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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WBC 호주전 충격패, 강백호만 탓할 일이 아니다

by 푸른가람 2023.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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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6년만에 열린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B조 첫 경기에서 호주를 만난 한국 대표팀은 마운드의 난조와 타선 침체가 겹치며 경기 초반 분위기를 호주에 넘겨준 탓에 7-8 한점 차 패배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경기 후반 끈질기게 따라 붙었지만 승부를 뒤집기에는 경기력은 물론 선수들의 집중력도 모자랐습니다.

패인은 여러가지가 지적될 수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상대에 대한 준비가 철저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숙적 일본보다 첫 경기인 호주전이 더욱 중요하다며 이강철 감독과 선수단 모두 승리에의 강한 의지를 보여줬지만 결국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특히, 상대 선발투수에 퍼펙트를 당하며 끌려간 모습은 야구강국을 자부했던 팀으로서는 실망스러운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호주는 결코 만만히 볼 상대는 아니었습니다. 국제대회에서 호주전 8연승을 달리고 있었고, 객관적 전력 또한 우위에 있다고는 하지만 손쉬운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기에 전력분석이 그만큼 중요했습니다. 선발투수 예상은 빗나갔고, 예상치 못했던 투수 로테이션에 철저히 막혀 이렇다할 실마리를 풀어내지 못한 타선은 무기력했습니다. 홈런 3방을 허용하며 대량 실점한 투수들 역시 패인을 제공했습니다.

3, 4회 WBC대회에서 잇달아 첫 경기를 패하며 결국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맛봤던 우리로서는 호주와의 1차전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선발투수가 경기 초반 분위기를 주도해 나가야 했으며, 반드시 선취 득점을 얻어내 우위에 서서 여유롭게 경기를 풀어나가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이뤄내지 못했습니다. 선발투수 고영표는 불안한 가운데서도 초반을 꾸역꾸역 무실점으로 잘 막아냈지만 결국 4회초에 실점하며 주도권을 내주고 말았습니다.

대한민국 타선은 고구마를 먹은 것처럼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투수였다고는 해도 안타는 커녕 볼넷 하나 얻어내지 못한 채 초반 이닝을 끌려가면서 경기를 어렵게 풀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경기 중반 양의지의 극적인 홈런으로 기어코 역전을 이끌어내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는 듯 보였지만, 믿고 내보냈던 김원중, 양현종이 잇따라 호주 타선에 쓰리런 홈런을 허용하며 뼈아픈 패배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복병 호주에 첫 경기를 내주며 2023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역시 불행하게도 암울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2013년 WBC 대회 이후 세 차례 연속 1라운드 탈락의 벼랑 끝에 서 있는 우리 대표팀은 라이벌 일본전 필승을 다짐하고 있지만 승리를 낙관하기 어렵습니다. 객관적 전력에서 일본이 우위에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예전에는 실력이 안되더라도 "악으로, 깡으로" 버티며 특유의 근성으로 강팀에 맞섰다지만 요즘 분위기는 또 다른 것 같습니다.

2021년 도쿄 올림픽 당시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덕아웃에서 껌을 질겅질겅 씹는 모습이 하필이면 TV 중계화면에 포착돼 야구팬들의 집중포화를 받았던 강백호가 이번에도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강백호는 팀이 4-5로 뒤지던 7회말 1사 상황에서 최정을 대신해 대타로 출전해 큼지막한 타구를 날리며 2루에 살아 나갔습니다. 한껏 기세가 올라 기분좋게 세리머니를 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베이스에서 발이 떨어진 순간을 놓치지 않은 호주 2루수에게 태그당하며 황당한 주루사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이 역대급 주루사는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로 각국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오늘의 안타까운 패배가 비단 그 장면때문만은 아니겠지만 팬들의 분노가 분출될 출구가 필요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모든 언론에서 강백호의 어처구니 없는 주루사를 대서특필하며 질책하고 있습니다. 모든 비난의 화살이 또 한번 강백호에게 꽃힐 수 밖에 없어 보입니다. 경기 후 이강철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강백호를 감쌌지만 당분간 성난 팬심을 잠재우기는 어려울 겁니다. 강백호로선 일본전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쳐 승리로 그 빚을 갚는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7-8로 한 점 차 추격전을 펼치던 9회말 마지막 공격이 더 아쉬웠습니다. 선두타자 토미 애드먼의 안타로 천금같은 챤스를 맞은 상황에서 벤치의 대처가 아쉬웠습니다. 물론 대표팀에서 가장 믿을만한 김하성, 이정후였기에 맡겨두는 것도 하나의 방책일 수 있겠지만 더이상 물러설 수 없는 마지막 기회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좀더 강력한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게다가 타자들의 타격감도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기 때문에 주자를 득점권에 보내놓고 상대를 압박했더라면 좀더 다양한 득점 루트가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최소한 동점을 만들어 두고 연장 승부에 대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두고두고 남습니다. 2사 후 도루 시도 실패로 마지막 반격 기회를 허무하게 날려버린 장면도 그렇고 벤치의 경기운영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습니다.

일단 지나간 경기는 빨리 잊고 내일 일본전에 몰두해야 합니다. 어려운 경기가 될 것임은 분명하지만 내일도 진다면 탈락이 거의 확정되는 상황이니만큼 보다 더 집중해야 합니다. 호주가 우리를 이겼듯 우리라고 일본에 승리를 거두지 못할 이유도 없습니다.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철저한 준비와 더불어 한편으론 한일전의 중압감을 떨쳐내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일본팬들의 일방적인 응원도 부담스러운 상황이지만 승패를 떠나 후회없는 일전을 펼쳐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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