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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즐거움121

그 섬에 내가 있었네 - 이어도를 훔쳐본 작가 김영갑 "손바닥만한 창으로 내다 본 세상은 기적처럼 신비롭고 경이로웠다." 지금은 사라진 제주의 평화와 고요가 내 사진 안에 있다. 더 이상 사진을 찍을 수 없는 나는 그 사진들 속에서 마음의 평화와 안식을 얻는다. 아름다운 세상을, 아름다운 삶을 여한 없이 보고 느꼈다. 이제 그 아름다움이 내 영혼을 평화롭게 해 줄 거라고 믿는다. 아름다움을 통해 사람은 구원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간직한 지금, 나의 하루는 평화롭다. - 저자 서문 중에서 제주라는 섬을 사랑해 20년 가까이 오로지 제주도의 중산간 들녘을 사진에 담는 작업에만 전념하다 루게릭 병이라는 불치병 진단을 받은 후에는 남제주군 성산읍 남달리의 폐교를 임대해 2년여간의 작업 끝에 국제적 수준의 아트 갤러리를 꾸며낸 사람. 이것이 사진작가 김영갑이라는 사.. 2012. 3. 5.
사랑하라, 어제보다 조금 더 글쓰기를 직업으로 하는 전문작가의 글은 아니다. 그래서 더 관심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언젠가가 될 지도 모르겠지만 나중에 나도 이런 류의 책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기 때문이다. 책을 쇼핑하다 발견한 것이 네이버 블로그 '나무처럼'을 운영하고 있는 강원구님의 에세이 '사랑하라, 어제보다 조금 더' 였다. 그도 나처럼 여행과 사진, 글쓰기를 좋아하는가 보다. 물론 그 수준의 차이야 존재하는 법이겠지만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의 글을 통해 그를 엿보는 재미가 있다. 세상에 참으로 많은 사람이 살고 있지만 직접 만나서 얘기하지 않더라도 그의 짤막한 글과 사진 속에 담긴 느낌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기분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 기대에는 조금 미치지 못했다. 쉽게 읽히는 책이란.. 2012. 3. 4.
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어떤 면에서 생각해보면 모르고 살아가는 것이 마음 편할 수도 있다. 저항해본다 해도 개인의 힘으로는 바로 고칠 수 없는 것이 태반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장하준의 경제서들을 읽으면서 미약한 존재인 개인들의 의식이 깨어지고, 그런 깨어있는 개인들의 힘이 하나로 모아진다면 불합리와 부조리가 판치는 세상이 조금은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의 흐름을 전체적으로 읽기 위해서는 먼저 '나쁜 사마리아인들'이란 제목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원래 착한 사마리아인은 신약성서의 이야기에서 유래했다.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향하던 한 나그네가 길에서 강도를 만나게 되었는데 이를 목격한 제사장과 레위인은 못본 척 지나갔지만 유대인과 사이가 좋지 않았고 핍박받고 있던 사마리.. 2012. 3. 3.
노론 300년 권력의 비밀 처음에 이 책을 골랐을 때는 역사를 다룬 책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읽다 보니 역사가 아니라 사관에 대한 심각하고도 투지 넘치는 호전적인 글이 담겨 있었다. 원래 읽고 싶던 것은 아니었지만 평소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분야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보게 될 기회가 된 것은 어찌보면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우암 송시열이라는 인물로 대표되는 노론. 그들은 몇차례의 피비린내 나는 사화를 거치고 목숨을 내놓고 싸워야 하는 치열한 권력 끝에 조선시대 후기를 주도하는 유일무이한 권력 집단이 되었다. 그리고 이후 300년의 우리 역사는 노론의 역사였고, 불행히도 자존이 결여된 의존의 역사였고 민초들에게는 지옥과도 같은 역사가 되었다. 저자 이주한의 주장대로 노론은 주자학을 세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사상으로 받들어 양명학을.. 2012. 2. 27.
