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한국시리즈 V10, '타이거즈 왕조' 재림의 예고편?

말그대로 혈전이었다. KIA는 7차전까지 가는 명승부끝에 9회말 1사후에 터진 나지완의 끝내기 홈런에 힘입어 난적 SK에 6:5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2009년 한국 프로야구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이로서 KIA는 프로야구 무대에 진출한 이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전신이었던 해태의 기록까지 합산한다면 10번째 우승이었다. 한국시리즈 V10 자체도 영광스러운 기록이지만, 10번의 한국시리즈에서 단 한번의 실패도 맛보지 않고 우승컵을 들었다는 사실은 경이로울 정도다. 그때만 하더라도 김응룡감독이 있었고, 선동열이 있었고, 이종범이 있었기 때문이라고들 말했었다.

무려 11번의 도전에서 겨우 3번의 성공만을 거둔 삼성, 6번의 도전 끝에 겨우 1번의 우승맛을 봤던 한화(전신 빙그레 포함)가 그 영광스런 자리의 단골 조연이었다. 삼성과 한화는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해태에 각각 세번씩 무릎을 꿇었던 아픈 과거가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막강한 선발투수진의 힘을 앞세워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KIA의 우승 가능성을 SK보다 높게 점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5차전까지 가는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올라온 상처투성이의 SK와 치열한 혈전을 치르는 동안 그 믿음이 점점 옅어져간 것이 사실이었다.

한국시리즈 무대는 무려 12년만의 도전이었다. 상대는 한국시리즈 3연패를 노리고 있는 SK였다. SK가 어떤 팀인가. 상대의 빈틈을 철저히 공략하는 팀이요, 끈끈한 야구를 내세우는 팀이다.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잔뼈가 굵었던 역전의 용사들이 모두 팀을 떠났다. 맏형 이종범과 이대진이 남아 있었지만 이미 전성기가 지난 노장들이었다. 주축 선수들의 큰 경기 경험이 적다는 것은 큰 약점이었다.

객관적 전력의 우세와는 달리 백중세로 진행된 한국시리즈에서 KIA는 결국 무너지지 않았다. 운명이 걸린 최종 7차전에서도 초반 실점으로 경기 중반까지 끌려가는 상황에서도 기어이 드라마틱한 역전 우승을 이끌어냈다. 그것도 모두 경험이 많지 않은 신인급 선수들의 알토란같은 활약 덕분이었다. 향후 KIA의 무서운 성장세를 점치는 이유인 것이다.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정의선 부회장은 이미 대대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몇해전부터 이어지던 광주구장 신축 소식도 조만간 가시화될 될 전망이다. 1980년대와 90년대를 지배했던 타이거즈의 시대가 다시 열릴 것인가. 인프라의 확충, 조범현감독의 리더십, 성장세가 뚜렷한 젊은 선수들. 향후 KIA의 상승세가 지속만한될 조건들은 충분하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유일무이한 한국시리즈 4연패(1986-1989년)로 대표되는 해태의 시대를 지나 KIA의 시대가 열린다면? KIA팬들에겐 축복이겠지만, 해태의 황금시대를 경험했던 세대들에게는 그저 두려움으로 다가올 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