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무렵 바다건너 한국의 프로야구판은 격변을 겪고 있었다. 90년대 중반까지도 프로야구를 호령하던 최강자 해태왕조는 쇠락의 길로 돌아서고 있었다. 서재응, 김병현, 최희섭 등 호남출신의 야구유망주들은 빅리그로 떠났고, 한국시리즈 무패의 전사들은 현역에서 은퇴하거나 일본으로 떠났다. 결국 해태는 호남야구의 적자 자리를 기아에게 넘겨주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한국시리즈 V9의 신화를 자랑하던 광주야구는 이후 한국시리즈 우승은 커녕 꼴찌까지 떨어지는 수모를 당했다.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위기의식을 절감한 기아는 막후접촉 속에 최희섭 영입에 성공하며 잦아들었던 광주야구를 깨웠다. 올시즌 그의 성적은 팬들의 큰 기대에는 미흡했지만 첫해 한국야구에 적응한 최희섭의 내년은 올해보다 분명 나을 것이다. 여기에 서재응의 영입은 호랑이에게 날개를 단 격. 빅리그에선 선발로 설 자리를 잃었지만 여전히 투수로서 그의 가치는 높게 평가된다. 140km 후반의 묵직한 빠른볼과 예리한 제구력, 10년의 미국야구 경험은 기아의 정상등극에 큰 힘을 보태줄 것이 분명하다.
대선판에서는 '잃어버린 10년'이 화두로 떠올랐다. 프로야구판에서 잃어버린 10년을 뼈저리게 느낄 팬들은 누구일까? 한국시리즈 9번 우승, 한국시리즈 4년연속 우승, 한국시리즈 무패신화의 팀, 바로 해태의 팬들일 것이다.
2007년 광주의 주인은 기아로 바뀌어 있지만 광주팬들의 마음 속엔 여전히 해태의 붉은 유니폼이 각인되어 있을 것이다. 기아가 진정한 광주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잃어버린 그들의 자존심을 되찾아 주어야만 한다.
그 방법은 단 한가지. 광주구장에서 다시한번 '목포의 눈물'이 구슬프게 울려 퍼지는 가을잔치 '한국시리즈'를 열어주는 것이다. 서재응이 한국야구계에서도 '나이스가이'로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확실한 것은 프로야구의 인기회복에 그의 활약여부가 달려있다는 것이다.
빅리거들의 한국 U턴이 바람직하지만은 않지만, 이제 맘만 먹으면 잠실, 광주, 대구의 야구장에서 그들을 볼 수 있다는 점은 야구팬들을 다시 야구장으로 불러모을 수 있는 유인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의 보강만으로 프로야구의 침체를 한순간에 만회하기는 불가능한 일로 보인다. 십수년전부터 반복적으로 지적되어 오고 있는 야구인프라의 확충은 정녕 요원한 일인가? 동대문구장은 철거예정이라는데 WBC 4강팀에 걸맞는 야구장의 신축은 기약이 없다. 짓는다 짓는다 얘기만 나오는 대구야구장 신축은 이번에도 공염불로 끝날 것인가?
모처럼 서재응의 국내복귀 소식으로 기분좋게 글을 쓰다 마지막은 암울한 현실을 곱씹게 되는 것 같아 착잡하다. 그리고 한가지 더, 여전히 현대문제는 미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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