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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별 감흥이 없는 일본전 패배, 그러나 분명 곱씹어 보아야 할 것들

by 푸른가람 2009.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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졌지만 어차피 큰 데미지는 없다. 어느 정도 예정된 수순이었다. 고의적인 패배를 용납하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무리해서 이길 필요도 없었다. 애시당초 4강진출이 결정된 팀끼리의 순위결정전 자체가 불필요한 것이었다. 특히나 이번 대회 한국과 일본은 오늘 경기를 합쳐 무려 4번이나 맞대결을 펼쳤다. 아무리 두 팀이 숙적이요, 영원한 라이벌이라고 해도 경기하는 선수들도, 지켜보는 양국 야구팬들도 지칠 수 밖에 없다.

어쨌든 한국은 일본과의 네번째 대결에서 2:6으로 패하며 이번 대회에서 양팀간의 상대전적은2승2패로 균형을 맞추게 됐다. 1차전 콜드게임패에 이은 두번째 전략적 패배(?)였던 셈이다. 물론 지려고 게임에 나서는 장수는 없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 임하는 양팀의 입장은 이전과는 사뭇 다를 수 밖에 없었다. 겉으로는 필승을 다짐하면서도 속으로는 준결승전 상대를 골라잡기 위한 치열한 수싸움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은 필승 계투조를 투입하지 않았고, 그동안 선발 출장 기회를 잡지 못했던 벤치 멤버들에게 기회를 주며 경기감을 조율토록 했다. 박경완을 대신해 강민호가 마스크를 썼고, 유격수 자리에는 박기혁 대신 3루수 전문 최정이 나섰다. 이종욱이 빠진 중원은 이택근에게 맡겼다. 국민우익수 이진영도, 유일한 메이저리거 추신수도 스타팅에서 빠졌다.  

우리에게 핑계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패배의 상처가 쓰라리지 않을 수는 없다. 특히나 베스트멤버를 대신해 출전기회를 잡았던 백업멤버들의 플레이는 실망스러웠다. 큰 경기에서는 역시 수비에서 승부가 갈리는 법이다. 한국은 기록된 것만 해도 무려 3개의 실책을 연발했다. 게다가 그 실책들은 아쉽게도 모두 실점과 연결되는 것들이었다.

어색한 유격수 자리를 떠맡았던 최정은 어이없는 송구실책으로 경기 중반 박기혁으로 교체됐고, 이택근은 2번씩이나 공을 흘려 추가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주지도 않아도 될 점수를 허무하게 내준 꼴이었다. 경기 초반 일본의 기세를 살려주는 결정적인 장면들이었다. 박경완을 대신해 선발포수로 나왔던 강민호 역시 무리한 볼배합으로 동점홈런을 허용했고(물론 장원삼의 제구 미스가 근본적인 원인이었겠지만), 연이은 도루 허용으로 일본의 기를 살려줬다.

또하나 지나칠 수 없는 장면은 바로 일본 선발 우쓰미의 빈볼성 투구다. 지난 18일 일본전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쳤던 이용규가 일본 쪽에서 볼때는 얄밉기 그지 없었을 것이다. 몸에 맞고라도 출루하겠다는 의지로 홈플레이트에 바짝 붙어 있는 이용규에게 분명 위협구를 던질 의도가 있었다고 보여진다. 경기후 인터뷰에서 이용규는 "다분히 고의성이 있었던 것으로 느껴져 불쾌했다. 꼭 복수하겠다"며 전의를 불태우기도 했다.

이용규가 뒷통수 부분에 공을 맞고 고통으로 뒹굴고 있을때 한국 덕아웃에서 별다른 대처를 하지 않았던 것을 두고 여전히 말들이 많다. 벤치 클리어링으로까지 가지는 않더라도 분명 그 이후에 적절한 보복(?)이 있었어야 한다는 얘기다. 동료애가 없다느니, 상대에게 만만히 보일 것이라느니 하는 비난 여론도 상당하다.

정확한 현장상황을 알 수 없으니 섣불리 예단하기 힘들겠지만 분명 벤치의 지시나 선수들 내부에서 얘기가 있었을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이용규 본인이 느꼈을 정도라면 덕아웃에 있던 선수들이나 코칭스탭에서도 분명 그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후에 아무런 보복행위도 없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제1회대회때 배영수가 이치로의 엉덩이를 향해 불같은 강속구를 뿌려댔던 때와 같은 쾌감은 없었지만, 분명 이용규가 인터뷰에서 밝혔듯 분명 복수할 기회가 꼭 있을 것이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은 결과든 간에 한국의 준결승 상대는 최강 베네주엘라로 결정됐다. 객관적 전력상 4강 진출팀 가운데 제일이다. 무시무시한 공격력에다 투수력도 안정적으로 평가된다. 선발투수들도 0점대 평균자책을 기록중이고, 마무리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는 'K-로드'라는 별명이 붙어있을 정도로 난공불락이다.

분명 상대하기 어려운 난적을 만났다. 승리를 장담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야구공이 둥글 듯 야구의 승부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객관적 전력의 우세에도 불구하고 무너지는 팀이 부지기수다. 최강전력이라 칭송받는 베네주엘라이지만 분명 빈틈이 있을 것이다. 그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갈 꼼꼼한 전략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1회대회 결승진출 실패의 아쉬움을 말끔히 씻어줄 또한번의 감동을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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