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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삼성 vs KIA 5차전 리뷰 - 6연승의 여유가 불러온 역전패

by 푸른가람 2010.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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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승 의지가 전혀 엿보이지 않는 선동열감독의 경기 운영이었다. 6연승의 여유 탓이었을까? 연이틀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친정팀에 대한 애틋한 마음 때문이었을까? 물론 아닐 것이다. 치열한 프로의 세계에서 시즌 초반 연승행진 속에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고는 해도 언제 연패에 수렁에 빠져 벌어놓은 승수를 까먹을 지 모를 일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해가지 않는 대목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스타팅 라인업 부터가 이상했다. 센터라인의 핵심 포수와 키스톤 콤비가 모두 바뀌었다. 현재윤이야 크루세타와의 호흡 문제라든가, 주전 진갑용의 체력 안배를 고려했다고 이해한다 치자. 신명철을 대신한 강명구, 박진만을 대신한 손주인의 선발 출장은 선뜻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선발라인업을 본 KIA 팬은 삼성 1.5군과의 경기에서까지 질 수 없다고 전의를 불태우기도 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삼성 선발 크루세타의 공은 위력적이었다. 삼성 타선도 2회말 무사 2,3루 기회에서 박한이의 2타점 적시타로 크루세타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었다. 주말 3연전 스윕도 노려봄직한 분위기였지만 승부는 뜻밖의 실책에서 엇갈렸다. 4회말 2사 1루 상황에서 최희섭의 평범한 외야 플라이를 강봉규가 놓치며 1점을 헌납하고 말았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어이없는 실책이었다.

실책 하나에 김이 새 버렸던 것일까. 퍼펙트한 피칭을 보였던 크루세타는 5회초 수비에서 급격하게 흔들렸다. 선두타자 안치홍을 안타로 내보낸 후 이종환에게도 좌익선상 2루타를 허용했다. 한고비 쉬어갈 틈도 없이 무사 2,3루 위기상황에서 김상훈에게 싹쓸이 2타점 역전타까지 얻어맞고 만 크루세타는 7이닝 3실점(2자책)으로 잘 던지기고도 패전투수의 멍에를 뒤집어 써야 했다.


피안타 5개와 볼넷 하나를 허용하긴 했지만 5개의 삼진을 뺏어낼만큼 볼 자체는 위력적이었다. 강봉규의 실책이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긴 하지만 삼성 선수들의 플레이에서도 반드시 이겨야겠다는 의지와 경기에의 집중력이 많이 떨어져 보였다. 연이틀 거머쥔 행운의 승리가 오히려 독이 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4회 1사 만루 절호의 추가득점 챤스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이나 8회 무사 1루에서 2루 도루를 시도하다 루를 지나쳐 횡사한 강명구의 플레이도 이러한 연장선에서 되짚어볼 대목이다.

코칭스탭의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경기운영은 이후에 한번 더 나타난다. 6회말 삼성은 또한번 기회를 잡는다. 1사 1,2루 챤스였다. 최소한 동점 내지는 역전까지 욕심내 볼 수 있는 상황. 다음 타자는 현재윤이었다. 현재윤은 삼진과 범타를 기록한데다 타격 컨디션도 최악의 상황이었다. 경기가 아직 중반이었고 크루세타와의 호흡을 고려한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당연히 대타를 기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덕아웃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경기를 중계하던 MBC-ESPN 한명재 캐스터와 이순철 위원마저도 "안타가 나오면 좋겠지만 병살만은 피하는 것이 차선"이라고 누누히 강조하던 상황이었다. 경기를 리드당하고 있던 상황에서 선발투수와의 호흡을 고려해 현재윤을 교체하지 않았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진갑용도 슬슬 몸을 풀고 있던 상황이었고, 왼손 대타 양준혁도 타격감이 좋은 상태였다.결국 현재윤은 모든 이들이 우려했던 상황을 현실로 만들었다. 투수앞 병살타로 챤스를 날려버린 삼성은 경기 종반까지 추격전을 펼쳤지만 결국 승부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기회는 여러번 주어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선동열감독이 올시즌 많이 변했다는 얘기들을 한다. 아직 초반이긴 하지만 올시즌 들어  '선발투수 5이닝 투구 후 불펜 투입'의 공식이 깨졌다. 선발투수를 최대한 길게 던지게 해 불펜의 부담을 최소화시키고 있다. 오늘 경기에서도 크루세타는 비록 패전투수가 되긴 했지만 7이닝 3실점의 QS피칭을 해줬다. 고무적인 대목이다.

그러나 여전히 달라지지 않은 건 가끔 지나치게 여유를 부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여전히 든다는 것이다. 오늘 경기에서도 분명 역전의 흐름으로 이끌 수 있는 승부의 분수령이 몇차례 있었지만 선동열감독의 승부사 기질은 발휘되지 않았다. 경기에 졌다고 하는 말이 아니다. 기회가 있을 때면 물고 늘어지는 끈질긴 맛은 보여줘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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