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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상서로운 돌을 쌓아올린 한국의 3대 정원 영양 서석지(瑞石池)

by 푸른가람 2009.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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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지(瑞石池)를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상서로운 돌로 만든 연못이란 뜻이다. 경북 영양군 입암면에 위치한 서석지는 조선 광해군과 인조시대때 성균관 진사를 지낸 석문(石門) 정영방(1577-1650)의 별장으로 전남 담양의 소쇄원, 보길도의 부용원과 더불어 한국을 대표하는 3대 정원으로 꼽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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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소쇄원은 이전에 한번 가본적이 있는지라 한국의 3대정원이라는 말만 듣고 기대에 부풀어 이곳을 찾았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정원이라면 꽤나 유명한 곳일텐데 왜 알지 못했을까 하는 의문에 대한 해답은 서석지에 이르는 여정을 통해 굳이 누가 설명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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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지가 일반인들에게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것은 그만한 가치가 없어서가 아니라, 알리려는 노력이 부족해서였을 것이다. 물론 서석지가 소쇄원처럼 어느 영화의 배경이 되는 행운이라도 가졌으면 달라졌겠지만 인구 2만에도 미치지 못하는 내륙속의 섬 영양군에 자리잡고 있다는 태생적 한계(?)도 한몫 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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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서석지에 당도했을 때의 느낌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망이었다. 소쇄원을 기대하고 갔던 방문객에게 서석지는 어느 오래된 작은 고택 마당에 파여진 돌로 만들어진 작은 연못에 불과했다. "직접 가보면 실망할지도 모른다"거나 "서석지가 한국 3대 정원이라고?" 되묻는 영양사람들의 사전 정보가 없었다면 나 역시 배신감으로 서석지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만을 안고 휑하니 입구만 둘러보고 서둘러 나왔을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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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분명 실망은 했으되, 서석지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슴에 남길 수 있었던 것은 그 몇평 안되는 서석지가 사실은 그보다 훨씬 큰 아름다움과 여유자적함, 잘 정돈된 한국정원의 조형미를 품고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급한 마음이 아닌 쉬어가는 마음으로 구석구석을 꼼꼼하게 챙겨보면 볼수록 서석지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만끽할 수가 있을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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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지는 공경하는 마음을 나타내는 정자인 경정(敬亭)과 매화, 소나무, 국화, 대나무 등 네가지 벗을 심어놓은 사우단(四友壇), 한가지 뜻을 받드는 서재라는 뜻의 주일재(主一齋), 그리고 물 속에 30개, 수면위로 드러난 60개 등 총 90개의 돌로 채워진 연당(蓮塘)으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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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지는 해마다 연당의 연꽃들이 꽃봉오리를 터뜨리는 7월 중순이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서석지는 처음 찾았던 때가 6월이었으니 조금 이른 방문이었던 것 같다. 물론 7월의 연꽃도 아름답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서석지 입구를 지키고 서있는 큰 은행나무의 나뭇잎이 노랗게 물들 가을도 참 아름답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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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정을 홀로 지키고 계시는 어르신의 뒷모습이 조금은 쓸쓸해 보였다. 서석지의 관리를 맡은 것인지, 아니면 인근 마을에 사시는 분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가끔 알아듣기 힘든 혼잣말을 되새기셨다. 구경 잘하고 간다는 인삿말을 남기고 문을 되돌아나오는 발걸음이 조금 무거워지는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다음번 서석지를 다시 찾았을 때에도 그 자리를 변함없이 지켜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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