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에이스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김광현을 두고 하는 말이다. 김광현은 9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글러브에 공이 들어가 있지도 않은 상태에서 홈으로 들어오는 2루주자 최형우를 태그해 심판의 아웃 판정을 이끌어 냈다. 정작 공을 잡은 선수는 1루수 브라운이었지만 양심고백하는 선수는 단 한명도 없었다. 삼성으로선 선취 득점 기회를 날렸고, 최형우의 득점과 박석민의 타점도 없던 것이 됐다.
누군가를 이 장면을 두고 '재치있는' 플레이라 표현하기도 했고, 승리를 위해 경기에 임하는 프로선수들이니 당연한 것이라 얘기하는 이도 있다. 김광현 자신도 경기 후 "모르고 한 것"이라며 고의성을 부인했다. 두 눈 뜨고 속은 심판, 항의 한번 제대로 하지 않은 주자나 삼성 덕아웃의 잘못을 지적하는 적반하장의 논리도 나온다.
김광현의 변명은 실망스럽다. 경기에 열중하다보니, 이기고 싶은 마음이 크다보니 순간적으로 판단이 흐려졌을 수는 있다. 하지만 몰랐을 수는 결코 없다. 글러브에 공이 들어갔는지 아닌지는 선수 본인이 가장 잘 안다. 차라리 점수주기 싫어서 순간적으로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고백하는 것이 제일 나았다. 하지만, 국대 좌완 에이스로 칭송받는 김광현은 야구팬을 속였고, 자신까지 속이려 하고 있다.
솔직해지자.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수많은 카메라가 매 순간을 촬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설령 자신을 속일 수 있을 지는 몰라도 명백하게 드러나는 증거화면까지 조작할 수는 없다. 지금이라도 자신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또한, 그것이 변함없는 사랑을 보내주는 야구팬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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