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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구름으로 산문을 지은 청정도량 - 청량사

by 푸른가람 2023.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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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사는 청량산 12봉 가운데 하나인 연화봉 기슭의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다. 그 자리가 불교를 대표하는 꽃인 연꽃의 ‘꽃술 자리’라고 한다. 신라 문무왕 3년(663)에 고승 원효대사가 창건했으며 고려시대 송광사 16국사의 마지막 스님인 법장 고봉선사에 의해 중건된 천년고찰이다.

창건 당시만 해도 승당 등 무려 33개의 부속건물을 거느린 대사찰이었으며, 봉우리마다 자리 잡은 암자에서 울려 퍼지는 스님들의 독경 소리가 산 전체를 가득 채웠다고 한다. 빼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했던 까닭에 청량산 일대에만 27개의 크고 작은 암자가 있어 신라불교의 요람(搖籃)을 형성했을 정도였으나, 이후 숭유억불책을 썼던 조선시대 이후 쇠락(衰落)을 거듭했다.

청량사를 대표하는 법당 유리보전은 창건연대가 오래되고 건축미(建築美)가 빼어나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47호로 지정되었으며 이밖에도 찬란했던 불교 문화와 웅장했던 사찰 규모를 짐작할 수 있는 흔적들이 많이 남아 있다. 청량산 전체가 하나의 큰 사찰이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한 얘기일지도 모르겠다.

고즈넉한 산사에서 작은 등짐을 지고 순례를 다니는 수녀님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믿음의 대상은 다를지언정 서로를 배척하지 않고 더불어 살아가는 공존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흐뭇하다.

청량산의 최고봉인 장인봉은 의상봉이라고도 불리는데, 화엄종(華嚴宗)의 시조인 의상대사가 입산수도 한 곳이라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청량산에는 의상봉을 비롯해 연화봉, 선학봉, 축육봉 등의 12봉(峰)과 어풍대, 밀성대, 금강대, 학소대, 풍혈대 등의 12대(臺), 김생굴, 원효굴 등 8굴(窟)과 4개의 약수터가 있다.

현재 청량사는 약사여래불을 모신 유리보전, 청량사의 부속건물로 원효대사가 수도를 위해 머물렀던 응진전, 스님들의 참선수행하는 선불장, 범종과 법고, 목어, 운판 등 사물을 달아놓은 범종각, 산신을 모셔놓은 산신각, 전통다원인 안심당, 선실 혹은 강원으로 쓰이며 지혜의 칼을 찾는 집이라는 의미의 심검당으로 이루어져 있다. 유리보전 바로 앞에 세워진 오층석탑과 불전은 영화 <워낭소리>의 촬영지였다. 아끼던 소가 죽은 뒤 이곳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제(祭)를 지냈다고 한다. 

고즈넉한 산사에서 작은 등짐을 지고 순례를 다니는 수녀님들을 만나는 것이 이제는 전혀 생경스럽지 않은 풍경이 되었다. 믿음의 대상은 다를지언정 서로를 배척하지 않고 더불어 살아가는 공존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흐뭇하다. 해마다 부처님 오신 날과 성탄절을 맞아 절과 성당을 오가며 서로에게 진심이 담긴 축하 인사를 건네는 따뜻한 발걸음 속에서 참다운 종교(宗敎)와 신앙인의 자세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청량사는 가장 산사다운 절이 아닐까 싶다. 사방이 모두 높은 봉우리들로 둘러싸여 속세의 소리로부터 완벽히 차단되어 있다. 어떤 절은 멀쩡한 숲을 파헤쳐 번듯한 포장도로를 만들어 차를 타고 절 앞마당까지 편하게 당도할 수 있게 지나친 배려(配慮)를 베풀기도 한다지만 이곳은 좁은 오솔길, 풍성한 숲길을 따라 한참 수고스러운 발품을 팔아야만 절에 당도할 수 있다. 

절에 이르는 길의 풍경이 참으로 정겹다. 길은 가파른 산자락을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며 끊어질 듯 이어진다. 산등성이에 피어난 이름 모를 들꽃과도 인사를 나누고, 나무가 내어주는 열매도 맛보며 쉬엄쉬엄 산에 오른다. 힘들면 잠시 쉬어가면 그뿐이다. 누구 하나 재촉하는 이 없으니 청량산이 품고 있는 모든 것들이 오롯이 내 것이 되는 순간이다.

청량사는 신라 문무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했다. 절이 앉은 자리가 불교를 대표하는 연꽃의 &lsquo;꽃술자리&rsquo;리고 한다. 한때 청량산 일대에만 27개의 크고 작은 암자가 있었을 정도로 청량산은 불교의 성지였다. 유리보전 앞의 오층석탑은 영화 <워낭소리>의 촬영지였다. 아끼던 소가 죽은 뒤 이곳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제를 지냈다고 한다.

맑을 청(淸), 서늘할 량(凉), 청량산(淸凉山)은 경북 봉화군 재산면, 명호면과 안동시 예안면의 경계에 있다. 주봉인 장인봉(870m)도 그다지 높거나 험하지는 않다. 청량산 앞길을 수십 번은 넘게 다녔으면서도 정작 산을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 이름처럼 청량산은 맑고 서늘했다. 자연경관이 수려해 예로부터 소금강(小金剛)이라 불렸는데 청량산을 휘감고 도는 낙동강을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맛이 최고라고들 추천한다. 이번 산행에서는 바로 지척에 있는 정상을 밟아보지 못한 아쉬움이 가슴에 남는다. 다시 청량산을 찾아야 할 핑곗거리를 남겨뒀다고 위안 삼으련다.

입구에서 쉬엄쉬엄 정상을 향해 오르다 보면 어느새 하늘다리를 만나게 된다. 하늘다리는 청량산의 자란봉과 선학봉 사이를 잇는 길이 90미터의 현수교로 산 정상에 설치된 현수교(懸垂橋)로는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로 알려져 있다. 정상이라 바람도 많이 부는데다 출렁다리를 건너게 되면 좌우로 자연스레 흔들리게 되는데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길은 피하는 게 좋겠다.

참여정부 시절 실세였던 모 국무총리가 청량산에 올랐다가 자란봉과 선학봉을 오르내리는 길이 너무 힘드니 다리를 놓으면 좋겠다고 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하늘다리는 2008년 5월에 개통되어 청량산을 찾는 이들이 빼놓지 않고 찾는 명소가 되었다.

볼거리 많은 청량산이라지만 그 중 제일은 연꽃의 꽃술 자리에 소담하게 들어앉은 청량사라 할만하다. 과거의 화려했던 영화(榮華)는 이제 세월의 흔적으로 남아 있지만, 청량사는 그 작아진 외형에 아랑곳없이 넉넉한 품으로 절을 찾아오는 이들을 맞아준다. 가을 경치가 가장 아름답다고들 하는데, 올가을 다시 청량사를 찾아야 할 것 같다. 환상적인 단풍 자체가 선경(仙景)을 떠올리게 한다니, 벌써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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