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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류현진 vs 김광현,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by 푸른가람 2010.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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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중의 최고를 가리는 빅매치가 대전구장에서 열립니다. 류현진과 김광현이 맞대결을 펼치는 것이지요. 비 때문에 경기가 취소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지만 하늘에서 팬들의 염원을 들어서였는지 빅매치 성사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 1980년대 최고를 놓고 벌였던 최동원과 선동열의 맞대결 만큼이나 팬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합니다.

류현진과 김광현. 두명 다 빠질 데 없는 투수입니다. 지옥에 가서라도 데리고 온다는 좌완 파이어볼러에다, 뛰어난 제구력과 위기관리능력을 갖춘, 그리고 아직 젊어 앞날이 창창한 선수들이니까요. 베이징올림픽, WBC 등을 통해서 국제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한다는 것을 입증한 국제용 선수라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최고'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은 선수들이지만, 둘 중에서 누가 더 강하냐 하는 건 또다른 자존심 문제이기도 하겠지요.


류현진은 동산고를 거쳐 2006년 한화에 2차 1라운드 2순위로 입단했습니다. 입단 첫해인 2006년부터 리그를 지배하는 좌완 에이스로 두각을 나타냈지요. 1993년 양준혁이 그랬듯 류현진도 신인 시절 '괴물'이라는 별명을 얻게 됩니다. 그 정도로 다른 신인들과는 수준이 달랐던 선수였습니다.

2006년 30경기에 등판해 18승 6패 1세이브라는 놀라운 기록을 남깁니다. 투구이닝은 201과 2/3이닝에 달했습니다. 6번의 완투와 1번이 완봉승을 기록하면서 평균자책점은 고작 2.23에 불과했습니다. 신인투수의 기록이라고 하기엔 너무 어마어마하지요. 데뷔 첫해 자신의 몬스터시즌을 보낸 선수는 흔치 않습니다만 류현진이 바로 그 드문 케이스에 해당되는 선수입니다.


이듬해인 2007년 시즌에도 변함없는 활약으로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하게 되는데 30경기에 등판해 17승 6패를 기록합니다. 평균자책점이 2.94로 조금 오르긴 했지만 역시 6번의 완투와 1번의 완봉승을 올리며 무려 211이닝을 책임졌습니다. 자연스럽게 '혹사' 논란이 벌어지게 되지요. 류현진은 '06년 아시안게임, '07년 아시아선수권에도 대표로 선발되어 아르바이트를 뛰게 되는데, 아무리 내구성이 뛰어난 류현진이라고 해도 힘이 부칠만한 기록적인 투구였습니다.

잦은 등판의 후유증 탓인지 2008년 이후 류현진의 데뷔 초에 비해 상당히 떨어진 스탯을 기록하게 됩니다. 2008년 14승 7패(평균자책 3.31)에 이어 2009년에는 고작 13승 12패을 기록하는데 그쳤고, 평균자책점은 3.57로 껑충 치솟았습니다. 이 와중에도 국가대표로서의 책무도 성실히 수행하게 되는데 '08년에는 시즌 도중 베이징올림픽에, '09년에는 시즌 개막전 WBC에 출전해 팀의 준우승에 기여를 하게 되지요.

2009년을 정점으로 류현진의 하락세가 시작되는게 아닌가 하는 팬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2010년 류현진은 데뷔 첫해와 같은 괴물 모드로 다시 돌아가고 있습니다. 9경기에 등판해 6승 2패를 기록하고, 평균자책도 2점대 초반(2.09)로 상당히 준수합니다. 최하위권에 처져 있는 한화의 팀 사정상 올시즌에도 류현진은 무리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만 지금껏 그래왔듯 에이스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묵묵히 마운드에 오르겠지요.

안산공고를 졸업하고 류현진보다 한해 늦은 2007년에 SK에 1차지명으로 입단한 김광현은 데뷔 첫해 기대와는 달리 큰 활약을 보이지는 못했습니다. 주로 불펜진으로 20경기에 등판해 77이닝을 투구했고, 3승 7패와 평균자책 3.62를 기록했습니다. 그저 그런 페난트레이스를 보낸 김광현이 팬들에게 큰 인상을 남긴 것은 그해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펼친 호투 덕분이었지요.

한국시리즈 무대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김광현의 2008년 큰 상승세를 보입니다. 27경기에서 16승 4패(평균자책 2.39)를 기록하며 단번에 에이스의 자리에 오르게 되는 것이지요. 어린 나이에 걸맞지 않는 강심장이 김광현의 매력입니다만 류현진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역시 '부상' 경력입니다.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류현진을 누르고 명실상부한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2009년 김광현은 예기지 못한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게 됩니다. 결국 SK는 김광현의 공백을 극복하지 못하고 KIA와의 한국시리즈에서 7차전 혈투끝에 무너지게 된 것이라고 봐도 무리는 아닙니다. 21경기에서 거둔 12승 2패 평균자책 2.80이라는 기록이 결코 모자란 성적은 아니지만 김광현이었기에 조금 부족해 보인다는 것이겠지요.

부상때문에 늦게 합류한 2010년 시즌 김광현의 출발은 일단 산뜻합니다. 8경기에 등판해 4승 1패(평균자책 2.60)를 기록중입니다. 부상만 없다면 김광현은 분명 최고의 시즌을 보낼 수 있을 것이 확실합니다. 아직 22살에 불과한 김광현이기에 그가 어디까지 성장할 지 지켜보는 것도 야구팬들의 관심거리 입니다.

최고의 길을 걷고 있는 류현진과 김광현이 드디어 만났습니다. 팬들과 언론의 관심이 온통 대전구장에 쏠려 있습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도 있지만 오늘 경기만은 그렇지 않길 바래 봅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최고의 투수에 걸맞는 최강의 타선을 한화가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겠지요. 일본으로 건너간 김태균, 이범호의 빈자리가 커 보이긴 하지만 최고의 4번타자로 진화하고 있는 최진행의 활약을 기대해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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