봄을 기다리게 하는 김훈의 자전거 여행2 자전거를 저어서 나아갈 때 풍경은 흘러와 마음에 스민다. 말들아, 풍경을 건너오는 저 새 떼처럼 내 가슴에 내려앉아다오. 거기서 날개소리 퍼덕거리며 날아올라다오. 얼마나 자신이 있었으면 '한글로 씌어진 가장 아름다운 우리 에세이'란 문구를 달고 나왔을까. 하긴 작가 김훈의 아름다운 문장과 깊고 넓은 인문학적 지식이야 의심의 여지가 없긴 하다. 몇권의 소설과 에세이집을 읽으며 나 역시도 그 광고 문구에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냥 스쳐 지날 수 있는 순간을 이토록 멋지게 표현해 낼 수 있다니. 김훈이 그의 자전거 '풍륜'을 타고 떠난 두번째 자전거 여행은 여행의 무대가 좁은 범위에 국한된다. 1권이 깊은 산속에서부터 남도의 땅끝 바닷마을까지 우리땅의 구석구석을 책에 담고 있어서 좋았는데 실제로 가보지 못.. 2012. 2. 26.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혜민 스님과 함께하는 내 마음 다시 보기 생전 처음 듣는 지혜의 말은 아니건만 절로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게 된다. 하버드 대학 재학 중에 출가해서 스님이자 대학 교수라는 특이한 삶을 살고 있는 혜민 스님의 인생 잠언집에는 관계에 대해, 사랑에 대해, 마음과 인생에 대해,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으론 안되는 것들에 대한 따뜻한 가르침과 위로가 담겨 있다. 세상을 제대로 사는 것은 참 쉽지가 않다. 제대로 산다는 것은 제쳐두고, 평온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 조차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름난 종교 지도자의 이야기를 통해, 경험 많은 인생 선배의 충고를 통해 짙은 안개 속을 걸어가는 듯한 불안감을 덜어내려고 애쓴다. 하지만 그 어떤 이야기 속에도 특별한 것은 없다. 평범함 속에 진리가 있는 것처럼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 또한 저.. 2012. 2. 22.
길 위에서 듣는 그리스 로마 신화 재미있는 책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너무나 많이 알려진 이야기라서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머나먼 나라의 옛날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현실과 함께 호흡하고 있는 살아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또 나처럼 그저 신화의 단편들만 드문드문 알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의 구석구석에서 많은 사진들과 그림이 신화의 내용들을 이해하기 쉽게 도움을 준다. 신화에 걸맞는 상상력을 일깨워 주고 있는 것이다. 마냥 허황된 이야기로 느껴질 수도 있는 수많은 신들과, 신이 되고 싶었던 영웅들이 그림 속에서, 조각 속에서 뛰쳐나올 것만 같은 착각마저 들게 하는 것을 보면 깊고 풍성한 유럽 문화의 마르지 않는 샘이 바로 신화였던 것이다. 비단 그리스 로마 신화가 유럽에만.. 2012. 2. 7.
고조선은 대륙의 지배자였다 대학교 다닐 적에 증산도 관련 책을 본 적이 있었다. 정확한 제목과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한(환)단고기나 규원사화를 근거로 단군신화 이전 우리 민족의 위대한 역사를 서술하고 있었던 것 같다. 어렸을 적 부터 역사에 대한 관심이 많았지만 역사 교과서에서 우리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느끼기에는 모자람이 많았었다. 수천년 동안 그 세월만큼 많은 외세의 침략을 받았으면서도 자주성을 잃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유일한 단일민족국가를 유지해 왔다는 것이 과거 우리 역사에 대한 학계의 자평이었으며 자긍심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많이 들어야 했던 이 말이 불행히도 기성세대의 우리 역사 인식의 수준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한편 안타깝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우리 역사.. 2012. 2. 5.
