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프로 야구판에서 벤치 클리어링이 연일 화제다. 지난 23일 수원구장에서는 한화-KT전이 끝난 뒤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졌고 이 때 KT 덕아웃에서 마운드 쪽으로 방망이가 날아 들더니, 어제 두산과 NC의 마산 경기에서는 양팀의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진 도중에 두산 선수 중 누군가가 NC 선발 투수 해커를 향해 공을 던지는 볼썽 사나운 일이 불거졌다.
벤치 클리어링은 경기를 하다 보면 일어날 수도 있다. 야구팬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이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야구장에서 배트와 공이 통상적인 야구경기에 사용되는 용도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쓰였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공과 배트가 누군가를 향했을 때 '흉기'로 돌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더 있다. 어제 경기에서 그 사태가 발생한 직후 심판진은 해커를 향해 공을 던진 선수를 두산 장민석으로 지목하고 그에게 퇴장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이번에는 민병헌이 "내가 던졌다."며 양심 고백을 하는 바람에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벤치 클리어링을 촉발시킨 장본인은 해커와 오재원인데 난데 없는 공 하나로 인해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민병헌의 설명은 이렇다. 벤치 클리어링 직후에 심판이 덕아웃으로 와 공을 던진이가 누구냐가 물어서 본인이 손을 들었지만, 장민석이 먼저 나서 퇴장명령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어 "경기가 끝난 뒤 내 잘못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보는 것 같아 괴로웠다."며 자신의 프로답지 못했던 실수를 사과했다.
그런데, 그의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이 꽤 많다. 애시당초 당사자를 두고 공을 던지지도 않은 이가 대신 나서 퇴장명령을 받은 것도 수상하고,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해명을 한 것도 선뜻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일부 팬들은 민병헌의 양심 고백이라기 보단 점점 수사망을 좁혀 오는 네티즌 수사대의 칼끝을 비켜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하고 있기도 하다.
사실이 어찌됐건 민병헌의 행위는 프로야구계에서 입버릇처럼 얘기하던 동업자 정신에 어긋난 것이기에 벌을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한 개인에 대한 지나친 비난은 삼가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 불거지고 있는 벤치 클리어링이나 선수, 감독간의 신경전 등 볼썽 사나운 모습이 계속되는 근본적인 이유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KT의 가세로 사상 첫 10구단 체제로 시작한 2015년 프로야구는 팬들을 야구장으로 불러 모으며 순항 중이다. 김성근 감독이 꼴찌팀 한화를 '마리한화'로 재탄생시키며 바람을 일으키고 있고, 1위부터 8위까지의 게임 차가 얼마되지 않아 언제든 순위가 뒤바뀌는 등 야구팬들을 불러모을 수 있는 흥미로운 요소가 아주 많다.
반면, 치열한 순위 다툼이 불러온, 내일이 없는 치열한 경쟁이 프로 야구계가 스스로 지켜야 할 '선'을 넘어서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되돌아 보아야 하지 않을까. 상대에 대한 배려가 사라지고, 승리 지상주의가 판치는 속에서 야구가 국민들에게 건전한 여가선용의 장을 제공하는 국민 스포츠로 남을 수 있을 지 회의적인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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