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풍경을 그리다

주왕산에서 맛보는 늦가을의 정취

by 푸른가람 2009. 11. 10.
728x90

역시나 이번에도 너무 늦어버렸다. 제대로 된 주왕산의 단풍을 즐기려면 10월말, 늦어도 11월초를 넘겨서는 안될 것 같다. 늘 그렇듯 단풍이 절정을 이룰 무렵이면 주말이고 평일을 가리지 않고 몰려드는 행락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룰게 뻔하다. 매번 번잡함이 싫어 조금 이르거나, 혹은 조금 늦은 시기를 찾다보니 늘 아쉬움이 남는다. 어차피 둘 다를 얻을 수는 없으니, 하나를 잃는다 해서 너무 아쉬워할 일도 아닌듯 하다.

단잠의 유혹을 물리치고 새벽 일찍부터 서둘렀지만 벌써 주왕산 입구는 단체로 버스를 타고 온 산행객들로 붐빈다. 모처럼 안개 자욱한 주왕산의 고즈넉함을 나홀로 누려볼까 했던 기대는 언감생심이었나 보다. 대전사에서 한참을 머무르다보니 수백명의 넘는 산행객들의 모습이 어느새 보이지 않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들 서둘러 정상정복에 나섰나 보다. 주왕산을 여러차례 찾았지만 단 한번도 등산을 목적으로 오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도 주왕산 정상을 밟아보질 못했다. 기껏 가장 많이 올라갔던 곳이 제3폭포니 할말 다했다. 매번 산을 내려오면서는 다음번엔 꼭 정상을 올라가겠다거나, 절골계곡을 한번 가봐야겠다거나 하는 나름대로의 다짐을 해보지만 늘상 다음 출발지도 역시 대전사가 되는 게 신기할 정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만큼 대전사가 지닌 나름의 매력이 있는가 보다. 대전사. 그리 크지 않은 절이지만, 뒤로 주왕산의 기암과 멋지게 어울어지는 아담한 산사의 모습은 참 아름답다. 오고 또 오고,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모습이다. 제 아무리 아름다운 것도 여러번 접하다보면 쉬 식상해지기 마련인데도 늘상 같은 듯 하면서도 매번 조금씩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이 대전사가 지닌 진면목이 아닌가 싶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번에도 급수대와 시루봉, 학소대를 거쳐 제1폭포에 이르는 평탄한 길을 선택했다. 그 아름다움으로 치자면 어느 산에도 뒤지지 않을 주왕산의 단풍은 이미 절정을 지나 그 빛이 많이 바랬다. 그래도 안개속에 묻힌 계곡과 기암들의 모습만으로도 주왕산을 찾은 이들을 달래주기에는 충분할 것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랜 가뭄 때문인지 계곡의 물이 많이 줄었다. 한여름 시원스럽게 물줄기를 쏟아부었던 제1폭포도 그 세찬 물소리가 잦아든 느낌이다. 제1폭포에 당도하니 새벽 안개 사이로 비친 햇빛 덕분에 가을단풍이 제법 울긋불긋한 맛이 난다. 더 올라갈까 말까 하는 순간의 고민도 없이 다시 발걸음을 아래쪽으로 옮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바로 아래 학소교에 당도해 잠시 고민에 빠져 본다. 이번에는 새로운 길을 찾아봐야겠다. 매번 올라왔던 길을 다시 내려가는 것도 식상하다. 학소교에서 옆으로 난 자연관찰로로 발길을 옮긴다. 길은 비록 좁고 주 등산로에 비해서 오르고 내리는 기복은 있지만 비로소 산에 왔구나 하는 느낌이 들게 하는 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직 가을단풍빛도 구석구석 살아있는 듯 하다. 내려가는 길에 전망대가 있다. 부끄럽지만 이건 이번에 처음 발견했다. 함부로 주왕산에 몇번 가봤다는 얘길 할게 못된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확실히 다르다. 바위 봉우리를 감싸도는 안개가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름다운 경치에 매혹되어 한참을 전망대에서 머물렀다. 이 길을 내려가다보면 주왕암과 주왕굴을 만나게 된다. 실제 마주한 주왕암과 주왕굴은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주왕에 얽힌 전설과 버무려 story telling만 잘 이끌어낼 수 있다면 훌륭한 문화 컨텐츠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주왕암을 거쳐 잘 정비된 탐방로를 따라 자하교로 내려온다. 다리 위에 산불진화용 차량이 계곡에서 물을 급수하고 있었다. 11월이면 지금부터는 산불을 조심해야 하는 시기다. 계곡도 바짝 말라가고 있어 그리 크지 않은 물탱크에 물을 채우기도 버거워 보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부분의 계곡이 출입금지가 되어 있지만 이곳 자하교 아래만큼은 조금 내려가 볼 수 있다. 다리 위에서 보는 풍경과 다리 아래 풍경도 사뭇 달라 보인다. 이제 가을도 서서히 저물어 가고 있다. 다시 1년이 지난 내년 가을에는 정말 고혹적인 주왕산의 가을 단풍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게 될런지. 자신은 없지만, 또한번 그렇게 되리라는 기대를 안고 산을 내려온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9년 주왕산의 가을은 이로서 끝이다. 국화차를 끓이기 위한 목적에서 조성한 것인지 대전사 맞은편 산 아래에는 국화 군락지가 조성되어 있다. 서서히 안개가 걷혀가는 대전사를 뒤로 한 채 주왕산을 내려온다. 새벽부터 움직여서인지 우선 시장기부터 해결해야겠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주왕산은 식전경인가 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