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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즐거움

가치있게 나이드는 연습

by 푸른가람 2011.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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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존재입니다. 우리가 미처 인식하고 있지 못할 뿐, 혹은 모르는 척 외면하고 있을 뿐 지금 이 순간도 우리는 늙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입니다. 자연의 순리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 늙는다는 것, 나이들어 간다는 것은 유행가 가사처럼 그저 서글프기만 한 것이어야 할까요.

아홉수라는 말이 있듯 유독 우리나라는 새로운 10년으로 넘어가는 매 순간에 민감해지곤 합니다. 30대로 넘어갈 쯤이면 누구나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란 노래를 부르며 감상에 빠지곤 합니다. 저 역시도 그 무렵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20대에 대한 회한과 다가올 30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 휩싸였었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인생의 황금기는 사실 30대가 아닐까 싶네요.


나이드는 것, 바꿔 말하면 '늙는다는 것'을 반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사실 슬픈 일입니다. 그것은 예고되어 있는 끝인 죽음에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옛날 진시황은 불로장생의 명약을 찾고자 백방으로 노력했었고, 요즘도 노화방지를 위한 수많은 화장품과 약품, 시술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기술이 나오고 약이 발명된다고 해도 사람이 자연의 순리를 거스릴 수는 없을 겁니다. 그것은 애시당초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바람직하지도 않은 일입니다. 망각이라는 것이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인 것처럼 쉼없이 나이들어 죽음에 가까와지는 것 역시 사람이 죽음을 두려워 함으로써 사람답게 살 수 있게 만들어주는 신의 배려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어떻게 나이들어 가느냐 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생각은 깊어지고 좀더 여유로워져야 하며, 모든 것을 품어안을 수 있는 넉넉함을 가져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가치있게 나이드는 연습>의 저자 신정일님이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신정일 작가는 또한 가치있게 나이드는 방법으로 독서와 걷기, 사색을 들고 있습니다. 하루종일 함께 있어도 질리지 않을 것들로 사랑하는 사람, 맛있는 음식, 감미로운 음악 뿐만 아니라 좋은 책을 읽고 혼자 우두커니 앉아 사색을 하거나 맑은 기운으로 가득 찬 숲길을 걷는 것 또한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이 분명합니다.

분명 한 권의 책을 읽었음에도 마치 수십, 수백권의 책을 읽은 듯한 느낌이 듭니다. 책 속에 인용되어 있는 수많은 고전과 문학, 철학자들의 깊은 이야기들이 나이들수록 탁해지는 눈과 식어가는 가슴을 향해 회초리를 드는 것 같습니다. 프란츠 카프카는 "아름다움을 보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늙지 않는 법"이라고 말했다 합니다. 앞으로 끊임없이 사색하고 오랜 번뇌와도 치열한 싸움을 벌여야 할 것 같습니다.

마흔을 두고 불혹의 나이라고 합니다. 주변의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마침내 제 갈길을 찾아가는 때가 바로 지금부터라는 얘기겠죠. 과연 나는 내 인생의 어디쯤에 와 있으며, 제대로 나에게 주어진 길을 잘 걸어가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때가 많습니다. 물론 그 누구도 그에 대한 답을 제게 해 줄 수는 없을 겁니다.

제 나이 서른 즈음에 십년 후의 모습을 상상해 본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의 모습이 과연 그때의 상상과 어느 정도 닮아있을까 생각해보면 부끄럽기 그지 없습니다. 마흔이 되면 많이 넓어지고, 또 깊어질 줄 알았는데 십년을 헛살았던 걸까요. 하지만 아직 실망하지는 않으렵니다. '너무 늦은 지금, 그러나 지금이 가장 빠른 때'란 것도 알고 있으니까요.


때가 사람을 모르니 때가 사람을 따를 리 없다. <정현종>
 - 아직 당신에게 최고의 날은 오지 않았다

사람을 만나면서 진정으로 '기쁘다' 또는 앨빈 토플러가 말한 것처럼 '너무 좋다'라는 감정을 가지고 만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 나 이외에는 모두가 다 나의 스승이다

스무 살 때 사람은 공작이며 서른일 때는 사자, 마흔일 때는 낙타이며 쉰은 뱀이다. 예순일 때는 개가 되며, 일흔이 되면 원숭이, 여든이 되면 아무 것도 아니다. <발타자르 그라시안, 세상을 보는 지혜>
 - 7년이 지날 때 마다 인생은 달라진다

모든 병은 마음에 달렸으니 마음에 병이 나면 몸에도 병이 난다(萬病由心 心生則病作) <김시습>
 - 마음의 밭을 가꾼다는 것

탄생하지 않은 것이 가장 좋은 것이며 죽음은 삶보다 좋다. <아리스토텔레스>
 - 죽음, 그 아름다운 마무리

우리들은 사랑 그 자체만으로 만족한다. 마치 방랑을 하면서도 어떤 목적지를 찾는 게 아니라 방랑 그 자체를 즐겨 언제나 방랑의 길 위에 있기를 바라듯이. <헤르만 헤세, 방랑>

식견은 무섭게, 기운은 날카롭게, 힘은 진중하게, 담력은 결단력 있게, 눈을 맑게, 말은 어눌하게 <자감록>
 - 매화꽃 핀 강변을 거닐었던 날

살아가면서 가장 힘든 것 중의 한가지가 마음을 내려놓는 일이다. 일체의 욕심에서 벗어나 내가 나를 만나는 것, 그것이 실로 어렵다.
 - 비 내리는 날 절에서 나를 돌아보다

지극한 즐거움은 즐거움이 없는 것(至樂無樂) <장자>
 -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

고상하다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 대해 존경심을 갖는 것이고, 세상 사람들에 대한 자신의 의무를 낮추어 생각하지 않고, 자기 고유의 책임을 포기하지 않고, 그것을 남에게 떠넘기려 하지 않으며, 자신의 수많은 의무들에 대한 특권과 훈련을 중요시 하는 것이다. <니체, 선악의 피안>
 - 무엇이 고상한 것인가

자연에 대해 말하면서 자기에 대해서는 망각한다. 그럼에도 우리 자신이 자연이라는 사실을. 따라서 자연은 우리가 그것을 부를 때 느끼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어떤 것이다. <니체, 망각된 자연>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빛깔

내 마음을 모두 주어도 아깝지 않은 사람, 옴몸을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나에게 얼마나 되는가.
 - 마음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사람

바라는 것이 없는 사랑, 이것이 우리 영혼의 가장 순수하고 가장 바람직한 경지다. <헤르만 헤세>
 -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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