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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벼랑 끝 삼성, KS 4차전 해법 있나

by 푸른가람 2010.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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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SK의 힘은 강했다. 힘겹게 플레이오프 관문을 통과하고 올라온 삼성에 압도적인 전력과 전략상의 우위를 보이며 한국시리즈 전적 3승 무패로 앞서 나가고 있다. 이대로라면 오늘 4차전에서 올시즌 가을잔치가 끝날 판이다. 자칫 너무 싱거운 승부가 되는 것 아니냐는 팬들의 실망섞인 투정이 나올만도 하다.

일각에서는 흥행을 고려해 KBO에서 뒷짐만 지고 있진 않을 거라는 식으로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분명 '보이지 않는 손'이 승부에 개입해 한국시리즈를 좀더 길게 끌고 갈 거라는 얘기다. 관중수용능력이나 서울팬들의 관심도를 고려해 봤을 때 KBO가 노른자위나 마찬가지인 잠실구장에서의 세경기를 쉽게 포기하고 싶진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가능하지만 소설같은 얘기로 치부할 수 밖에 없다.

설령 그런 시도가 있다 한들 그건 어느 정도 양팀이 팽팽하게 맞설 수 있는 힘의 균형을 맞춘 상태라야 가능하다. 거의 일방적으로 코너에 몰려 있는 삼성에게는 그런 '특혜'를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상황이다. 전력상의 열세는 그렇다 치더라도 선수단 전체에 하고자 하는 의욕이 전혀 느껴지지가 않는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SK 역시 2007년 한국시리즈에서 시리즈 중반까지 두산에 밀리며 위기 상황에 봉착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SK는 벤치클리어링을 통해 선수단의 분위기 반전을 꾀하는 데 성공했고 결국 그해 한국시리즈 패권을 차지했던 전례가 있다. 이후 SK의 한국시리즈에서 벤치클리어링은 약방의 감초처럼 여겨질 정도가 됐다. 3차전 후반까지 철저하게 SK의 힘에 밀려있던 삼성으로서도 뭔가 선수단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계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 구심점 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정작 그 역할을 해줘야 할 베테랑은 덕아웃을 떠나 구단 버스에서 야구중계를 보며 트위터로 실시간 해설이나 해야 하는 서글픈 신세에 처해있고 선동열감독이 그를 대신해 선택한 젊은 타자들은 공격의 맥을 끊는 계륵으로 전락했다.

4차전을 맞은 삼성은 이제 더 이상 물러날 구석이 없다. 아무리 전력상의 열세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비참하게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퇴장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오늘 경기마저 SK에 내준다면 안방에서 원정팀 선수들이 헹가래 치고 우승 축배 드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수모를 감수해야 한다.

그렇다면 최종전이 될 지도 모를 한국시리즈 4차전을 맞는 삼성에 해법은 있는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뾰족한 해답은 없어 보인다. 투수놀음이라는 말처럼 일단은 4차전 선발 장원삼의 어깨에 모든 것을 걸 수 밖에 없다. 한국시리즈 들어 동반 침체에 빠져 있는 타선에서 누가 미쳐주느냐도 관건이지만 마땅한 선수가 보이지 않는 것이 삼성의 고민거리다.



PO 5차전의 영웅 장원삼만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선동열감독

이제 믿을 구석은 사실 장원삼 밖에 없다. 장원삼은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호투하며 팀을 위기에서 구원해 낸 적이 있다. 닷새를 푹 쉬고 마운드에 오르니만큼 체력적인 부담은 커지 않을 것이지만 문제는 역시 심리적인 부담감을 얼마나 떨쳐낼 수 있냐느가 관건이다. 장원삼으로선 자신의 생애 첫 한국시리즈 무대가 하필이면 벼랑 끝으로 몰려있는 4차전인 것이 마땅찮겠지만 그것 역시 에이스가 걸머쥐고 가야 할 몫이다.

객관적인 기록만 보자면 전망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장원삼은 올시즌 SK를 상대로 3번 선발등판해 14.1이닝을 던져 1승 1패를 기록하긴 했지만 경기 내용은 썩 좋지 못했다. 평균자책점도 5.02로 자신의 친정팀이었던 넥센전 8.76에 이어 두번째로 좋지 못했다. SK 타자들과의 상대전적에서도 전반적으로 좋지 못했는데 특히 박경완, 정근우, 김강민, 나주환, 최정 등 우타자들에 특히 약한 면을 보였다.



겨울잠에 빠진 삼성 타선을 깨워줄 가을의 사나이는?

플레이오프 때만 하더라도 삼성의 골칫거리는 투수진, 특히 불펜의 어이없는 부진에 있었다. 타자들은 그런대로 제몫은 해주고 있었다. 올시즌 위기를 맞았던 박한이는 1차전 역전 쓰리런 홈런을 신호탄으로 시리즈 내내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플레이오프 MVP를 차지했고 포스트시즌 첫 출장인 김상수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대담한 플레이를 펼쳐 한국시리즈에서의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다섯 경기의 혈전을 거치며 너무 빨리 힘이 소진해 버린 것인지 박한이와 김상수의 크레이지 모드는 한국시리즈 개막과 함께 끝나 버렸다. 답답한 클린업 트리오 3인방은 여전했다. 최형우만이 그래도 간간히 외야플라이나 안타 하나 씩을 쳐주며 이름값을 했지만 박석민, 채태인의 부진은 심각할 정도다.

4차전에서 갑자기 삼성 타선이 대오각성해 SK 마운드를 맹폭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문제는 중심타선의 잉여타자를 최소화 하는 일이다. 곁에서 지켜보는 코칭스탭이 선수들의 컨디션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다고 본다면 더이상 언제 터질 지 모른다는 기대에 얽매이기 보다는 승부처에서 결정적 한방을 쳐줄 수 있는 선수를 타선에 배치하는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무나 미쳐달라는 부질없는 기대만 품을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약점을 보완하기 보다는 강점을 살려라

삼성이 한국시리즈에서 당초 예상 이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데는 물론 SK가 실전감각을 잘 유지해 온 것도 있지만 삼성이 그동안 강점으로 내세우던 야구를 제대로 펼치지 못한 것도 큰 이유다. 특히나 발빠른 주자들이 출루해 내야진을 흔들 필요가 있었는데 SK 안방마님 박경완에게 몇차례 도루저지를 당한 이후 현저히 베이스상에서의 움직임이 기민함을 잃는 모습이었다.

결국 그런 것들이 기회에서 병살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고 전반적으로 한국시리즈를 힘들게 끌고 온 하나의 원인이 된 것도 사실이다. 현재 상황에서 지금까지 노출된 문제점들을 보완해 대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보다는 삼성의 강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어차피 마지막이다. 한국시리즈 우승에 목메는 사람도 없다. 뒤돌아서서 후회가 남지 않도록 모든 것을 쏟아붓는 한판 승부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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