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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이름처럼 아늑하고 고운 절, 의성 고운사

by 푸른가람 2010.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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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사는 경북 의성군 단촌면 구계리의 등운산에 위치한 조계종 제16교구의 본사이다. 이 절이 위치한 자리가 천하의 명당자리라고 한다. 연화반개형상이라고 하는데, 풀이하자면 연꽃이 반쯤 핀 형국이란 뜻이다. 풍수지리는 잘 모르지만 고운사를 찾았을 때 무언가 아늑하고, 마음이 평안해지는 느낌을 받았으니 헛된 말은 아닌 것 같다.






고운사는 화엄종의 창시자인 의상대사가 신라 신문왕 원년인 681년에 창건해 처음에는 고운사(高雲寺)로 불렸다. 이후 신라말 유,불,선에 통달해 신선이 되었다는 최치원이 이 절에 들어와 가운루와 우화루를 창건하고 머물게 되었는데 그의 호를 따 지금의 이름인 고운사(孤雲寺)로 불리게 되었다. 한자 이름으로는 높은 구름이 외로운 구름으로 바뀌게 된 것이지만 내겐 그저 고운 절로만 느껴진다.







고려 태조 왕건의 스승이자 풍수지리사상의 시조 격인 도선국사가 이 절을 크게 일으켰다고 하는데 당시 5개의 법당과 10개의 요사채를 지닌 규모였다고 전해진다. 지금도 전해지는 약자전의 부처님과 나한전 앞의 삼층석탑 역시 그때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한창 번성했을 때는 366간의 건물에 200여 대중이 수행하는 대 사찰이었지만, 지금은 많이 쇄락하여 교구 본사로는 매우 작은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일제 시대에는 조선불교 31총본산의 하나였고, 지금은 의성, 안동, 봉화, 영양지역에 산재한 60여 곳의 크고 작은 사찰을 관장하고 있다. 규모가 있는 사찰로서 전국에서 유일하게 입장료를 받지 않는 사찰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아주 작은 사찰들이야 그렇다고 쳐도 왠만한 사찰들은 문화재관람료라는 명목으로 돈을 받고 있는데, 이런 면에서도 고운사는 참 '고운 절'이 맞는 것 같다.







주변의 민가로부터 3km 정도 떨어져 있어 오염되지 않는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절 입구에서 일주문에 이르는 꽤 긴 비포장길은 여유롭게 걷기에 참 좋다. 고운사를 찾았던 날은 눈 온지 얼마되지 않은 때여서 질퍽질퍽한 길을 걷기가 어려웠지만 봄기운이 물씬 풍기는 이맘때쯤이면 상쾌한 공기를 맡으며 걸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요즘 무슨 무슨 길 걷기가 큰 유행인 것 같은데, 굳이 그런 유행을 따라 제주도며, 지리산을 갈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고운사에는 대웅보전, 극락전, 약사전, 나한전, 명부전, 고금당, 우화루 등 코고 작은 수많은 전각들이 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건물을 꼽으라면 연수전과 가화루를 빼놓지 말아야겠다. 특히 연수전은 한참을 둘러보고도 내려가는 길에 다시 발길이 저절로 이끌릴만큼 마음을 끄는 매력이 있는 건물이었다. 삐걱거리는 만세문을 열고 연수전을 들여다보는 맛이 꽤 좋았다.







연수전은 선시대 영조가 내린 어첩을 봉안하던 건물이었는데, 지금의 건물은 이후 고종때 지은 것이라 한다. 임금의 장수를 기원하던 곳으로 우리나라 사찰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건축형태와 벽화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나는 이 건물의 고색찬연한 느낌이 좋았다. 채색의 빛이 바랜 것을 보면 수백년은 족히 넘어 보였는데, 고종때 지은 건물이라고 하니 조금 의외긴 하다. 요즘의 사찰들이 화려한 모습으로 새로 채색을 하고, 신식 건물들을 짓는 공사들로 어수선한 모습과 비교되는 모습인 것 같다. 그냥 그렇게 오래된대로 놔두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물론 보수가 필요한 경우라면 말이 달라지겠지만.





가운루는 독특한 형태로 지어졌다. 신라시대 최치원이 건축했다고 전해지고 지는데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건축물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 건물이 어떻게 지어졌냐 하면 계곡 위에 돌 기둥을 세우고, 이 돌기둥 위에 다시 나무기둥을 세워 건물을 지은 것이다. 역시 최치원이 세웠다는 우화루 벽면에 있는 호랑이 벽화도 빼놓지 않고 봐야 할 명물이다.



지금 원본은 원래의 자리가 아닌 공양간 앞에 모셔져 있다. 올해가 호랑이해라 해서 더욱 찾는 이가 많을 것 같다. 고운사 일주문에도 호랑이 벽화를 꼭 보고 가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기도 하다. 이 호랑이 벽화가 유명한 이유는 상, 하, 좌, 우 어디서 보든 호랑이의 눈이 보는 사람을 노려본다고 한다. 그동안 매스컴에 많이 소개되었다고 하는데 난 그동안 잘 모르고 있었던 걸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하긴 한번도 와보지 않았으면서 고운사를 예전에 와봤었다는 착각을 하고 있었으니.











겨울의 끝자락에 찾았던 고운사는 그 이름 그대로 참 고운 절이었다. 며칠동안 맹위를 떨치던 추위가 한풀 꺾이더니 마치 봄날같은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날에 이 절을 찾았던 게 고운사를 좋은 느낌으로 기억할 수 있게 한 것일 수도 있지만, 연꽃이 반쯤 열린 형태의 천하명당의 땅의 기운을 한껏 받아서 일 수도 있다. 산천이 무채색에서 파릇파릇 총천연색으로 옷을 갈아입을 때 다시 이 아늑하고 고운 절을 찾아봐야겠다. 그때는 꼭 차를 입구에 세워두고 여유롭게 일주문까지 걸어가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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