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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SK '1.5군'으로는 버거웠던 일본 챔피언 지바 롯데

by 푸른가람 2010.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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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 챔피언 SK와 일본 시리즈 챔피언 지바 롯데와의 한일 클럽 챔피언십 결과는 예상대로 지바 롯데의 3:0 완승으로 끝났다. 최정예 전력으로 붙어도 승리를 낙관하기 힘든 상대였는데, 광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차출과 부상으로 주전 7명이 빠져버려 고전이 불기피한 상황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경기 내용이 너무 무기력했다. 시종일관 긴장감 조차 느껴지지 않는 한일 프로리그 우승팀간의 경기는 도쿄돔을 가득 메운 일본 야구팬들에게는 조금 실망스럽게 느껴졌을 지도 모르겠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티겠다던 김성근 감독의 용병술로도 버티기 힘들 정도로 양팀의 전력차는 컸다.

한국시리즈 우승 못지 않게 한일 클럽 챔피언십 우승에도 내심 욕심을 냈던 김성근 감독의 기대치엔 훨씬 못미치는 경기 결과 였지만 차, 포 다 뗀 어려운 상황에서 어찌보면 선방했다고 위안삼을 만도 하다. 상대 투수진의 호투에 막혀 2안타의 빈공에 그친 타선이야 그렇다쳐도 돌고 돌아 오랫만에 고국 마운드에 올랐던 SK 선발 카도쿠라가 초반 위기만 잘 막아줬더라면 경기 결과는 조금 달라졌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SK 1.5군 VS 지바 롯데 최정예 타선 대결

SK 타선은 허술하기 그지 없었다. 정근우, 최정, 김강민, 박경완 등 네명의 주축 타자들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참가하기 위해 경기에 출장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 빈자리를 박정환, 김연훈, 임훈, 최윤석, 정상호가 메울 수 밖에 없었다. 1번타자 박재상이 안타를 치며 고군분투하긴 했지만 제대로 된 기회조차 잡기 힘들 정도로 테이블 세터의 역할이 미미했다.

김재현, 박정권, 이호준 등 중심타자들의 부진도 SK의 영봉패에 한몫 거들었다. 이 경기를 끝으로 선수생활을 끝내는 사실상의 은퇴경기를 맞이한 김재현, 한국시리즈 MVP 박정권, 슝디와의 한국-대만 클럽 챔피언십에서 호쾌한 홈런포를 가동했던 이호준에게 거는 기대는 컸었지만 단 하나의 안타도 기록하지 못한채 고개를 숙여야 했다.

특히 3회부터 9회까지 7이닝 동안 지바 롯데 투수들에게 완벽하게 농락당하며 삼자범퇴 당하는 굴욕을 맛봤다. 쉽사리 포기하지 않고, 상대의 빈틈을 철저히 물고 늘어지는 특유의 SK식 야구답지 않은 무기력함 그 자체였다. 초반 1, 2회 맞이했던 기회에서 선취득점을 올렸다면 경기 상황은 크게 달라졌겠지만 결국 SK 타선의 힘이 그기까지였다.


오심(誤審)이 승부를 갈랐다

어차피 결과론이긴 하지만 SK의 2회말 수비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대목이었다. 선발 카도쿠라가 1회부터 흔들리며 실점 위기를 맞았지만 경기 운도 지독히 SK를 외면했다. 2회 1사후 사도자키의 타구나 오카타의 타구가 묘하게 내야안타로 이어지더니 결국 2사 만루에서 기요타에게 2타점 중전 적시타를 허용한 것이 이 경기의 결승점이 되었다.

경기 운 뿐만 아니라 박경완 대신 마스크를 쓴 정상호의 아쉬운 수비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2사 1루 상황에서 헤이우치의 헛스윙 삼진 때 2루도루를 시도하던 1루 주자를 정상호가 제대로 잡아냈더라면 기분좋게 2회말 수비를 매조지 할 수 있었기 떄문이다.

더 아쉬운 것은 2사 1,2루 상황에서 니시오카 타석때 나온 대만주심의 오심이다. 느린 화면으로 확인해보면 분명 배트가 돈 것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사실 아슬아슬한 상황이 아니라 평균 이상의 심판이라면 눈으로 봐도 확연히 판별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고, 결국 이 오심 하나가 경기 결과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 뒷맛이 개운치는 않다.


국내 최강 SK야구, 아시아 정상까지는 갈 길이 멀다 
 
국내에서는 난공불락처럼 여겨졌던 SK야구였지만 이번 대만 슝디 엘리펀츠, 일본 지바 롯데 마린즈와의 클럽 챔피언십 3경기를 통해 여러가지 문제점도 드러났다. 물론 한국시리즈가 끝난 상황인데다 주축 선수들이 빠져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고려해야 하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한국 야구를 대표해 나간 국제대회에서 보여준 성적치고는 부족함이 많이 느껴진다.

'이기는 야구'에 최적화되어 있는 SK 야구는 야구보는 재미를 반감시킨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지난 4년동안 3번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한번의 준우승이라는 대업을 이룩했음에도 김성근감독의 야구에 대해 고운 시선을 보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부 오해도 있고 언론의 왜곡이나 과장 보도 탓에 다소 억울한 면도 있다 하겠지만 감수할 수 밖에 없다.

한수 아래로 여기던 대만 챔피언과의 졸전에 이어 일본 챔피언과의 대결에서도 시종 무기력한 경기 끝에 영봉패를 당하며 국내 야구팬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안겼다.  SK와 김성근 감독이 좁은 한국 무대 챔피언으로 만족한다면 모르겠지만 아시아 최강이 되기 위해서는 또다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시켜준 게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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