그림에, 마음을 놓다 - 백 마디 말보다 따뜻한 그림 한 점의 위로 다정하게 안아주는 심리치유 에세이라는 독특한 설명을 달고 나온 책이다. 백 마디 말보다 따뜻한 그림 한 점의 위로라는 문구로 이 책의 지은이가 지향하는 바를 쉽게 유추할 수 있겠다. 요즘은 마음이 아픈 사람이 참 많은 가 보다. 베스트셀러는 물론 쏟아지는 새 책들을 봐도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치유해 주는 글과 사진을 담은 책들이 많은 걸 보면. '그림에, 마음을 놓다'라는 제목의 이 책은 그 심리치유 수단으로 그림을 내놓고 있다. 책의 구성은 흡사 몇해 전에 읽었던 최현주의 포토 에세이 - '두 장의 사진'과 많이 닮아 있다. Lost와 Found 라는 대비되는 포맷 속 명화들을 통해 사랑(사랑을 두드리다), 관계(타인에게 말걸기), 자아(잃어버린 나를 찾아서)라는 풀기 힘든 삶의 과제로 힘들어 하는.. 2012. 2. 4.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 두번째 읽는 책이다. 한번 읽었다고 해서 그 책의 속속을 다 기억할 수는 없는 법.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 이라는 다소 이기적인 제목을 지닌 이 책은 내게 최갑수라는 사람을 알게 해 준 기분좋은 우연을 가져다 주었다. 아직도 그해 여름 희미한 불빛이 조용한 방안을 비추던 그 희뿌연 느낌 속에서 책장을 넘기던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 하다. 왜 한번 읽었던 책을 굳이 다시 읽어보겠다 고집을 피웠는지 나도 모를 일이다. 물론 마음에 드는 작가의 글과 사진을 만나게 해 준 고마운 인연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언젠가는 당연히 잊혀질 뿐일텐데 말이다. 이런 스타일의 에세이를 좋아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최갑수의 글과 사진이 최고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 그저 미스테리한 일이라 여길 수 밖에. 최갑수의.. 2012. 2. 2.
사랑을 알 때까지 걸어가라 2012년 1월에 초판이 나온 따끈따끈한 최갑수의 신작을 드디어 만났다. 2009년의 어느날 마치 운명처럼 최갑수의 글과 사진을 만났던 것은 사실 우연이었다. 아직도 작은 스탠드에서 비치는 희미한 불빛 아래 책장을 넘기던 그날의 즐거운 떨림을 잊지 못하겠다. 그렇게 해서 나에게도 신간 출판 소식을 기다리는 작가가 한명 생기게 되었던 것이다. '사랑을 알 때까지 걸어가라'는 1998년부터 2012년까지 여행의 기록이다. 첫 만남이 그랬던 것처럼 그의 스타일은 여전하다. 지금껏 그의 여행 에세이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읽어 왔지만 시간이 흘러도 '최갑수 스타일' 은 변하지 않는 것 같다. 그 익숙함이 편하기도 할 것이고, 한편 그런 이유로 지겨울 수도 있겠다. 당장 읽어야 할 책들이 쌓여 있었지만 마냥 기다릴 .. 2012. 2. 1.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장하준, 더 나은 자본주의를 말하다 장하준 교수의 전작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미처 다 끝내지도 못하고 다시 쥐어 들었던 책을 오늘에서야 완독했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라는 책은 지금껏 우리가 '진리' 혹은 '사실'이라고 알았던 것들의 허구를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세계 초강대국, 혹은 국경을 초월한 기업들의 세계 경제지배의 논리적 기반이 되었던 자본주의의 위선은 말 그대로 '불편한 진실'일 수 있다. 몇차례의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는 신자유주의 컴플렉스에 빠져있는 듯 하다. 이건 우리가 수세기동안 시달려왔던 의 위력 그 이상인 것 같다. 신자유주의는 되돌릴 수 있는 시대의 흐름이며 이데올로기적 대세인 것처럼 호도되고 있다. 지구상의 모든 국가와 기업, 개인들까지도 모두 동일한 출발선상에 일렬로 서서 출발신호만을 초초하게 기.. 2012. 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