, 여름, 가을, 겨울 고운사를 찾아 왔지만 이날처럼 고운사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난 건 또 처음인 것 같습니다. 아마도 새해 첫날이라 부처님 앞에 무릎꿇고 절하러 오신 분들이 저 말고도 또 많았던 가 봅니다.



모두에게 열려 있는 절이지만 그래도 저 혼자 고즈넉한 산사를 여유롭게 즐기고 싶은 욕심은 또 여전합니다. 사람들과 차량의 번잡함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네요. 그래도 고운사는 모처럼 조계종 본사에 어울리는 분주함을 모처럼 되찾은 것 같아서 저의 욕심은 잠시 접어두려 합니다. 두 손을 모으고 절하는 마음은 누구나 간절한 것일테니까요.





절을 자주 찾아다니고는 하지만 예전에는 그저 절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두는 것에 만족했었습니다. 무엇이 가로막았는 지는 모르지만 법당 안에 들어가 잠시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절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러던 제가 요즘은 또 무언가에 이끌리듯 간절한 마음을 안고 자비로운 부처님과 무언의 대화를 하곤 합니다.




默識心融이라 했던가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리라 여겨 봅니다. 잠시 마주 앉은 찰라의 고요함을 통해 마음의 큰 위안을 얻고 절을 되돌아 나옵니다. 한 때는 오래된 절집이 주는 편안함과 세월의 무게, 풍요롭고도 상쾌한 숲길과 계곡의 시원스런 물소리에 이끌려 절을 찾았었는데 앞으로는 조금 더 깊은 마음의 평안을 얻어가려 다시 이 곳을 오게 될 것 같습니다.





익숙한 고운사의 풍경이 정겹습니다. 천왕문을 들어서면 만나게 되는 고불전, 가운루도 여전한 모습으로 간만에 찾아온 이를 말없이 반겨주는 듯 합니다. 지난해 여름 무덥던 어느 날에 고운사를 찾았던 기억이 납니다. 만덕당 마루에 앉아 맞은편의 등운산을 바라보며 잠시 땀을 식히던 그 순간이 마치 꿈처럼 느껴집니다. 모든 것이 이처럼 덧없이 흐르겠지만 부처님의 엷은 미소속에 담겨진, 변치 않는 그 무언가가 분명 있을 것이란 믿음을 안고 발길을 되돌려 봅니다.

<고운사 관련 이전 글 보기>
2011/08/17 - [아름다운 우리땅] - 고운사 광덕당 마루에 앉아 등운산을 바라보다
2010/11/08 - [아름다운 우리땅] - '절다운 절' 천년고찰 의성 고운사의 만추(晩秋)
2010/10/21 - [아름다운 우리땅] - 아름다운 고운사의 가을 숲길을 거닐다
2010/04/11 - [아름다운 우리땅] - 이름처럼 아늑하고 고운 절, 의성 고운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