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의 정의를 살펴보면 이러하다. 역사적, 학술적, 예술적, 기술적 가치가 큰 문화재로서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된 문화재를 국보라 칭한다. 말 그대로 나라에서 가장 보배로운 물건이 국보다. 엄격한 심사를 거쳐 우리나라에는 단 309점만이 국보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안동이나 경주처럼 문화재가 지천으로 널린 곳도 있다. 하지만 그 넓디 넓은 관할구역에 국보 한점 없는 시, 군도 부지기수일 것이다. 이처럼 소중한 문화유산인 국보 한 점이 영양군에도 있다는 건 놀라운 사실이다. 그 주인공은 영양군 입암면 산해리에 있는 봉감모전오층석탑(국보 제187호)이다.
마을 이름이 '봉감'이어서 봉감이란 이름이 붙은 것 같다. 모전이란 말은 돌을 벽돌모양으로 다듬어 쌓아 올렸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모전석탑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경주 분황사 모전석탑인데, 분황사 모전석탑에 비해 높이가 훨씬 높아 웅장한 느낌을 준다.
봉감모전오층석탑의 높이는 11.3m에 달하며 주변의 반변천을 둘러싸고 있는 절벽과 어울어져 위풍당당한 자태를 뽑낸다. 이 탑은 규모도 클 뿐더러 탑의 균형미로는 모전석탑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에 안 사실이지만 유적 답사를 다니는 사람들에게 필수 코스로 자리매김했을 만큼 역사적,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한다.
정확한 제작 연대는 알 수 없지만 1단 기단의 모습이나 돌을 다듬은 솜씨 등으로 미루어 볼 때 통일신라시대때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977년 8월 22일 국보로 지정된 후 탑 자체는 1980년에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해체, 복원되었다.
문외한의 눈에도 봉감모전석탑의 소박한 아름다움은 예사롭지 않았다. 특히나 바로 옆에 반변천을 끼고 도는 들판에 자리잡고 있어 탑의 위용이 더욱 돋보였다. 우리 조상들은 자연과, 주변 경관과 조화되는 아름다움을 창조해내는 현명함이 있었던 것 같다.
아쉬움이 있다면 국보 대접을 제대로 못받고 있지 않나 하는 것이다. 영양에 들어서는 초입의 반변천 강가에 외로이 서 있는 봉감모전오층석탑은 국보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소박하기 그지없다. 국보임을 알리는 돌 표지석이 없었다면, 그저 시골 들판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돌탑일 뿐이라 여겼을지도 모른다.
석탑 주변의 논밭에서 과거 기와조각과 청자조각이 많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오래전 절터였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절터가 온전히 복원될 수 있다면 이 오랜 석탑의 가치도 제대로 인정받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풍경을 그리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물어가는 늦가을볕을 느끼게 했던 청송 보광사 (6) | 2009.11.15 |
---|---|
아흔아홉칸 옛집에서의 하룻밤, 청송 송소고택 (4) | 2009.11.12 |
주왕산에서 맛보는 늦가을의 정취 (4) | 2009.11.10 |
알려지지 않아 더욱 아름다운 김룡사 숲길 (6) | 2009.10.10 |
불교의 거목들이 거쳐간 천년고찰 사불산 대승사(大乘寺) (10) | 2009.09.28 |
남이 장군의 전설이 흐르는 남이포와 선바위 (0) | 2009.08.19 |
상서로운 돌을 쌓아올린 한국의 3대 정원 영양 서석지(瑞石池) (12) | 2009.08.08 |
구름으로 산문을 지은 청정도량 청량사(淸凉寺) (4) | 2009.06.28 |
맑고 서늘한 느낌 그대로의 청량산(淸凉山) (0) | 2009.06.27 |
푸른 동해속 신비의 섬 울릉도 (2) | 2009.06.1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