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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즐거움

산사의 숲을 거닐다 - 108 사찰 생태기행

by 푸른가람 2011.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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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이름난 사찰들을 찾아 다니는 걸 좋아합니다. 절이 좋은 이유는 오래된 절집이 주는 안온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절에 이르는 아름답고 풍성한 숲길이 주는 상쾌함 또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유명한 절집을 소개하는 책들을 검색해 보다 눈에 띈 것이 바로 '산사의 숲을 거닐다' 라는 이름의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사찰생태연구가라는 다소 생소한 활동을 하고 있는 김재일 사찰생태연구소 대표가 2002년부터 2008년까지 찾아다닌 수많은 산사의 숲 가운데 108 군데를 고르고 골라 책으로 펴낸 것입니다. 서문에도 나와 있듯 이 책은 단순히 절을 여행하는 사람들을 위해 쓴 글은 아닙니다. 우리의 자연을 사랑하고 산사의 숲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썼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가깝게는 경상도로부터 시작해 전라도, 충청도, 강원도 까지 웬만한 사찰들은 가 보았습니다. 시내 한가운데 있는 사찰들이야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깊은 산중에 있는 절들에도 개발 바람이 불어 닥치고 있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듭니다. 시주를 받아 새로 당우를 짓고, 길을 아스팔트나 시멘트로 포장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절을 둘러싸고 있던 숲들도 파헤쳐지고 있습니다.

사실 이해 못할 것은 아닙니다. 사찰의 본래 모습을 되찾기 위한 복원 공사를 하는 경우도 있고, 절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한 시설들도 물론 필요하니까요. 하지만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것이 문제겠지요. 가급적이면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본래의 모습을 훼손하지 않는 방법을 찾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겁니다.

김재일 대표에 대해서는 그 전까지 전혀 알지 못했지만 이 책에 담겨있는 글에는 다양한 전문지식 뿐만 아니라 산사의 숲을 지키려는 결연한 의지가 느껴졌고 손수 찍은 사진들은 정갈하고도 기품이 느껴졌습니다. 처음부터 이런 책을 펴낼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전국의 수많은 사찰들을 무수히 방문하며 관찰하고 기록했던 그의 노력은 실로 위대하다 할 수 있을 겁니다.

차도 없고, 차를 갖게 될까 봐 운전도 배우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108개의 사찰 대부분을 대중교통을 이용해 찾아 다녔다고 합니다. 차를 이용하면 좀더 짧은 시간에 많은 곳을 다닐 수는 있겠지만 또 많은 것을 놓치기 십상입니다. 두 발로 걸으며 찬찬히 구석구석을 살펴보며 자연과 대화를 할 수 있었다는 말에 공감이 가고도 남습니다.

저의 사찰 여행 역시 앞으로도 계속될 겁니다. 김재일 대표처럼 생태에 대해 전문적인 공부를 한 것은 아니라 전문적인 글과 사진을 남기기는 어렵겠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그간의, 그리고 앞으로의 행적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욕심이 납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헛된 욕심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저 고요한 아침에 고요한 산사의 숲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일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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