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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지키는 야구'는 사라지고 '지겨운 야구'만 남았다

by 푸른가람 2008.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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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호의 지키는 야구가 실종됐다. 그동안 탄탄한 불펜진을 앞세워 재미는 없지만, 투수중심의 이기는 야구를 고수해왔던 삼성이 연일 무기력한 경기를 계속하고 있다. 재미도 없고, 이기지도 못하는 삼성표 야구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 것인지 고민스럽다.

車, 包 뗐는데 이젠 馬, 象까지

4번타자 심정수는 FA대박계약후 부상에 시름시름 앓더니 올해는 부상으로 아예 시즌을 접었다. 지난해 극심한 부진으로 힘든 한해를 보낸후 절치부심하며 명예회복에 성공하는 가 싶었던 박한이도 1군 엔트에서 빠졌다. 국민유격수 박진만도, 든든한 안방마님 진갑용도 몸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2000안타의 사나이 양준혁은 세월앞에 장사없다는 옛말을 되새기게 하고 있다. 선발라인업을 꾸리기 조차 힘들어 보인다. 어찌보면 이 상황에서도 승률 5할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오히려 놀라울 정도인지도 모르겠다.

오버뮬러와 톰 션, 뭘 보고 데려왔을까?

하리칼라와 브라운을 방출하고 새로 영입한 오버뮬러. 장타력 부재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방출된 크루즈의 대체용병 톰 션. 전반기가 채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섣부른 판단이 될 수도 있겠지만 두 투수의 성적표는 신통치 않다.  통상적인 외국인 선수에 대한 기대치에 비교한다면 그렇다는 것이다.

두산의 리오스 같은 투수는 꿈꾸지도 않는다. 한화의 데이비스나 클락 같은 타자를 모셔오라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최소한 기본은 해줘야 하지 않나? 스카우트들은 도대체 뭘보고 두 선수를 데려온 것일까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하긴 삼성처럼 용병복 지지리 없는 팀도 참 드물 것이다.

에이스의 부재, 불펜도 줄줄이 부상 악몽

에이스의 영광스러운 귀환을 기대했던 삼성팬들에게 배영수의 부상과 부진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좀더 기다려야 했던 게 아닐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우리에게도 손민한, 김광현, 윤석민이 결코 부럽지 않은  시절이 있었다는 것은 이젠 추억에 불과하다.

돌부처 오승환도 구위가 예전만 못하고, 쌍권총 권혁과 권오준은 부상으로 과거와 같은 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만년 기대주들은 여전히 알을 깨지 못하고 그저 불펜에서만 에이스일 뿐이다.

2008년의 삼성, 희망은 있나?

이 모든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삼성은 5할에 턱걸이하며 근근히 중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지금 상황이 워낙 좋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 나빠질 것도 없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사람들도 있다. 쉽게 말해서 바닥을 쳤다는 얘기일 것이다. 하지만 상위권의 네팀중 어느 한팀도 만만치 않다. 초반부터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SK는 이미 추격권 밖으로 보는 게 정확할테고, 두산, 롯데, 한화의 전력도 공수 모두 삼성에 비해서는 우위에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삼성으로는 오히려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기아의 추격을 물리치기도 힘겨워 보인다. 초반 꼴찌다툼을 벌이던 기아는 어느새 6위에 올라와 호시탐탐 4강을 노리고 있다. 이대로가다간 자칫 6위 이하로 떨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삼성 역사상 최악의 성적을 거둔 것이 1996년 6위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박석민, 최형우, 채태인 등 신진급의 성장이 눈에 띈다는 점이다. 오히려 올시즌은 노쇠화된 타선을 자연스럽게 리빌딩하는 해로 목표를 현실적으로 수정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객관적 전력의 열세인 상황에서 막판까지 무리해서 4강다툼을 벌이는 것보다는 조금 더 멀리보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팀체질을 개선해 나가는 편이 삼성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삼성의 암흑기보다 더 암울한 2008 시즌

한가지 확실한 사실은 올시즌 삼성 야구를 계속 지켜보는 자체가 괴롭다는 것이다. 삼성의 악흑기였던 90년대 중반기에도 이정도까진 아니었다. 허약한 투수진이 4점을 허용하면 기어코 5점을 뽑아냈었고 이내 7점을 뺏기더라도 막판까지 포기하지는 않았다.

선수가 포기하지 않으면 결코 팬들도 포기하지 않는법이다.  초반에 이미 승부가 결정되는 경기들. 지레 포기하고 뒤집어보려는 시도조차 않는 감독. 힘들게 경기장을 찾은 팬들을 쫓아내는 무기력한 플레이. 이 모든 것들을 이젠 더이상 보고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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