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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세찬 물소리 속에 고요한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었던 대원사

by 푸른가람 2012.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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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좋은 풍경에 마음을 뺏겨 점심 시간이 지난 줄도 몰랐다. 한적한 시골에 이렇다할 식당도 없어 할 수 없이 대원사까지 주린 배를 부여잡고 오는 수 밖에 없었다. 시장이 반찬이라 했던가. 시원한 계곡물이 흐르는 식당에서 먹었던 산채 비빔밥의 맛깔스러움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한그릇을 뚝딱 해치우고 나니 비로소 정신이 든다. 이제서야 청아한 계곡의 물소리와 이따금씩 불어오는 바람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산자락에 걸린 흰구름이 눈에 들어온다. 큰 도로를 지나 대원사 까지는 구불구불 산길을 따라 한참을 들어와야 한다. 다행히 포장이 잘 되어 있어 차로 다니기에도 무리가 없지만 이왕이면 시원스런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걷는 편이 나을 것 같다.




대원사를 떠올리면 먼저 이 시원스런 계곡이 떠오를 것 같다. 계곡 가에 서 있으면 세찬 바람이 큰 물보라를 일으키며 다가온다. 갑작스런 물세례를 받고 나니 이런저런 잡다한 생각들이 일순간 사라지는 청명한 느낌이 든다. 이래서 사람들은 일부러 시간을 내서 시끄러운 세상을 떠나 이렇든 한적한 곳을 찾아오는 게 아닐까 생각을 해 본다.





대원사는 참 아담하니 잘 정돈된 절이다. 사람이 손길이 곳곳에 묻어있는 듯 어느 곳 하나 버려진 곳이 없다. 터는 그리 넓지 않지만 석축 위에 자리잡고 있는 각각의 전각들이 참 단정한 느낌이다. 작은 마을에 옹기종기 모여사는 옛날 우리네 이웃집 같은 정겨운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대원사 마당에 서서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게 된 것도 다 그런 이유였던 것 같다.





독특하게 느껴지는 것이 몇 있는데 첫째는 전각의 지붕이 붙어 있다는 것이다. 전국의 여러 절을 다녀 봤지만 이렇게 건물의 지붕이 맟붙어 있는 경우는 처음 보는 것 같다. 또하나 원통보전의 현판 글자체가 이채롭다. 보통은 인장을 팔 때 전서체가 이런 모양인데 건물 현판의 서체가 이런 형태를 띠고 있는 것도 많지 않을 것이다.





대웅전과 원통보전 등 전각 뒷편에 높다란 석탑이 눈에 띈다. 사리전과 대원사 다층석탑인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출입이 제한되어 있어 그저 멀찍이서 바라볼 수 밖에 없어 아쉬웠다. 이 다층석탑은 신라 선덕여왕때 만들어진 것이라 하는데 2층의 기단 위에 8층의 탑신을 세운 독특한 형태를 보이고 있는데 보물 제1112호로 지정되어 있다. 다음에 대원사를 찾을 때는 꼭 이 석탑을 가까이서 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비교적 진입로가 잘 닦여져 있고 절 바로 앞의 계곡이 유명하기도 하고 등산로까지 있어 찾아오는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인데 이상하게도 절 경내는 참으로 고요하다. 담장을 경계로 속계와 법계가 명확히 나눠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속계 역시 계곡의 세찬 물소리가 번잡함을 다 씻어주는 대원사는 언제든 마음이 복잡할 때면 찾아와도 좋은 곳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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