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을 읽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마음은 빙산과 같다. 커다란 얼음 덩어리의 일부만이 물 위로 노출된 채 떠다닌다."는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 깊은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는 내면의 감춰진 심리까지 온전히 들추어 내는 작업은 그래서 매우 전문적이고도 조심스런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대학 시절 심리학에 관심이 있어 교양 과목으로 강의를 들었던 적이 있다. 그때 두툼한 심리학 전공서적을 통해 정신분석학과 지그문트 프로이트를 처음 접했었다. 생소하면서도 어려운 용어를 제대로 이해하기도 힘들었었기에 그 당시 나의 심리학 공부는 그저 '수박 겉핥기'에 그칠 수 밖에 없었다.
국내 최초로 국제정신분석학회가 인증한 프로이트 정신분석가이자 서울대 의대 정신과 교수로 재직중인 정도언 교수가 펴낸 '프로이트의 의자'라는 책은 나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에 대한 궁금증을 일반인들도 잘 이해할 수 있게 쉽게 설명해 주고 있다. 그래서 '내 무의식을 찾아가는 여행'이라는 표현은 이 책을 한 마디로 잘 정의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프로이트는 수많은 환자들을 보다가 인간의 마음에 무의식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내게 된다. 그래서 그는 인간의 마음을 의식, 전의식, 무의식으로 나누었는데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지형 이론'이다. 정도언 교수는 이를 서울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는데, 강북을 의식이라고 한다면 무의식의 세계인 강남으로 넘어오기 위해 한강이라는 전의식을 건너와야 한다는 것이다.
의식에서 전의식, 전의식에서 무의식으로 갈수록 마음에 접근하기가 어려워진다. 전의식에는 일종의 검문소가 있어서 의식과 무의식에서 건너오고 넘어가는 것을 감시하고 있다. 무의식에서 전의식으로 넘어가는 곳에는 아주 엄격한 경비병이, 전의식에서 의식으로 넘어가는 곳에는 다소 헐렁한 경비병이 지키고 있다는 설명을 통해 좀더 쉽게 지형이론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지형 이론과 더불어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체계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 구조 이론이다. 구조 이론은 인간의 마음 안에 세 사람이 산다고 본다. 그것이 바로 그 유명한 이드(Id), 초자아(Superego), 자아(Ego)인 것이다. 이드는 욕망의 대변자, 초자아는 도덕, 윤리, 양심의 대변자이며, 자아는 이 둘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한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어내려고 하는 욕망 덩어리인 이드와 윤리적 기준으로 인간의 욕망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초자아 사이에서 자아는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아내기도 하고, 때로는 원만한 타협을 시도하기도 한다. 이런 타협을 이끌어 내는 자아의 역할이 중요할 수 밖에 없는데, 그래서 평소에 자아의 힘을 키워 놓아야 한다고 지은이는 강조하고 있다.
리비도(Libido)와 타나토스(Thanatos)도 빼놓을 수 없겠다. 프로이트는 인간을 움직이는 두 가지 욕동(본능적 욕구의 움직임)이 있다고 했는데 그것이 바로 삶의 욕동인 리비도(성 에너지)와 죽음의 욕동인 타나토스(공격성)인 것이다. 이를 발표할 당시만 해도 금욕주의가 팽배한 분위기 속에서 프로이트는 엄청난 비난을 받아야 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불편한 진실'로 인정받고 있다.
지은이는 사람의 마음을 마치 순두부와 같아서 조금만 건드려도 흔들리고 쉽게 뭉그러진다고 얘기하고 있다. 이렇게 여린 마음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준비해 놓고 있는데 이를 정신분석학에서는 방어기제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방어기제란 "두렵거나 불쾌한 정황이나 욕구 불만에 직면했을 때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하여 자동적으로 취하는 적응행위"를 말한다.
우리의 마음 속에는 여러가지 다양한 방어기제들이 상주해 있다. 정도언 교수는 방어기제에도 와인처럼 품질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잘 숙성된 와인과 같은 것으로는 유머, 승화, 이타적 행위가 있고, 격리, 피동적 공격, 부정, 분리, 왜곡, 해리와 같이 보졸레 누보처럼 미성숙한 방어기제들도 많다.
이런 방어기제들은 내 마음을 덜 불편하게 한다. 하지만 방어기제를 너무 즐겨 쓰고 그것이 내 마음 안에서 굳어지면 결국은 내 마음의 진실을 가리게 되고 결국은 그것이 증상으로 나타난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되도록이면 좀더 잘 익은 최고급 와인같은 방어기제를 쓰고, 더 나아가서는 방어기제를 너무 즐겨 쓰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겠다.
지은이는 에필로그에서 독자들에게 갇힌 마음을 풀어달라고 조언한다. 21세기의 화두인 마음을 다스리는 약은 마음이기 때문에 마음은 마음으로 부둥켜 안고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독자들 스스로가 당연히 내 마음을 잘 안다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좀더 자유로워지기를 희망하고 있다.
아무리 쉽게 풀어서 설명한다고 해도 분명 정신분석은 어려운 이야기일 수 밖에 없다. 내가 무의식 속에 감춰진 나의 마음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으려면 물론 전문적인 이론 공부도 중요하겠지만 책 표지에 나와 있듯 편안한 카우치에 누워 정신분석가에서 얘기하듯, 아픈 곳을 숨기려고만 하는 자신과 마주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훨씬 중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책을 덮었다.
공포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공포와 맞서 싸우지 말고 공포를 내 마음의 식구로 받아들이는 겁니다. 공포는 자연스러운 감정이고 건강한 반응입니다. 공포를 성취욕으로 바꾸면 그것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공포를 공황으로 변질시키면 지는 것입니다. 우리는 항상 그 경계선에 있습니다. - 살게 만드는 강력한 힘 : 공포
우울 증상 역시 내 마음이 나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너무 앞서 나가지 말고 이제는 좀 속도를 줄이면서 천천히 나와 내 삶을 성찰해 보라는 경고이자 기회입니다. 내 자아와 내 초자아를 살펴 보세요. 자아가 너무 약해진 것인지, 초자아가 너무 강해져서 내 스스로 나를 벌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 잃어버린 편지가 돌아오다 : 우울
현명한 사람들은 '고독'과 '외로움'을 구분해 말합니다. 고독이란 '혼자 있는 즐거움'이고 외로움은 '혼자 있는 고통'이라고 합니다. 외로움은 덜어내야 좋은 감정이지만 고독은 추구해야 할 이상일지도 모릅니다. - 고독과 외로움을 구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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