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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삼성 vs 롯데 19차전 리뷰 - 막장야구의 진수를 보여준 삼성, 마음은 콩밭에?

by 푸른가람 2009.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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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은 자신감이 지나쳐 자만에 빠져 있고, 급할 것 없는 감독은 여유가 넘친다. 한해 농사를 마무리 짓는 중요한 4위싸움 라이벌 롯데와의 일전을 앞둔 삼성의 모습이었다. 한때 2게임차 4위를 달리던 삼성에는 악착같이 달려드는 추격자 롯데에게서 느껴지는 절박함이 없었다. 사실 경기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 것이었다.

8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롯데의 혈전은 4:0 롯데의 완승으로 끝났다. 삼성은 주말 롯데와의 사직원정 2연전을 모두 내주며 8일만에 다시 5위로 내려 앉았다. 롯데 선발 조정훈은 9이닝동안 6피안타 2볼넷만 허용하며 무실점 완봉역투를 펼쳤고, 시즌 13승째로 윤성환, 구톰슨과 함께 다승 공동선두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조정훈은 경기 초반 실점위기를 수차례 맞았지만 포수 장성우의 재치있는 플레이와 삼성 선수들의 본헤드 플레이 덕분에 귀중한 승리를 따냈다. 엄밀히 말하자면 롯데가 잘해서 이겼다기보다는 삼성이 도저히 이길 수 없는 막장경기를 펼친 것이다. 그래도 롯데는 마운드에서 조정훈이 역투했고 공격에서는 김주찬이 승리의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이 했다.

김주찬은 3회 1사에서 좌전안타를 터뜨린 뒤 삼성 좌익수 강봉규가 공을 더듬는 사이 과감하게 2루까지 파고 들었다. 김민성의 볼넷으로 1사 1,2루 상황. 삼성의 막장야구는 멈추지 않았다. 다음타자 조성환의 타구는 2루 정면으로 향했다. 누가 보더라도 명백한 병살타구였다. 그러나 무엇에 홀렸는지 신명철마저 타구를 더듬어 타자주자를 1루에서 살려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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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불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삼성 선발 차우찬인 1루에 견제구를 던진 사이 날쌘돌이 김주찬이 과감하게 홈을 파고 들었다. 김주찬의 갑작스런 홈쇄도에 당환한 삼성 1루수 채태인의 홈송구가 높았던 탓에 홈스틸이 성공하며 귀중한 선취점을 얻었다.

양팀이 실책성 플레이를 주거니 받거니하며 팽팽하던 초반 승부는 싱겁게 롯데 쪽으로 기울었다. 리드를 빼앗긴 삼성은 간간이 반격을 시도하긴 했지만 단 한점도 얻지 못하고 시종일관 무기력한 플레이를 펼쳤다. 사직 2연전에서 삼성이 얻은 점수는 단 1점에 불과했다. 삼성은 롯데에 못지않은 득점 챤스를 맞았지만 때맞춰 병살타가 터지거나 잘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향하는 등 선수들의 집중력 저하는 물론 경기운도 지지리 없었던 게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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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 2연전이 끝난 뒤 양팀의 처지는 정반대로 변했다. LG에 2승 1패를 거두고 호기롭게 사직에 입성했던 삼성은 처절한 패잔병 처지가 되어 짐을 꾸려야 했다. 타자들의 타격감이 전반적으로 떨어져 있다고는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투지가 어디론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선수들이야 1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전통 탓에 자신이 넘쳤다고 치자.

그러나 감독은 또 다르다. 과거 삼성이 어떤 팀이었던가. 한국시리즈에 팀을 올려놓았던 감독까지도 한국시리즈 성적이 좋지 않았다는 이유로 권좌에서 물러나야 했던, 감독들의 무덤이 바로 삼성이란 팀이었다. 5년간의 장기계약을 통해 구단 고위층의 재신임을 확인한 선동열감독에게 긴장감을 바라는 것은 애초에 무리였을까? 선동열감독은 여전히 여유가 넘칠지 몰라도, 팬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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