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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플레이오프 4차전 리뷰 - 실책이 승부를 갈랐다

by 푸른가람 2009.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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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가 이틀 연속 적지에서 두산을 연파하며 플레이오프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SK는 불펜진의 역투와 박정권의 결승타 등에 힘입어 두산에 8:3 완승을 거두었다. 이로서 SK와 두산 양팀은 10월 13일 문학구장에서 한국시리즈 진출을 놓고 운명의 5차전을 벌이게 됐다.

문학에서 2연승을 거두고 가벼운 마음으로 홈에 입성했던 두산은 중심타자 김현수와 김동주의 부진이 계속된데다 챤스때마 터져나온 병살타로 2연패를 당하며 스스로 화를 자초했다. 믿었던 수비마저 흔들리고 있다. 3차전 연장 10회초 정수빈의 수비는 조명탑 탓이라고 변명이라도 할 수 있었지만, 4차전 7회초에 믿었던 손시헌이 저지른 실책은 4실점으로 이어지며 결정적 패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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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이닝을 넘기지 못한 선발투수들의 부진


양팀 선발 글로버와 김선우는 약속이나 한듯 부진했다. 김선우는 1회초 폭투로 선취점을 허용하더니 2회에도 연거푸 적시타를 허용하며 3이닝 3실점한채 마운드를 내려갔고, 글로버도 초반 위기를 잘 넘기는가 싶더니 3일 휴식뒤 등판한 체력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채 3회말 두산 고영민에게 통렬한 동점 쓰리런 홈런을 허용하며 강판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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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의 새 해결사 박정권, 임태훈에겐 악몽


팽팽하던 승부는 7회초에 갈렸다. 주인공은 이번에도 SK 4번타자 박정권이었다. 묘하게도 그 희생양은 임태훈이었다. 마치 2007년 한국시리즈 승부처에서 연거푸 김재현에게 홈런을 허용했던 것처럼 이번 플레이오프에선 박정권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임태훈이다.

1,2차전에서는 연달아 박정권에게 홈런을 허용하더니 승부의 분수령이었던 4차전 7회초 2사 1,2루 상황에서도 큼지막한 홈런성 타구를 허용하며 2타점 결승 적시타를 허용했다. 물론 임태훈의 잘못만은 아니다. 좌익수가 김현수가 아니라 이종욱이나 정수빈이었다면 잡을 수도 있었던 타구였다. 평범한 유격수 땅볼타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손시헌의 실책도 아쉬운 대목이다.

그러나, 좀더 신중한 대결이 필요했다. SK 타자중 가장 타격감이 좋은 박정권에게 너무 성급한 승부를 펼치다 통한의 결승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기죽지 않고 정면승부하는 강심장은 칭찬할 만 하지만 돌아가야 할때는 돌아가는 법도 배워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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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부족했던 두산의 수비

큰 경기에서 수비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3차전 9회초에서 보여준 이종욱의 수비가 그랬다. 모든게 끝이구나 하고 느끼는 순간의 그림같은 호수비는 선수들에게 의욕을 불어 넣는다. '행운의 여신은 우리편'이라는 믿음이 숨겨져 있던 능력을 일깨운다. 그 덕분에 두산은 9회말 시리즈를 끝마칠 절호의 기회를 맞았었지만 이번에는 정근우의 호수비로 모든게 수포로 돌아갔었다.

정근우의 호수비는 4차전에서도 이어졌다. 정근우는 6회말 이종욱의 중전안타성 타구를 몸을 날리며 잡아내더니 1루에 빨래줄 송구로 아웃시켜 SK 타자들을 깨웠다. 그 파이팅에 SK 타자들은 7회초 4득점으로 화답했다. 정근우 뿐만 아니라 SK 야수들은 대량실점 위기에서 병살타를 연달아 성공시키며 두산 공격의 맥을 끊었다.

반면 두산 야수들의 수비는 실망스러웠다. 국가대표급 유격수 손시헌은 7회초 평범한 내야땅볼을 재빨리 처리하지 못해 화를 자초했다. 마운드의 임태훈은 괜찮다며 박수로 손시헌을 오히려 격려했지만 한번 틀어진 승부의 물길을 되돌릴 순 없었다. 크게 보이지 않았던 실책 하나는 결국 4실점으로 이어지며 두산을 나락으로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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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민, 두산 타선의 빛과 그림자

플레이오프 들어 두산의 자랑거리인 김현수, 김동주 두 중심타자는 힘을 잃었다. 속이 탄 김경문감독은 4차전에서 김현수를 5번에 포진시키는 승부수를 띄워봤지만 효험이 없었다. 두산의 상승세를 이끌었던 것은 테이블세터진이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고영민의 활약은 알토란 같았다.

1,2차전에서 결정적 한방을 터뜨려 팀 승리를 이끌었던 고영민의 활약은 4차전에서도 이어졌다. 고영민은 팀이 0:3으로 끌려가던 3회말 SK 선발 글로버를 상대로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동점 쓰리런 홈런을 터뜨렸다. 경기 분위기를 두산 쪽으로 끌어오는 결정타였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플레이오프 MVP까지 꿈꿨던 고영민은 4회말 1사 만루 절호의 득점기회를 병살타로 날렸다. 3회 터뜨렸던 홈런이 오히려 화근이 된 셈이다. 큰 것 한방보다는 짧은 안타 하나, 외야 플라이 하나가 절실한 순간이었지만 잔뜩 힘이 들어간 고영민은 내야땅볼로 고개를 떨궈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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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야 할 때 끝내지 못한 두산

4차전은 SK가 8:3 승리를 거둔채 끝났지만 두산도 기회는 많았다. 시리즈를 끝낼 수 있는 기회마다 병살타가 발목을 잡았다. 정규시즌때 보여주던 타선의 끈끈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전반적인 타선의 무기력함도 문제지만, 더 우려스러운 것은 중심타선의 부진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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