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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WBC 공동응원 때문에 시범경기 취소하겠다고?

by 푸른가람 2009.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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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준결승전을 앞두고 이런저런 '설레발'이 또 두렵다. 잠실, 문학구장은 준결승전이 열리는 22일(일) 경기장을 개방한다고 한다. 전광판을 통해 경기를 방영하고 한국팀의 승리를 염원하는 야구팬들의 응원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특히나 두산과 LG 양 구단은 치어리더까지 동원해 흥을 돋운다는 계획까지 세워놓고 있다.

물론 좋은 일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우리나라의 길거리응원은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일시에 수만명의 시민이 한자리에 모여 질서를 유지하며 함께 응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외국인의 시각에서는 흥미로운 일이었을 것이다. 당체 이해되지 않는 장면이었을 수도 있다.

축구만 길거리 응원하라는 법이 있나? 전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국민스포츠 야구도 충분한 자격이 있다. 이미 2006년 제1회 WBC대회 일본과의 준결승전을 앞두고 MBC에서 대대적인 길거리응원을 펼친 전례가 있다.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결승전때는 잠실구장에서 화면을 통해 3만명의 야구팬이 함께 응원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과유불급이라 했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뜻이다. 2006년 당시 축구의 붉은악마를 본딴 '푸른 도깨비'인가 하는 단체까지 동원된 길거리응원의 열기는 뜨거웠지만 불행히도 끝은 좋지 못했다. TV중계를 맡은 방송사의 지나친 설레발이 이번에도 재연될까 걱정된다. 준결승전 단독중계를 맡은 SBS는 이미 경기 당일의 대대적인 단체응원을 예고한 바 있다.

여기에 프로야구단까지 합세했다. 구단이 한껏 달아오른 야구열기를 이용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경제위기로 침체된 분위기를 스포츠를 통해 반전시켜 보는 것도 좋은 일이다. 그러나 주객이 전도되어서는 안된다. WBC 대회의 열기가 아무리 뜨겁다한들, 프로구단의 입장에서는 지금 당장 열리고 있는 시범경기의 일정이 더 중요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22일) 잠실구장에서 예정되어 있던 두산과 LG의 시범경기까지 취소시켜가며 단체응원을 펼치겠다는 양 구단의 섣부른 판단은 염려스럽다. 설레발은 언론사만으로도 족하다. 프로구단은 그저 정해진 일정대로 제 할일만 하면 된다. WBC는 WBC고, 국내 리그는 국내 리그대로 존중받아야 한다.

시범경기 일정을 구단 멋대로 취소하는 것은 국내 야구팬들에 대한 무례다. 시범경기가 개막되던 날 대구경기는 급작스럽게 찾아온 추위때문에 취소된 적이 있다. 그 정도는 이해해 줄 수 있다. 선수 보호를 위해서 팬들은 언제든 양보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사뭇 다르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준결승전을 앞두고 또 어떤 기발한 '이벤트'가 기획될 지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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