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패만은 끊겠다는 박진만 감독의 절실함이 극단적 승부수로 이어졌고 결과적으로는 대성공을 거뒀습니다. SSG와의 문학 원정 시리즈에서 이미 루징 시리즈를 확정한 상태에서 맞이한 최종전. 삼성으로선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게임이었습니다. 연승과 연패가 교차하는 롤러코스터 시즌 운영은 종지부를 찍을 필요가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판세는 불리했습니다. 선발 매치업에서 삼성은 좌승현을 내세웠고, 상대는 화이트가 등판했습니다. 시즌 기록으로만 보자면 한쪽으로 완연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이었습니다. 좌완 이승현은 1승 6패, 화이트는 시즌 8경기에 등판해 4승 1패를 기록하며 순항중이었습니다. 선발 마운드만 보자면 SSG가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야구의 매력 중의 하나가 바로 공은 둥글다는 것입니다. 예상은 예상일 뿐이고, 시즌 성적은 그저 참고용일뿐입니다. 최근 경기부터 뭔가 투구감을 잡기 시작한 모습의 이승현이었는데, 어제 경기에서도 역투를 펼쳤습니다. 5이닝 3피안타만 내주며 무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꽁꽁 틀어막았습니다. 물론 위기도 있었지만 네 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무너지지 않는 안정적인 투구를 선보였습니다. 투구수는 겨우 67개에 불과했습니다.
화이트 역시 나쁘지는 않았습니다만 삼성 타선의 창끝은 상당히 무뎌 보였습니다. 리드오프 김지찬의 부진이 뼈아픈 상황입니다. 부상에서 복귀한 이후 김치잔의 타격감은 아직 돌아오지 않은 모습입니다. 3할 중반을 넘어서던 타율도 이제 2할대로 떨어졌고, 부상 염려로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펼치기도 부담스럽습니다. 김성윤이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김지찬에 제 역할을 해주지 못하면 삼성의 득점 생산력은 확연히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기나긴 부진의 터널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는 캡틴 구자욱은 발로 팀 승리에 기여했습니다. 두 차례의 내야 땅볼 타구에서 눈썹이 휘날리도록 전력 질주하며 내야 안타를 만들어냈습니다. 배트 중심에 맞추는 강한 타구는 생산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주장으로서 팀 승리를 위해 애쓰는 모습은 기특해 보입니다. 타격감이 회복되려면 아직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팀이 1-0으로 리드한 6회말에도 이승현은 마운드에 올랐지만 첫 타자 김찬형에게 뼈아픈 장타를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여전히 투구수에 여유가 있는 상황이었기에 최소 1이닝, 길게는 2이닝까지 밀어 붙일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벤치의 판단은 달랐고, 박진만 감독의 대처는 무척 기민했습니다.
5회말 세 타자 모두에게 외야로 맞아 나가는 타구가 심상치 않다 판단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무척 이른 선발 투수 교체였지만 결과적으로 김태훈, 배찬승, 이호성으로 이어진 투수 교체는 대성공을 거뒀습니다. 특히나 마무리 투수 이호성의 7회말 2사 후 등판은 충격이었습니다.
무리한 경기 운영을 하지 않는 박진만 감독이었기에 이같은 투수 교체 결정은 감독이 이를 갈았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상단한 심리적 압박이 있었거나 평소에 오지 않던 촉이 온 결과가 아니었나 싶을 정돕니다. 박진만 감독 뿐만 아니라 다른 국내 프로 감독들도 포스트시즌 경기가 아닌바에야 이렇게 까지 조기에 마무리 투수를 등판시키는 경우는 드뭅닏다.
기대반 걱정반이었던 이호성의 7회말 등판이었습니다만 마무리 투수 이호성은 시즌 초반과는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되었습니다. 말 그대로 괄목상대할만한 성장세를 보여줍니다. 이호성은 7회 2사 상황에서 등판해 오태곤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급한 불을 껐고, 이후 8회 세 타자 연속 범타, 9회에도 삼성 킬러 이지영에게 우전 안타만 허용하며 여덟 명의 타자를 상대로 1피안타 5탈삼진의 깔끔한 무실점 피칭으로 경기를 마무리했습니다.
우리 모두 이호성을 추앙합시다. 그것밖에 할 일이 없습니다. 패스트볼의 최고 구속이 150km를 가볍게 넘어서고 있습니다. 여기에 슬라읻더와 커브의 변화구 조합이 위력적입니다. 제구만 조금 더 가다듬는다면 포스트 오승환의 왕좌를 이호성이 차지하지 말라는 법도 없어 보입니다. 당초 선발감으로 키우고자 했지만 클로저가 이호성에게 더 잘 어울리는 자리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뻔뻔하고 담대한 마운드 퍼포먼스까지 장착하고 있습니다. 이호성의 성장이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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