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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관세음보살의 미소가 따사로웠던 경주 기림사

by 푸른가람 2011.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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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림사는 이번이 두번째 였습니다. 문무대왕릉에서 일출을 보느라 몸이 꽁꽁 얼어버린 날이었습니다. 기림사를 처음 찾았던 지난해 여름날의 풍경( 물소리, 새소리가 어울어져 더욱 싱그러운 기림사 숲길 : http://kangks72.tistory.com/706

 )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바뀐 계절을 따라 기림사 모습은 많이 달라졌지만 좋았던 느낌만은 여전합니다.

 


 


 


 


 


온통 푸르렀던 기림사 숲길의 나무들은 어느새 잎들을 다 떨어뜨렸습니다. 여름날 더위를 잊게 해주었던 고마운 숲이었습니다. 이제는 그 빈 여백을 파란 하늘빛이 대신해 주고 있습니다. 이 좋은 숲길을 조금 걸어가다 만나게 되는 천왕문 앞의 비스듬히 뻗은 소나무와 대나무의 푸른 빛은 언제나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제가 기림사를 좋아하는 이유가 두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이미 말씀드렸던 기림사 숲길이 주는 편안함 때문이고, 그 두번째는 오래된 기림사 절집에서 느낄 수 있는 세월의 무게와 억지로 그걸 덮으려 하지 않는 자연스러움 때문입니다. 단청은 이미 빛이 바랜지 오래고 현판들도 건물들에 딱 어울리는 모습입니다.

 


 


 


 


 


 


전국의 많은 절들을 다녀 보지만 기림사처럼 그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아 있는 절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물론 기림사 역시 이곳저곳에서 불사가 이루어지고 있긴 하지만 규모와 외형에만 치중해 원형을 훼손하고 절에 어울리는 분위기를 잃어가는 곳들에서 느껴지는 안타까움은 덜한 것 같아 다행스럽습니다.

 


 


 


 


 


 


이날처럼 절에 가서 절을 많이 하고 기도를 많이 올렸던 때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절은 절하는 곳이다'라는 정찬주 작가의 책 제목처럼 약사전에서도, 대적광전에서도, 관음전에서도 가장 참된 마음으로 절하고 빌었던 날이었습니다. 그 간절함을 부처님도 잘 알아 주시겠지요. 절을 걷는 내내 나즈막히 읊조리던 "관세음보살" 소리에 모두의 마음이 평안해질 수 있었음 좋겠습니다.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웠던 날이었습니다. 감로수를 담아놓은 바가지에도 온통 고드름이 매달려 있었지만 관세음보살의 따뜻한 미소 덕분에 돌아나오는 길이 따뜻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것을 꽁꽁 얼어붙게 만드는 겨울이지만, 겨울이 있어 봄이 더 기다려지는 게 아닐런지요. 죽어있는 듯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만물이 땅 깊은 곳에서 다시 소생할 봄을 준비하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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