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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SK 왕조의 몰락? '무색무취' 이만수 야구, 이제는 색깔을 찾아야 할 때!

by 푸른가람 2012.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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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07년 이후의 한국 프로야구는 말 그대로 SK의 시대였다. 부임 첫 해였던 2007년은 물론 이듬해인 2008년까지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던 김성근 감독은 재임기간(2007년~2011년 8월) 내내 SK를 4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에 진출시켰고, 그 가운데 세번 패권을 차지했다. 그야말로 프로 리그를 지배한 SK 왕조의 탄생이었고, 7개구단이 넘어서야 할 큰 벽이었다.

하지만 오로지 야구만을 생각하는 김성근 감독의 리더십은 필연적으로 프런트와의 갈등을 불렀고, 오랜 세월 쌓여왔던 해묵은 감정들이 김성근 감독의 재계약 문제를 놓고 드디어 2011년 시즌 중반 폭발하고 말았다. 그렇게 김성근 감독은 그해 8월에 팀을 떠났고, 이만수 2군 감독이 감독 대행을 맡아 잔여 시즌과 포스트 시즌을 치뤄야 했다.

하지만 축복받지 못한 가을 잔치였다. SK 구단과 이만수 감독대행 모두 여론의 모진 뭇매를 포스트 시즌 내내 견뎌야 했다. 홈구장 팬들의 든든한 응원을 받지도 못하는 묘한 상황 속에서 치른 첫 포스트 시즌에서 난적 KIA와 롯데를 연파하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성과를 거두며 구단의 신임을 받은 이만수 감독대행은 시즌이 끝난 11월 3일에 비로소 대행 딱지를 떼고 꿈에 그리던 제4대 SK 와이번스 감독에 취임했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SK를 양키스와 요미우리 같은 최고의 명문구단을 만들어 가겠다"며 "스포테인먼트를 통해 팬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플레이를 펼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전임 김성근 감독의 야구와는 확실한 선 긋기에 나선 것이다.

다소 억지스러운 감독 교체 과정에서의 불협화음에도 불구하고 이만수 신임 감독에 박수를 보내는 야구팬들도 많았다. 5년간 보아 왔던 야신 김성근의 야구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모습의 SK 야구에 대한 기대도 있었다.시즌 초반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김광현 등 주축 투수들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이만수 감독은 정우람, 박희수 필승 카드로 버텼지만, 경기가 거듭되면서 불펜에 과부하가 걸린데다 예기치 못한 부상이 속출하며 한계에 봉착했다.

5월 26일 이후 한달 동안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았던 SK의 끝이 보이지는 않는 추락이 이때부터 시작됐다. 6월 26일에는 2위로 떨어지더니 30일에는 3위, 7월 3일에는 4위, 7일에는 KIA와 함께 공동 5위로 떨어졌다.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고 했던가. 연패 탈출을 위해 총력전을 펼쳤던 11일 넥센전에서도 2-7로 완패했다. 이날 패배로 충격의 8연패 수렁에 빠진 SK는 35승 1무 36패를 기록하며 4할대 승률로 마침내 6위 자리까지 곤두박질쳤다.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여겨지던 '공공의 적' SK는 어느새 만만한 상대로 전락했다. 비단 팀 성적만이 문제가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만수 감독의 SK 야구에 대한 정체성 위기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이만수 야구는 이렇다" 하고 내세울 만한 것이 현재까진 보이지 않는다.

11일 현재 SK의 팀타율은 2할5푼으로 8개 구단 가운데 꼴찌이며 팀 평균자책점도 3.96으로 4점대로 추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팀 득점은 288점으로 최하위에 있지만 홈런 갯수에 있어서는 66개로 장타력의 상징 넥센을 3개차로 제치고 1위에 올라 있다. 홈런만 노리는 뻥야구라며 SK 야구를 폄하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성적 부진과 맞물려 이만수 감독은 감독 감이 되지 못한다는 얘기까지 심심찮게 흘러 나오고 있다. 팀 성적이 하향세를 그리기 시작하면서 조급해진 탓에 완벽하게 회복되지 않은 선수들을 성급하게 1군에 불러올려 부상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그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다. 안팎으로 사면초가에 놓인 이만수 감독이다.

물론 내심 억울한 마음도 있겠지만 이 또한 그가 풀어가야 할 몫이다. 감독은 결국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을 통해 자신의 야구를 보여줄 수 밖에 없다. SK 구단이 '김성근의 SK'를 용납하지 않았듯 이만수 감독 역시 마찬가지다. 그 누구보다 어렵게 SK 구단의 '간택'을 받아 그토록 갈망하던 프로야구 감독 자리에 올랐지만 그 역시 파리 목숨보다 못하다는 감독의 운명을 거부하기 어렵다.

팬티 차림으로 야구장에 나선다고 해서 팬들이 환호를 보내줬던 것은 그가 SK 와이번스의 코치였을 때, 딱 그때까지만이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어느덧 전반기가 끝나가고 있다. 무색무취의 이만수 야구에서 벗어나 이제는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가야 할 때다.

* 이 글은 마니아리포트( http://www.maniareport.com/openshop/myreport/new_news_view.php?idx=2189 )에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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