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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비전문가의 준플레이오프 예상(1) - 투수력은 롯데 우위

by 푸른가람 2008.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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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전적으로 비전문가인 삼성팬이 주관적으로 쓴 글임을 밝힙니다. 작년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언론에서 야구계 전문가들의 예상평을 실은 적이 있었는데 대다수 두산의 승리를 점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는 비전문가답게 SK가 4승2패 정도로 챔피언 트로피를 가져갈 거라고 예상했었는데 쇠 뒷발에 쥐잡는 격으로 맞춘 기억이 납니다. 올해도 그 신기가 이어질까 하는 마음으로 재미삼아 올려 보는 글이니 취향에 맞지 않는다고 스트레스 받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이하 편하게 쓰도록 하겠습니다.

객관적으로 드러난 양팀의 전력을 볼 때 롯데의 우위는 부인하기 어렵다. 물론 많은 야구전문가들도 롯데의 우위를 점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시즌을 거의 포기하다시피하며 외국인 용병투수 2명을 퇴출시킨 이후 믿기지 않는 드라마를 쓰며 4강행 마지막 티켓을 거머쥔 삼성과 한때는 '2위다툼'을 벌이던 강호 롯데와 비교하는 자체가 어폐가 있어 보이니까..

먼저 투수력을 살펴보자. 롯데는 손민한, 송승준, 장원준이라는 똘똘한 선발투수진을 갖추고 있고, 시즌 중반까지 불안하던 마무리도 코르테스라는 걸출한 클로저 덕에 뒷문 단속이 쉬워졌다. 덕분에 향운장 최향남을 셋업맨으로 활용할 수 있으니 롯데도 7회까지만 리드를 잡으면 쉽사리 역전을 허용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않아 보인다. 게다가 원조 마무리 임작가까지 예비전력으로 두고 있으니 '불펜왕국' 삼성이 그리 부럽지만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불안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에이스 손민한은 시즌 막판 부상의 후유증 탓인지 예전과 같은 피칭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손민한의 부진이 일시적인 것이라 회복이 가능한 것이라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현재까지 그의 상태는 본인과 구단밖엔 모른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이후 한결 믿음직해진 송승준 역시 한국에서의 큰경기 경험이 없다는 점이 걸린다. 올시즌 유독 만원관중 앞에선 컨트롤이 들쭉날쭉해 불안하다는 롯데팬들의 하소연도 전혀 근거없는 얘기가 아닐 것이다. 유달리 좌완에 약한 삼성 타선을 상대하기 위한 롯데의 비밀병기는 장원준이 아닐까 싶다. 아직 손민한, 송승준을 넘어설 정도는 아니지만 강영식, 김이슬 등의 좌완투수와의 조합을 어떻게 맞춰 내느냐 하는 점도 이번 준플레이오프의 색다른 재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삼성은 선동열감독의 전매특허와도 같은 불펜야구가 올해도 이어졌다. 선발보다는 불펜을 중시하는 특유의 투수운영 탓에 예전에도 선발투수진의 위용은 볼품없었다지만 올시즌은 유독 더 보잘 것 없다. 김상엽, 박충식 이후 삼성팬들의 '에이스'에 대한 갈망을 풀어줬던 배영수가 재활 끝에 다시 복귀했지만 아직은 정상상태가 아니다. 구속은 140km 초, 중반을 겨우 넘기고 있고 변화구의 각도 예리함을 되찾지 못했다. 올시즌 피홈런 1위의 불명예로 이제 상대 타자들이 만만히 보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해야 하는 지경에까지 왔다. 나머지 선발은 어떤가? 도대체 생각나는 붙박이 선발투수가 없을 정도다. 이상목 정도가 그나마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미우나 고우나 마운드에 올라 이닝을 먹어줬다. 오버뮬러와 톰 션이라는, 이제는 이름조차 기억하기 싫은 외국인 2명으로 채웠던 선발 로테이션의 빈자리는 전병호, 윤성환, 정현욱, 조진호, 안지만 등이 뗌빵으로 메워야 했다. 막판에 합류한 에니스가 경기를 거듭해 나가면서 한국무대에 적응해 나가는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지만, 아직 완전히 검증된 상태도 아니다.

불펜진에는 중간계투진의 핵 정현욱이 버티고 있다. 삼성의 2008년은 정현욱이 없었다면 포스트시즌 진출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할만큼 처참했을 것이다. 가끔은 선발로, 대부분은 중간계투로 나와 선발급 이닝을 먹어주며 선동열호를 끌었다. 그 옛날(2005, 2006년) 권오준이 맡았던 그 총대를 올시즌엔 정현욱에 맸던 것이다. 좌완 파이어볼러 권혁의 상태는 아직 미스테리다. 선동열감독도 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정현욱 하나만으로 삼성이 포스트시즌을 버틸 수 없다고 본다면 그 열쇠는 권혁이 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마무리는 오승환이 한다. 아무리 부진하다고 해도 한국 최고의 마무리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이번 포스트시즌에도 한결같은 믿음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단순하게 투수력만으로 삼성과 롯데의 준플레이오프를 예상해 본다면 롯데는 압도적인 선발투수진의 힘을 앞세워 6회 정도까지는 넉넉한 리드를 잡고 있어야 할 것이고, 삼성은 벌뗴작전으로 실점을 최소화해 6회까지 리드를 잡고 있거나, 최소 지더라도 1, 2점차 사정권 안에만 점수차를 좁혀둔다면 경기 후반에 역전을 노려볼만도 하다. 삼성으로선 어차피 선발진의 힘으로 6, 7이닝을 끌어가지 못한다면 최대한 경기를 길게 끌고 가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삼성이 롯데보다는 질적, 양적인 면에서 불펜진이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 양팀 투수력 평점(롯데 15.5 삼성 14.5)
- 선발 : 롯데 6.5 삼성 3.5
- 중간 : 롯데 4.5 삼성 5.5
- 마무리 : 롯데 4.5 삼성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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