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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드에서 선동열이 던진 공을 포수 이만수가 받고, 왕년의 홈런왕 김성한이 오리궁둥이 타법으로 일본 투수의 공을 담장 너머로 새까맣게 넘겨 버린다. 박정태와 키스톤 콤비를 이룬 류중일은 완벽한 호흡으로 환상적인 더블 플레이를 펼친다.
1991년 한일 프로야구 슈퍼게임에서 봤던 한 장면이 아니다. 야구팬들의 추억 속에만 살아있던 프로야구 올드스타들이 총출동하는 한일 프로야구 레전드 매치가 오는 20일(금) 잠실구장에서 열린다. 말 그대로 양국 프로야구의 전설들이 초록의 그라운드에서 벌이는 한여름밤 꿈의 축제가 펼쳐지는 것이다.
한일 양국의 은퇴 야구인 모임인 일구회와 명구회가 양국 야구 교류를 목적으로 기획한 이 대회는 재일동포 야구인 장훈씨의 주선으로 물밑작업을 벌여온 끝에 5월 21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벤트 개최를 발표했다. 기자회견 당시 한국 OB팀 감독을 맡은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은 "이번 레전드 매치가 양국 야구교류의 시금석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레전드 매치' 개최 발표를 두고 준비도 부족한 상태에서 야구 인기만을 믿고 성급하게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무엇보다 국내 야구 인프라가 문제였다. 대회가 예정된 7월 20일은 장마가 끝날 무렵이라 날씨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 돔구장 하나 없는 국내 현실에서 자칫 대회 자체가 무산될 위험성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발표 당시에는 메인 스폰서나 구체적인 세부사항에 대한 조율도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일부의 우려와는 달리 대회 준비는 차질없이 진행됐다. 지난 9일 이번 대회의 메인 스폰서로 넥센 타이어가 결정됐고, 선동열, 김시진, 이만수, 한대화, 류중일, 김기태 등 현역 프로감독 6명이 포함된 22명의 한국 대표에 맞서 일본도 '대마신'으로 불리며 일본과 메이저리그 무대를 평정했던 사사키 가즈히로, 금세기 마지막 퍼펙트 게임의 주인공 마키하라 히로미, 거포 기요하라 가즈히로 등 일본야구 대표를 대표하는 18명으로 진용을 꾸렸다.
야구계는 프로야구 올스타전을 앞두고 열리는 이번 한일 레전드 매치가 야구 흥행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다. 팬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볼거리도 많다. 선동열 KIA 감독은 일본 쥬니치 드래곤즈의 마무리 투수 시절 세이브 부문 1위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사사키와 잠실 마운드에서 선발 맞대결을 펼친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운명적 라이벌들은 이번 대결에서 어느 정도의 공을 던질 수 있을 지 흥미로운 대목이다.
60세가 넘는 고령에도 일본 은퇴선수들의 리그인 마스터스 리그에서 140km대의 빠른 공을 던져 화제를 몰고 있는 무라타 조지(63세)와 은퇴한 지 얼마되지 않은 한국 프로야구 일구회 새내기 멤버들이 벌일 투타 대결도 흥미롭다. 친선경기라고는 해도 국가 대항전인만큼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 경기에 나설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양준혁, 이종범 등 40대 기수들 뿐만 아니라 현역 감독들도 팀 승리에 보탬이 되기 위해 몸 만들기에 한창이다.
1982년 한국에도 프로야구가 출범한 이후 양국간의 교류는 1991년 한일 슈퍼게임을 통해 시작되었다. 이후 1995년, 1999년 세차례 열렸던 슈퍼게임은 양국 야구인의 교류와 소통에 일조한 것이 사실이지만, 한편 한국과 일본 야구의 격차를 한눈에 확인시켜 준 무대이기도 했다. 이후 두 차례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을 통해 치열한 '야구 전쟁'을 치뤘던 한국과 일본. 이제는 두 나라 야구계의 어른들이 나서서 화합과 소통의 무대로 이끌고 있다.
한일 레전드 매치는 올드팬들에겐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자, 레전드들의 활약을 직접 보지 못했던 신세대들에겐 또다른 경험이 될 수 있다. 한일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40명의 별들이 한여름밤의 잠실벌에서 펼칠 꿈의 무대. 그 흥미로운 대결의 막이 오를 시간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 이 글은 마니아리포트( http://www.maniareport.com/openshop/myreport/new_news_view.php?idx=2242 ) 에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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