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풍경을 그리다

솔숲 너머 푸른 동해바다가 시원스레 펼쳐진 울진 월송정

by 푸른가람 2011. 12. 23.
728x90


월송정의 모습은 늘 변함이 없어 단조롭기까지 하다. 영화 속 월송정의 모습은 꽤나 낭만적이고 운치있어 보였는데 정자 자체는 크게 감흥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무언가 규모로 압도하는 맛이 있다거나, 오랜 세월을 느끼게 하는 무게감이 있는 것도 이나라서 올 때마다 조금 심심함을 느끼게 된다.


오히려 월송정이라는 정자 자체보다는 한여름 무더위를 잊게 해주는 소나무숲, 혹은 마치 월송정의 앞마당인 것처럼 눈앞에 펼쳐져 있는 백사장과 푸른 동해 바다에서 이 곳을 찾은 보람을 느낄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인근의 이름난 해수욕장과 달리 이곳은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금도 철책이 가로막고 있기도 하다.



작은 문을 통해 철책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열려있는 해수욕장이나 해변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든다. 금단의 구역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십수년전까지만 해도 이곳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을 거다. 해변 곳곳에 군인들의 해안초소가 자리잡고 있었을 것이고 일몰 후에는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었던 그때 그 시절 말이다.



이곳 백사장은 폭이 좁아서 몇걸음만 떼면 바로 바다다. 보통의 동해안 바닷가가 그렇듯 금방 물이 깊어져서 물놀이를 하기에는 적당하지 않다. 그저 아무 일 없이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한참을 걸어보는 것이 여기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소일거리가 아닐까 싶다. 철책 사이로 바라보는 월송정의 모습이 조금 이채롭다.





정확한 이름은 알 수가 없지만 월송정에 이르는 길가 초입에 새로 조성한 듯 보이는 공간이 있다. 얼핏 보면 공원 같기도 하고 이런저런 시설물을 설치해 두어서인지 한번 걸어볼 만 하다. 특히 벚꽃이 한창인 봄이나, 은행나무가 노란 잎을 떨어뜨리는 늦가을이면 월송정 못지 않은 풍광을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월송정은 아무래도 달과 연관이 깊은 곳이니 달빛이 어스럼하게 비치는 밤풍경이 제격일 듯 싶다. 소나무숲을 지나서 당도하게 되는 바닷가에 한참을 앉아 달빛 내리는 바다의 소리를 꿈꾸듯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또하나, 월송정에 올라 장엄한 일출을 바라보고 싶은 소망도 있다. 선조들이 제일의 경치라 칭송했던 데에는 또 그만한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