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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13년 연속 PS 진출? 기적은 없었다

by 푸른가람 2009.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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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한수위 전력의 SK에 무릎을 꿇으며 길었던 4위 싸움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로서 삼성은 지난 1997년부터 12년간 이어오던 포스트시즌 연속 진출 기록도 마감하게 됐다. 아울러 1986년 기록했던 팀 최다연승 기록이 23년만에 SK에 의해 깨지는 역사의 현장에서 불명예의 주인공이 되는 수모까지 겪어야 했다.

벼랑끝에 몰린 삼성 선동열감독은 박민규를 선발 등판시켰다. 팀의 사활이 걸린, 사실상 토너먼트 게임의 결승전이나 마찬가지인 경기였다. 게다가 상대는 한껏 물오른 상승세의 SK. 다소 무리가 되긴 하겠지만 삼성에는 아직 크루세타와 나이트라는 든든한 선발투수가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의외의 선택이었다. 물론 그 선택은 여지없이 실패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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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롯데의 패전으로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가던 삼성으로선 오늘 경기에서도 초반 박민규가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제구력 난조에 허덕이며 제풀에 무너졌다. 1회에만 3실점. 전날 윤성환을 내고도 1회 대량득점으로 제대로 힘한번 써보지 못하고 무너졌던 아픔을 되풀이했다. 선동열감독이 실패를 딛고 발전하지 못하는 지도자라면 5년 재계약은 삼성의 악수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최고의 불펜이라는 정현욱과 권혁을 이미 승부가 기운 어제 경기에 투입해 헛품만 팔게 하고는 정작 필요한 오늘 게임에서는 제대로 활용조차 못했다. 투수 자원이 없다고 볼멘 소리만 할 게 아니라, 지금 가지고 있는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감독의 역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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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민, 신명철의 홈런으로 추격에 나선 삼성으로선 오늘 경기는 해볼만한 게임이었다. 1회 선발투수가 급격하게 흔들린 대목에서 결단이 필요했다. 수석코치 시절 한박자 빠른 투수교체로 '역시 선동열'이란 찬사를 들었던 선동열감독 아니었던가. 박민규에 대한 도가 지나친 믿음이 결국 화를 자초했다.

주전들의 끝이 보이지 않는 부상과 들쭉날쭉한 공격력을 가지고 시즌 막판까지 4강 싸움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선동열감독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것은 분명 사실이다. 그러나 시즌 막판에 보여준 선동열감독의 경기 운영은 상식 이하였다. 집중과 선택이 필요한 시점에서 선감독은 헛다리만 짚었다.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할 때 그는 주저했고, 지나치게 여유를 부렸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삼성 구단은 시즌 중 선동열감독과의 재계약 발표로 임기말의 레임 덕을 사전에 차단하는데 성공했을 지는 몰라도 드러나지 않는 팀내부의 갈등을 촉발시켰고, 팀 분위기를 이완시켰다. 선동열감독 재임 1기의 마지막 시즌에서 4강은 '아름다운 피날레'이자, 새로운 5년을 앞두고 울려 퍼지는 '희망의 전주곡'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선동열감독은 실패했다. 막판 롯데와의 4위 싸움에서 우위를 점한 상태에서의 실패였기 때문에 상처가 더욱 크다. 선동열감독 재임시절 많은 공과가 있겠지만, 13년 연속 PS 진출라는 작은 過가 한국시리즈 2년연속 우승을 포함한 수많은 功을 가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억울하겠지만 감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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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질 것 같지 않던 삼성의 16연승 기록은 13년만에 '야신' 김성근감독이 이끄는 SK에 의해 경신됐다. 게다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SK는 시즌 종료까지 2경기를 남겨 두고 있다. 현재 분위기를 봐서는 SK는 도무지 질 것 같지 않은 팀이다. 선두에 6.5게임차까지 벌어지며 준플레이오프 걱정까지 해야 했던 SK는 순식간에 KIA의 턱밑까지 추격했다. 4위싸움은 막판에 다소 싱겁게 끝났지만, 1위 싸움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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