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살만한 해졌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궁핍함을 느낀다. "행복"이란 언제나 그랬듯 인류에게 주어진 최고의 화두가 아닐까 싶다. 육체의 배고픔은 해결했지만 그보다 더 근원적인 정신의 허기를 채울 수 없으니 사람들은 잡힐 듯 하면서도 실체가 보이지 않는 사막의 신기루와도 같은 행복 찾기에 저마다 열심이다.
"지금 이 순간 그대로 행복하라"에는 인류의 정신적 멘토이자 달라이 라마와 더불어 생불(生佛)로 불리는 틱낫한 스님이 전하는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바람 앞의 등불처럼 흔들리며 위태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읽어볼 충분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30분도 채 걸리지 않아 이 책을 다 읽었지만 지금 이 순간부터 평생을 읽어도 다 읽지 못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씌어져 있어 잘 읽히지만 우리가 찾는 궁극의 행복이란 것이 우주 만물이 시작도 끝도 없는 하나임을 깨닫는 길은 결코 쉽게 다다를 수 있는 것이 아님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일 년 365일을 열두번째 달 쉰셋째 주로 나누어 각각에 걸맞는 가르침을 담아놓고 있다. 주제와 어울릴 듯, 또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사진들은 이 책의 또다른 화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얼마 전에 읽었던 혜민 스님의 책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 실린 글들과 묘하게 오버랩되는 것을 느꼈다.
나는 나를 둘러싼 세상이 참 바쁘게 돌아간다고 느낄 때
한 번씩 멈추고 묻는다.
"지금, 내 마음이 바쁜 것인가, 아니면 세상이 바쁜 것인가?"
할 일은 너무 많고
시간은 너무 부족합니다.
그대 마음이 온종일 뛰라고 재촉하나요?
그대 안의 부처가 말합니다.
"멈추어라!
그대 눈앞의 순간을 맞이하고
깊이 호흡하라!
평화와 환희가 찾아와
그대 두 손 꼭 잡아 주리니."
틱낫한 스님은 '행복은 지금 이 순간 그대의 눈앞에 있음'을 얘기하고 있다. 행복은 이미 그대 곁에 찾아와 그대를 향해 미소 짓고 있는데 행복하기 위해서 무엇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지, 왜 지금 이 순간 행복할 수 없는 지 우리에게 물어보고 있다. 마음을 깨우면 우리 곁에 숨쉬는 행복의 가치를 깨닫게 될텐데 그것이 또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인가 보다.
지구, 하늘, 구름을 담은 보석.
책 제목 자체가 바로 진리다. 지금 이 순간, 있는 그대로 지극히 소중한 삶의 소중함을 깨닫는 순간이 바로 행복일 것이다. 삶 자체가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라 우리를 옭아매고 있는 관념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삶이 괴롭게 느껴지는 것이다. 관념을 놓아 버리고 마음을 비우면 우리는 자유롭고, 그 자유 속에서 행복에 다다를 수 있는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고요해짐을 느꼈다. 스님의 가르침대로 숨을 들이쉬며 고요한 물이 되고, 숨을 내쉬며 깊은 평화를 느낄 수 있도록, 흔들림 없는 인생을 위해 매일매일 명상을 해야겠다. 깨어 있는 눈으로 보고, 깨어 있는 귀로 듣고, 깨어 있는 발로 걷고, 깨어 있는 마음으로 느낄 수 있도록. 그리하여 나와 그대가 함께 행복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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