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기사회생, 두산의 대역전극 막 오르나? - 두산 vs 롯데 준PO 3차전 리뷰

준플레이오프 탈락의 벼랑 끝에 섰던 두산이 끈끈한 타력을 앞세워 기사회생했다.

두산은 11일 사직구장으로 자리를 옮겨 계속된 2012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불펜진의 호투와 집중력있게 터진 타선의 활약에 힘입어 롯데에 7-2 완승을 거두고 2연패 뒤 포스트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이날 승리로 두산은 지난 2010년 2연패 뒤 3연승의 기적을 다시 한번 재현하기 위한 잰걸음에 나섰다.

양팀 선발투수들의 난조 속에 승부는 중반 이후 불펜 싸움에서 판가름났다. 롯데 선발 사도스키는 갑작스런 오른팔 전완근 부상으로 ⅔이닝동안 2피안타 3볼넷으로 3실점하며 물러났다.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 첫 출전한 최준석에게 허용한 투런 홈런이 결국 이날 경기의 결승점이 됐다.

두산 선발 이용찬도 승리를 따내지는 못했다. 팀 타선이 1회에 3득점하며 어깨를 가볍게 해줬지만 2회 수비에서 보크와 적시타를 허용하며 2실점해 어려운 경기를 자초했다. 세번째 투수로 나와 2⅓이닝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한 변진수가 승리투수가 됐고, 1, 2차전에서 연거푸 홈런을 얻어 맞았던 홍상삼은 두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며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었다.

▲ Again 2010, 롯데 떨고 있나?

3차전을 앞두고 "올해만은 다를 것"이라던 롯데 선수들의 자신감은 불행히도 오래 가질 못했다. 선발 사도스키의 부진 속에 1회 3실점 하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2회 두산 선발 이용찬을 공략해 1점차로 추격할 때까지만 해도 롯데의 상승세가 이어지는 듯 보였다. 선발 싸움에서 우위에 섰던 이용찬이 5회를 버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가자 사직구장은 승리의 자신감으로 달아 올랐다.

하지만 3차전 승리의 여신은 끝내 롯데를 외면했다. 7회 네번째 투수로 등판한 최대성은 선두타자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하며 흔들리기 시작했고 오재원의 싹쓸이 3루타 등 한 이닝에만 3안타 1볼넷을 집중시킨 두산 타선이 4점을 추가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2승 1패로 앞서 있는 롯데는 여전히 플레이오프 진출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내심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잊고 싶은 2010년 2승 이후 리버스 스윕패를 당했던 아픈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고 있다. 4차전마저 내준다면 롯데의 불안감은 한층 더해질 것이다. 1승을 앞서 있지만 오히려 쫓기는 쪽은 롯데다.

▲ 호수비가 승부를 갈랐다

메이저리그 못지 않은 호수비가 이어지며 포스트시즌의 품격을 한껏 높였다. 두산은 1회 1사 만루 위기에서 임재철이 멋진 홈송구로 더블 아웃을 잡아내며 실점을 막은데 이어 3회에는 오재원이 중전안타성 타구를 슬라이딩 캐치로 걷어낸 후 글러브채로 토스하며 그림같은 더블 플레이로 연결시켜 경기 초반 롯데 타선의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상대팀인 롯데 양승호 감독마저 감탄하게 만든 멋진 플레이였다. 타구를 잡아낸 것만 해도 어려운 일인데 재빠르게 후속 동작으로 연결시킨 장면은 압권이었다. 큰 경기일수록 수비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된다. 두산 김진욱 감독이 2연패 뒤에도 조급해하지 않았던 데에는 이와 같은 탄탄한 수비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 김재호, 꿩 대신 닭? 두산의 '가을 사나이'!

김재호가 새로운 두산의 '가을 사나이'로 주목받고 있다.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두산 전력의 불안요소로 지목됐던 포지션이 바로 주전 유격수 손시헌이 빠진 유격수 자리였다. 1차전만 해도 수비에서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지만 시리즈가 계속될수록 김재호의 기량은 공수에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금으로선 손시헌의 공백을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다.

수비에서 안정을 찾아가면서 공격에서도 숨겨진 그의 진가가 드러나고 있다. 3차전에서도 첫 타석 중전안타를 시작으로 4타수 3안타의 맹타를 휘두르며 시리즈 타율을 5할4푼5리까지 끌어 올렸다. 이날 경기에서 3안타 1타점을 기록한 중심타자 김현수보다 오히려 앞선 기록이다. 제대로 미쳐 주는 김재호가 있어 두산이 또한번의 기적을 꿈꾸어 볼 수 있는 것이다.

* 이 글은 마니아리포트( http://www.maniareport.com/openshop/myreport/new_news_view.php?idx=3041 )에 게재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