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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논산 개태사에서 친근한 느낌의 부처님을 만나다

by 푸른가람 2012.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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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논산시 연호면 천호리 천하산에 있는 개태사는 고려 태조 왕건과 연관이 있는 절이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936년 황산군(지금의 논산시 연산면)에서 후백제 신검의 항복을 받고 마침내 후삼국을 통일하게 된 왕건이 후삼국 통일이 부처님의 은혜 덕분이라 여기고 이 곳에 개태사를 지었다고 한다.





여느 사찰과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국도 변에서 멀지 않은 평지에 위치해 있어 깊은 산중에 자리잡고 있는 산사의 고요함을 맛보기는 어렵다. 가파른 산길을 한참 올라 마침내 부처님을 만나게 되는 수고를 덜 수는 있을망정 절에 와 있구나 하는 기분이 들지는 않았다. 터에 비해 당우들이 많이 남아 있지는 않아 조금 휑한 느낌도 받게 된다.





법상종 사찰이라는 설명도 있고 조계종 소속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일주문과 극락전에 걸린 현수막에 분명 조계종 사찰이라고 씌어 있으니 이에 대한 논쟁은 불필요할 것 같다. 불당의 모습도 보통의 절과 조금 달라 보인다. 태조 왕건이 개태사를 창건할 때 부처님 뿐만 아니라 산신령의 도움에도 감사를 표했다고 하니 이런 특이함이 여기에 연유한 것은 아닐까 추측해 보게 된다.


이 절에는 큰 철 가마솥이 있는데 지름이 3m, 깊이가 1m, 지름이 9.4m에 달할 정도로 큰 규모다. 예전에 개태사가 전성기를 누릴 때 국을 끓이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하는데 가뭄 때 이 솥을 끌면 비가 온다고 하는 미신이 있어 이리저리로 많이 끌려다니기도 했었고, 일제시대 말기에는 고철로 쓰려 하는데 갑자기 뇌성벽력이 쳐 위기를 모면하였다는 재미난 이야기도 전해진다.




문화재로는 극락전에 모셔져 있는 보물 제219호 석불입상과 충남 문화재자료 제247호인 오층석탑 등이 있다. 석불입상은 고려시대 불상의 특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마치 논산 관촉사의 은진미륵에도 엿볼 수 있는 토속적인 느낌이 강해서 은근히 친근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잠시 무릎을 꿇고 어떤 말이라도 다 들어줄 것만 같은 부처님께 마음을 열어 본다.





극락전 곁에 세워져 있는 오층석탑은 고려시대 전기 양식의 탑으로 옛 개태사지에 있던 것을 1946년에 현재의 자리로 옮겼다. 기단부는 원래의 모양이 훼손되어 현재는 새로이 만든 것이고 높이는 4.69m에 달할 정도로 당당한 모습이다. 뭔가 세련된 맛은 느낄 수 없지만 투박함과 고려시대 초기의 강건한 기상이 느껴지는 것 같다.



왕실의 비호 아래 고려시대 초기 최고의 영화를 누렸던 개태사였지만 지금은 그 화려했던 과거를 느낄 만한 흔적도 제대로 남아있지 않다. 그래도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왜구의 약탈 속에 폐허가 되었던 절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자리를 잡은 것도 지극한 불심이 있었던 덕분이었을 것이다. 다시 얼마의 세월이 지난 후 개태사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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