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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삼성 vs LG 1차전 리뷰 - 오승환의 자신감과 맞바꾼 삼성의 개막전 승리

by 푸른가람 2010.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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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유불급. 지나친 자신감이 오히려 화를 불렀다. 8회말 신명철의 2타점 적시타로 삼성이 LG에 5:4리드를 잡자마자 선동열감독은 오승환을 마운드에 올렸다. 오승환은 두 타자를 내리 범타처리하며 대구팬들을 열광시켰다. 최고구속 140km 후반대의 빠른공 하나만으로도 LG 타자들을 압도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오승환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평소 '포커 페이스'로 불리며 표정 변화가 거의 없던 그였지만 오늘만은 좀 남달랐다. 지난 시즌의 마음고생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흥분했던 것일까. 타석에는 마지막 타자가 될 지도 모를 이진영이 등장했다. 볼카운트 2스트라이크 1볼. 성질 급한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엉덩이를 뗄 딱 그 즈음에 경쾌한 타격음이 대구구장을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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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쪽 높은 코스로 들어간 오승환의 직구는 이진영의 방망이에 일격을 당하며 대구구장 우측 펜스를 살짝 넘어갔다. 삼성의 개막전 승리가 수포로 돌아가는 순간이었고, 오승환은 멋쩍은 웃음을 흘려야 했다. 5:5 동점상황에서 연장에 들어간 두 팀은 11회가 끝나서야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었고, 마지막에 웃은 것은 원정팀 LG였다.

일본에서 돌아온 이병규와 히어로즈에서 영입한 이택근까지 가세하며 국가대표급 타선을 구축한 LG는 정작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오지환, 박용근 덕분에 웃을 수 있었다. 오지환은 호투하던 지난해 다승왕 윤성환을 상대로 5회초 역점 3점홈런으로 결정적 한방을 날렸고, 박용근은 11회초 만루상황에서 2타점 적시타로 기나긴 연장승부에 종지부를 찍었다.

비록 개막전에서는 헛심만 쓰며 패했지만 삼성으로서도 수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히어로즈에서 영입한 장원삼이 시범경기에서의 부진에서 벗어나 안정감을 더해주고 있는데다 부상에서 돌아온 권오준과 오승환도 코칭스탭의 기대에 걸맞는 투구를 선보였다.

오승환의 '실투' 하나만 아니었다면 개막전을 화끈한 역전승으로 이끌며 기분좋은 출발을 할 수 있었던 삼성으로선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 게임이었다. 그러나 실망하기엔 이르다. 오승환에겐 오늘의 실패가 분명 좋은 약이 될 것이고, 삼성은 아직 132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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